제목이 이래봤자 셜록...
제목을 이따우로 적은 것은.... 제게도 일말의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ㅋ
나름 꾹 참고 있었는데 M님과 Z님의 뽐뿌질(두분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으셨겠지만) 덕분에, 하아, 그래요, 전 그저 기회만 노리고 있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1. S군
몇 달 전엔가 '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심리학 관련 임상 사례 분석을 실은 책은 읽었더랬습니다(이쪽 관련으로 관심 많으신 분들께는 강추. 꽤 재미있어요). 그 책에 따르면, 우리의 신체나 장기는 십여년에 걸쳐 성장하지만, 오로지 뇌만은 3살까지 완전히 자란답니다. 특히 1살까지의 뇌성장이 평생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요. 사람의 성격은 타고 나기도 하고 후천적인 환경도 있지만, 이 후천적 환경이라는 게 3세까지, 즉, 거의 인간이 되는 초기 시기이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시기라는 거죠.
여하튼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3살 이전의 육아환경에 따라 물리적 충격이 없이도 뇌가 영구적&물리적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뇌에 가해지는 그 손상의 이유는 '스킨쉽의 절대적 부족'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이유를 설명해보자면, 고 시기의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고 접하게 되는 환경은 가족,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절대적인데, 아이는 울음이나 여러 유아적 행동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그에 대한 엄마의 대답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관계라는 것을 배운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신의 어떠한 행동에도 어떠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면, 아이는 외부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및 관계에 무감각하게 된다는 것이죠(울어도 대답없는 메아리... 막 달리던 아이가 쾅 넘어졌을 때, 혼자면 울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얘 괜찮니? 물어보면 그때부터 울기 시작하죠...).
상당히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내용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셜록을 보면서, 특히 모리아티를 볼 때마다 이 책 내용을 많이 떠올렸드랬지요. 모리아티, 넌 3세 이전에 엄마가 많이 안아주지 않았구나, 불쌍한 것. 쯧쯧. 다음 생에서는 많이 안아주고 만져주고 뽀뽀해주는 부모를 만나거라, 대충 이런 기분;;;
어떤 분들은 모리아티의 체구가 너무 작고 머리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불만스러워하셨지만, 전 이 책을 봤기 때문인지, 설득력 있다고 느꼈어요. 3세 이전 스킨쉽의 절대적 부족;;으로 영구적/물리적 뇌손상을 입은 아이는 신체 발달도 또래보다 뒤쳐지고, '감정'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며(영구적 손상이라는 게 비극),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이러면서 성장기에 나쁜 환경에 처해지게 되면 사이코패스로 자라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온 사실 더 무서운 사례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것이었어요. 다행히 좋은 환경에서 길러지기는 해서 겉보기에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없이 섞여서 살지만, '감정'이라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유대관계나 사랑, 서로 care 하는 마음을 영원히 알지 못하고, 그저 흉내를 내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들도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그런 상태나 상황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고 바꾸고 싶어서 몹시 노력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기 때문에 되지는 않고, 그러면서 스스로 너무나 상처입지만... '감정'과 '관계', 그걸 우리가 이해하고 아는 방식으로는 영원히 모른다는 거여요.
저는 그래서, 셜록과 모리아티의 차이는 저 책의 두 사례와 유사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더랬어요.
시즌2 1화 아이린 애들러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서 셜록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이크로프트에게 말하죠.
"Look at them. They all care so much. Do you ever wonder if there's something wrong with us?"
이 질문에 대해 마이크로프트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All lives end, and all hearts are broken. Caring is not an advantage, Sherlock."
셜록이 소시오패스냐 뭐냐 말들이 많지만, 사실 진짜 강적은 어쩌면 마이크로프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생명은 끝이나고, 모든 가슴은 찢어진다는 마이크로프트의 대답이, 인생을 통달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 다음 문장에서 확실하게 해줍니다. Advantage가 아니라는 거죠. 마이크로프트가 좀 더 능숙할 뿐, 두 형제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결여되어 있고(이 사실을 마이크로프트는 알고 있고), 셜록은 이제서야 'something wrong with us'를 인식하기 시작하죠. 남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남들은 멍청하고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며 간과하던 그 어떤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기 시작한 셈이랄까요.
