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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Sep 03. 2015

연휴가 끝나도, 셜록

2012년 1월에 셜록을 안봤음, 뭐하고 놀았을까 싶다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이제는 빼도박도 못할 신년, 2012년.

해야 할 일도, 이루어야 할 일도 산더미.

그러나 머릿속은 여전히 셜록셜록.

16일 시즌2 3화를 보고 버얼써 열흘인데, 아직도 셜록셜록이면 나는 어쩌라고.

이름도 비슷하니, 모리아티 만큼이나 사악한 모팻과 마이크로프트-게티스라니!

수수께끼 하나 던져주고 춤추는 걸 지켜보든 말든, 이 희대의 뻥쟁이들이 만들어놓은 셜록 때문에 정키처럼 중독되서 헤롱헤롱 일상에 너무 지장이 많아. 아놔, 이 죄많은 셜록을 어떻게 해야 축출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이글루에 올라오는 감상 및 리뷰, 각종 팬아트들은 섭렵하고 있고, 생애 최초 팬북을 구입하질 않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뇌구조 따위를 그리고 있지 않나;;



뿌리깊은 나무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그들은 내가 일상에 차분하게 복귀할 수 있게끔 마지막을 ordinary하게, 몰살시켰거등. 지금까지 뿌나의 세종을 통해 차근차근 쌓아놓았던 주제를 꽃 피우려면, 세종이 정기준 일당을 끌어안고, 그들이 화합해야했거늘, 역사 속에 안나온다는 이유로, 나머지들을 싸그리 몰살시켰거등. 그래서 난 마지막 미련 같은 거 없이, 가뿐하게 털어버리고, 쿨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는데, 아놔, 셜록. 어떻게 이렇게 완벽할 수 있지?


모든 에피소드에 콕콕 박혀있는 깨알같은 복선, 대사 하나하나, 넘길 수 없는 따블, 따따블 의미, 1-1과 2-3의 수미쌍관, 스토리 전체를 받치고 있는 튼실하고도 튼실한 인문학적 기반, 걍 스토리적 재미나 캐릭터 덕질 뿐 아니라, 촘촘히 짜놓은 요소 하나하나에서 무엇하나 빠진 것없이 빈틈없으면서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들은 충분히 즐기라며 장난감을 이토록 풍요하게 던져놓고 가니, 하아, 혹자는 시즌2가 불완전하다며 시즌3에서 무언가 더 기대하겠다는데, 나는 아니거덩. 나한테는 시즌1과 2로 셜록은 정말 완벽하거덩. 마지막 트릭은 나중에 확인해보면 되는 것이고, 시즌3은 그저 구원의 기쁨! 기쁨!이면 충분하거등.


아놔, 꼴랑 한번 보고 이 GR이니, 두번 보고 싶긴 한데, 무섭다공, 무서벙. 한번 보고 이리 정신을 못차리는데, 두번보고 나면, 세번 보고 싶을 거고, 그렇게 되면, 모리아팻 따위가 만든 이 엄청난 fake world에 중독되서 나의 real world가 훼손될 위기에 처할 것 같단 말이지.


사실, 두번째 볼때는 아예 영문으로 제대로 한대사, 한대사 곱씹어 보려고 영문자막도 받아놨엉 ;ㅁ; 니미럴, 어릴 때 영어공부 하겠답시고 미드 영어로 봤던 아스라한 십여년 전을 마지막으로, 굳이 잘 들리지도 않는 영문대사 하나하나까지 궁금해서 영어자막 받아놓은 건 처음이란 말이지 ㅠㅠ


이러다가 셜록 대사 영어로 다 외울 기세 ㄷㄷㄷㄷ


그뿐이 아니야. 요새 남편이 말을 걸면, 나도 모르게 영국식 억양의 되도 않는 영어로 대답하곤 해.

며칠 전에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어.


"Let's have dinner."

.

.

.


이런 fake world 따우는 모르는 순수한 우리 남편은, 울 마눌은 영국식 영어도 한다고 놀라워했어  ㄷㄷㄷ


앗, 이제 점심시간.

하아, 점심 먹고 오면 그때는 정신차