시즌1에서만 해도 셜록은 정말 주변을 돌아보지 않죠. 자신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걸 보며 멍청하단 생각만 합니다. 그러다 3화의 폭탄 테러에서, 이득(advantage)은 없지만 그 상황에 처한 피해자에 이입해서 걱정하고 care하는 존의 모습과 그저 모리아티와의 게임에서, 이기는데만 온통 신경을 쓰는 셜록의 태도는 확실히 대비됩니다. 그렇게 걱정해주고 울어주는 게 무슨 이득(advantage)가 있냐며 존을 공격하지만, 이때도 셜록이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적인 요소를 일부러 배제하고 제거했다기 보다는, 정말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존은 셜록이 지동설을 모른다고 놀리죠. 누구나 다 아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임에도요. 그런 것처럼 누구나 다 알고 느끼는 그 기본적인 감정을 셜록은 정말, 순수돋게 모른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악의 순수성+_+).
그리고 시즌 2에서는 이런 셜록의 아기 같은 (당연히 아기 같을 수 밖에요. 우리는 이미 유치원때 다 뗀 그런 것들이잖아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주로 존에 의해 조련당하죠. 시즌 1에서는 이런 존의 조련에 셜록이 나름 반항하고, 그 빠른 말과 논리로 존의 말문을 막지만, 시즌 2에서는 순순히 존이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이 적잖게 나타나죠. 배스커빌에서 친구 발언도 그렇고(하지만 아주 간단히 존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일반인이라면 양립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크리스마스 파티 때 레레 경감과 몰리에 대한 사건도 그렇고요. 그러면서도 3화 헨절과 그레텔 사건에서 보면, 유괴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나 care는 전혀 없이, 유괴범 발자국 찾았다고 희희낙낙합니다;;;(어쩔 수 없어요, 이게 셜록인 것을;;)
그러다 모리아티에 의해 안정적이었던 주변환경이 마구마구 흔들리고, 셜록도 막 흔들리고(지가 흔들린다고 존이 흔들리는 줄 알고 캐성질내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계속 흔들리다, 클라이막스에서, 셜록은 마침내 깨닫습니다.
모리아티라는 거울을 통해서요 자신의 정체랄까요, 문제랄까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지막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 존을 이용하는데 주저가 없습니다. 하지만 배스커빌에서 실험을 위해 존을 이용하며 즐거워할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셜록은 모리아티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진실을 알았고, 모리아티와 똑같이,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존을 이용하면서 그런 자신의 '결여'를 제대로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I am a fake.'
'It's a trick. Just a magic trick.'
'Keep your eyes fixed on me.'
이 대사에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시나리오대로 모리아티의 계책을 인정하는 의미, (b)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암시, 그리고 (c)셜록이 깨달은 진실.
(c)로 이해해 저 대사를 해석해본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는) 나는 가짜야. (지금까지 내가 보여주었던 추리 기법들), 그건 다 트릭이지. 그냥 (재미거리의) 매직 트릭.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 날 똑바로 봐.
그러나 우리의 사랑받고 잘 자란 건강한 인간의 표본, 존은 셜록의 말을 (a)로 이해하면서도, 그 상황에서조차 셜록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죠. 아마 그때 셜록이 더 분명히, 그리고 절실히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존과 자신이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 자신의 그 엄청난 이성과 논리, 두뇌로도 해결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그 한계. 셜록의 '눈물'에는 이토록 많은 것이 담겨 있어서, 저는 존이 셜록의 무덤에서 i owe u 했을 때보다 이 장면이 좀 더 가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점프, 추락이기도 하지만, 아프락사스, 처음 알을 깨고 나온 아기 새의 날개짓으로 해석해도 무방한, 그러니 추락과 부활이 동시에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셜록의 얼굴이 하치♡ 닮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셜록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기는 힘들까...는 부분에서는, 뭐, 셜록은 뇌가 영구적 손상을 입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뭔가 무책임하다 -_-) 아놔, '사랑'으로 지구의 멸망을 막기도 하는 영화가 쎄고 쎘는데, 까짓 사랑으로 한 인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불가능하겄습니까? (...................... 음, 뭔가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군요 ㅋ)
그리고 세상엔 기적이라는 것도 있고, 사람이라는 게 간단히 이론으로 규정될 수도 없는 것이고, 백인백색, 여하튼 셜록은 깨달았습니다. 이후는... 모팻과 게티스, 그리고 톰슨의 문제겠지요^^
2. M군
모리아티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모리아티는 어릴적 스킨쉽의 절대적 부족에 잘못된 성장기를 가져 탄생한 사이코패스라고 간단히 정의 되기에 딱히 떠들 말이 없습니다.
흠, 저는 그저 별 생각없이 두 형제 이름의 머릿글자를 땄을 뿐인데, 오묘하네요. S군과 M군이라니.....-_-a
어쨌든 마이크로프트에 대한 망상은 전적으로 어떤 고마우신 분 덕분입니다(93p가 정말 좋았어요 ♡). 그분이 생각하신 마이크로프트는 윈도우조각모음 같이 상냥하고 믿음직한 남자였어요. 정말 취향이었습니다 ㅎㅎ
사실 전 마이크로프트는 셜록보다 이해하기 더 어렵더라고요. 별 생각없이 볼때, 그래도 이 아저씨는 정상인 줄 알았더랬습니다. 그런데 문득문득 드러나는(특히 셜록과 둘이 있을 때), 그리고 곰곰 생각해보면, 이 아저씨, 정말 고단수여요. 주연이 아니고 몇 장면 나오지 않지만, 존재감이 정말 대박이죠.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잖아요.
아놔, 진짜, 시즌1, 1화에서의 등장은 제작진의 떡밥이었습니다. 그때 마이크로프트와 존의 대면보면서, 마이크로프트가 아니라 어나더 M이라고 생각하신 분들 꽤 많을 거여요. 사실 예전의 홈즈 시리즈에서 모리아티의 이미지가 딱 그런 쓰리피스 정장에 권위가득 느낌이었거든요. 원작에서의 마이크로프트는 정말이지 게으른 천재랄까요 -_- 홈즈와 나이차이도 더 많이 나는 것 같고, 귀차니즘의 절정 천재인데, 홈즈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그런 캐릭터였죠.
21세기 판 셜록에서 마이크로프트는 전형적인 '장남'의 이미지죠. 홈즈 집안의 가족사를 알 수는 없지만, 마이크로프트에게서 간간히 떨어지는 떡밥으로 유추컨대, 셜록에게 실질적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는 건 마이크로프트가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다시 첫 등장 장면으로 돌아와서, 존의 말처럼 핸드폰으로 전화하거나 카페로 불러내면 될 것을 꼭 저렇게 주변 감시카메라를 활용한다던가, 위압적인 검은색 리모를 보낸다던가 하는 '권위'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접근하죠(two boast-a-lots). 이런 걸 보면 마이크로프트도 정상은 아니여요;; 셜록보다 오래 살아서 좀 더 능수능란하고 사회경험이 많고 이해 및 분석력이 뛰어나 일반적인 사람들을 잘 관찰해 흉내를 잘 낼테고, 나름 높은 위치에 있기에 그의 방식에 사람들이 숙이고 들어가서 그렇지, 이 냥반도 뭘 몰라요. 셜록을 concern 한다면서 취하는 태도를 보세요(이래서 나중에 존에게 디스 당하죠. 그래도 싸지만 ㅋ). 룸메이트 후보를 납치(?)하지 않나, 감시단계를 올린다카지 않나;;;(생각하면 할수록 정상이 아님...) 이렇게 뭘 모르는 두 형제가 어떻게 관계 개선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결과가 계속 잘못된 값을 산출하니까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알고 있기에 개선하려는 의지가 마이크로프트에게는 있을 뿐, 사실 셜록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마이크로프트에게도 존은 필요............ 오, 역시 존은 깔대기여요. 홈즈 형제들은 언제나 존으로 수렴되는군요. ㅋ
여튼 이 홈즈 형제들을 보면, 시나브로 홈즈 마더(영국식 악센트로 발음해봅시다)가 상상되는데, 어릴 때 읽던 영국 소설의 전형적인 상류층 레이디가 떠오릅니다. 옷차림새 하나 흐트러짐 없고, 자식들에 대한 애정은 그다지 많지 않고(주로 양육은 유모들이), 격식과 매너 따지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에(툭 하면 관자놀이 짚으며 인상 쓰는), '오, 셜록...' 이럴 것 같은 마더랄까요. 다정하고 열렬한 포옹이나 뽀뽀, 이런 거하고는 거리 멀어보입니다(문득 우리를 안고 업고, 뽀뽀해주며 키워준 어머니들께 감사의 텔레파시를! ㅋㅋ).
깔대기 존
3. J군
게티스가 존의 존재의의를 한마디로 표현했죠.
Sherlock is gay to John
이라고요 ㅋㅋ (이 냥반 정말 재미나요. 마이크로프트 캐릭터에 은근히 게티스의 캐릭이 비칠 때가 있어요:)
원작에서 왓슨은 자기 생각이라고는 별로 없는, 존재감도 희미한 홈즈빠였다면, 21세기 셜록에서 존은(그래서 굳이 왓슨이라고 부르기가 싫더군요. 제가 원작의 왓슨을 별로 안좋아해서) 깔대기임미다.
정말 괜찮고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라는 생각입니다.
정의감 있고, 결단력 있고, 다정하고, 주변사람들 배려할 줄 알고, 그러면서 man of action인데다가 솔직하고 비굴하지도 않고,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신뢰를 보내는,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훌륭한 개' 같은 인간이어요.
저는 드라마에서 셜록이 나름 귀여워 보이고 밉지 않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가 존과 셜록을 평등하게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존을 통해 셜록을 보고 있습니다. 셜록이란 인간이 이해나 공감하기 쉬운 타입이 아니다보니, 가장 보통사람에 가까운 존의 시선을 통해서 셜록을 이해하고 판단하죠.
그런데 사실 존을 보통인간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게 존은 참 잘 자란 인간입니다. 별로 꼬인 게 없어요. 리니어해요. 동시에 자존감도 높고요. 처음 셜록을 만났을 때, 셜록의 추리능력을 보고 나오는 감탄사들을 보면, 정말 참 솔직하죠. 연방 clever, clever 하면서 셜록의 능력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감탄합니다. 1화에서 (재수없는) 도노반 (불륜) 커플이 geek이라면서 내리깔고, 2화에서 학창시절부터 셜록을 알던 그 은행원이 끝까지 믿지 않는(어떤 트릭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라면서) 태도와 비교해볼때, 존은 정말 사심이 없어요.
어쩌면 (셜록의 해골친구만큼이나) 존은 있는 그대로의 셜록을 받아들인 최초의 인간일지도 모르죠(가족은 빼고).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철학카페에서 시읽기'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판단하거나, 사랑하거나.'
셜록에 대해서뿐 아니라 존은 사람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마음을 열고 사랑을 주는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TF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감정' 따위보다 '판단'을 중요시하는 셜록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존의 태도에 낚였지요. 하긴 누가 안낚이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에게요.
오, 쓰고 보니, 존은 21세기 샤또브리앙일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4. M양
가만, S군과 J군을 제외하고 그래도 시리즈에서 나름 중요한 인물들은 어째서 다 이니셜이 M인검미까. S군과 M들이라니.......... 헐.... 뭐여요, bbc 제작진들!!! ㅋㅋㅋ
시즌1, 1화에서 시즌2, 3화에 이르기까지 폭풍성장, 급존재감 대박인 인물 몰리. 우리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건지, 아니면 제작진의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시즌 2, 3화에서는 유난히 이쁘게 나온다는 말이 많았죠. 아이린 애들러는, 솔직히 그녀가 80년생이라는 정보에 저는 깜놀. 모야!! 나보다 훨씬 어린데 나보다 늙어보엿!!! 그랬걸랑요;;
시즌1, 1화에서 몰리는 정말이지, 안타까울 정도로 하찮았죠. 하찮고, 또 하찮고, 하찮았어요.
그래도 검시의면 나름 닥터인데, 성격은 소심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데 눈치는 없고;; 셜록 앞에서는 또 왤케 작아지는지. 셜록은 이런 몰리를 자기 편할대로 이용해먹는, 한마디로 셜록한테 몰리는 호구였죠. 셜록이 제비족이었음(음, 쓰고보니 어쩐지 어울리는 듯?) 몰리는 인생 쫑났을 거여요.
어쨋든 시즌2-3에서 셜록의 각성을 도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몰리, 셜록은 존성애자이니(몰리도 스스로 인정했죵), 시즌3부터 뭔가 제대로 역할할 것 같은데, 요새 들리는 말에 의하면, 셜록 보내고 맛이 간 존을 위로하느라 바쁘다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퍼뜩 스쳐지나가는 망상 하나. 호... 혹시 몰리와 존이 눈맞는 거 아닐까요?
뭔가 딱 맞지 않나요? 원작의 메리와 이름도 비슷해, 친구 보내고 외롭고 우울한 존을 위로하다가, 위로하다가, 위로하다가....
!!!
몰리 왓슨.
호오, 잘 어울립니다. 아무래도 시즌3에 몰리, 미세스 왓슨으로 컴백하는 건 아닐지요!!!!
게다가 몰리라면, 셜록과 존이 깨가 쏟아져도 꿋꿋할 것 같단 생각도 들고요. 글쵸글쵸, 몰리나 존이나 셜록덕후들이니, 덕후들끼리 서로 이해해주고 보듬어주고 얼마나 잘 살겠습니까?!
음.... 그럼 좀 막장일까요?
몰리는, 셜록도, 모리아티도, 그리고 마침내 존.................?
아니 이런 마성의 여인이 다 있나?!?!
만일 이 망상이 현실화 된다면............
아이린 애들러가 the woman이어봤자, 어쩐지 최후의 승자는 모오오오올리!!!
5. 어나더 M
원래 etc로는 몰리와 모리아티를 쓰려고 했다가 모리아티는, 본문 및 다른 포스팅에서도 적었던 것처럼 상징성이 강한 인물이라서 생략해버렸어요. 상징성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평면적이라는 의미니까 주절주절 떠들어봤자, 사족. 그런데 여기저기 기웃대면서 글을 읽다보니 모리아티 캐스팅에 대한 원성의 소리가 높기에, 어쩐지 변명해주고 싶어서. ㅋㅋㅋ
제가 친구들에게 잘 하는 말 중에, "약해서 악해진다"는 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와요(책 제목이 영 기억이 안나네요).
'한번도 악한 적이 없다면, 너는 아직 악해질 환경에 처하지 않았을 뿐이야.'
한나 아렌트(자꾸 이 여인네를 들먹거려 죄송합니다. 제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큰 영향을 받아서 ㅋㅋ)도 아이히만에 대한 고찰에서 '악의 평범성'을 끄집어 냈다가 동료 유태인들의 엄청난 공격에 시달렸죠. 유태인들은 히틀러의 명령을 받잡고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낸 아이히만이 ㅈㄹ 찌질하고 약하고 겁많고 매우 성실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절대 믿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고 믿고 싶어하는 악은, 어릴 적 똘이장군에 나오는 늑대머리 공산당과 유사합니다(시뻘건 눈동자에 사나운 이빨, 침을 질질 흘리는). 악은 시꺼멓고 거대하고 위협적이며 뿔도 달리고, 이글이글한 불길에서 커다란 눈을 가졌기도 하고, 여하튼 작고 왜소한 인간은 도저히 이길래야 이기기가 힘든 '신'의 반대편에 선 엄청난 존재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믿고 싶어하는 바탕에는 이런 심리가 숨어있습니다.
'합리화 및 자기 변명'
악이 약하고 찌질하다면, 나 역시 언제든지 환경 및 기회가 된다면 악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우리 역시 2차 대전 히틀러의 휘하에 있었다면, 누구나 다 아이히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악이 거대하고 엄청난 무엇이라면, 나는 악과 구분될 수 있고, 거리를 지킬 수 있는 거죠. 아이히만이 ㅈㄹ 나쁜 새끼라서 그런 악마같은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믿는 거지요. 이 어찌 순진하고 무지한 생각이 아닐 수 있나요.
셜록에서 모리아티는 체구도 왜소하고 눈은 커다란 게,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정말 거대한 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몰리의 남친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셜록도 전혀 기억에 담지 않았을만큼(원작을 본 우리도 '짐'이라는 그의 이름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하찮았죠. 오, 몰리만큼이나 하찮고 하찮고 하찮았어요.
그리고 이어진 에피소드들에서 모리아티는 그저 이름만으로 등장합니다. '이름'만으로요. 아주 상징적이죠. Mojong님은 리뷰에서 셜록은 살인과 범죄에 대해 'Observer'라는 말을 쓰셨는데 모리아티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consultant criminal이죠. 스스로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범죄에 대해 컨설팅을 해줄 뿐입니다(셜록에서 모리아티가 직접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은 딱 하나죠. 자기 자신).
그리고 시즌1, 3화에서 폭탄테러 에피소드에서 모리아티가 처음으로 조금 더 나타나는데... 그때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어 나타납니다. 약하디 약한 그의 폭탄테러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통해서요. 그리고 좀 더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눈이 먼 노파를 통해서였죠. 그 할머니는 이렇게 모리아티를 묘사합니다. 'His voice is so... soft'
시즌1이 거의 끝날 때까지도 모리아티는 'name'으로, 'whisper'로 존재합니다.
그러다 시즌2에서는 아예 리차드 브룩이라는 찌질이&겁쟁이로 나오죠. 거기서 그는 피해자인 척 합니다. 셜록이 시켜서 그랬다고. 돈이 필요해서 그렇다고.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정말 셜록이 시켜서, 돈이 필요해서, 셜록의 시나리오 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다면, 그 이유만으로 그가 진정 피해자일까요?
악이 위압적이고 거대하고 보기만 해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블록버스터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두려워하면서도 악에 대해 경계하고 조심할 겁니다. 그러나 악이 무언가 약해보이고 만만해보이고 찌질&하찮아보인다면, 우리는 피식 비웃어넘기면서 전혀 경계하지 않겠죠.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요. 악의 교묘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방심하게 해서(대부분 에이, 설마... 란 언어로 표현되지요. 이 말을 잘 쓴다면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겁니다) 작고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우리 마음의 빈틈을 찌릅니다. 그리고 콕콕대는 양심의 가책을 '합리화와 변명의 언어'로 진통하지요.
'에이, 설마..'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전혀 몰랐습니다''좋은 게 좋은 거지' '.. 그러면 너도 다쳐.'
그 냉철한 마이크로프트조차 모리아티의 실체를 앎에도 그렇게 사소한 것이 이렇게 커다란 결과로 돌아올 줄 몰랐고, 셜록과 존 외에는 모리아티의 실체에 대해 다들 방심했습니다. 왜? 그가 작고 왜소하며 커다란 눈을 가졌고 찌질해보였기 때문에, 'smart'하다고 자부하던 여기자도 넘어갔고, 도노반네 커플도 바늘구멍 같은 의혹이 크레바스가 되어버렸지요. 모리아티를 풀어준 배심원들도 처음엔 아마 양심의 가책을 느꼈겠지만, 배후가 셜록이라는 것을 알고는 할렐루야! 했을 겁니다. 모리아티도 '피해자'라니! 양심의 면죄부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만일 모리아티가 똘이장군의 늑대공산당처럼 생겼다면 아무도 넘어가지 않았을 거여요. 우리는 드라마 셜록을 보면서 도노반 커플과 여기자에게 마구 욕을 해대지만, 사실 우리가 속한 쪽은 셜록과 존이 아니라, 그쪽일 겁니다.
그래서 전 모리아티 캐스팅을 작고 왜소하며 하찮아;; 보이는 배우로 한 제작진의 깨알같은 디테일과 숙고에 존경을 보내는 바입니다. ㅋㅋ
이쯤에서 추천하는 이 작고 사소하고 약해보이는 악을 경계하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 한 권,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작고 얇고 좋습니다. 출퇴근길에 읽으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2012.01.30
+ 정말 1월을 꽉 채워서 태웠었군요;
+ 이 포스팅이 셜록 시즌2에 관한 마지막 망상입니다. 시즌 3는 쉬어가는 시즌이었으니, 시즌 4를 기대합니다~.
WB, Sherl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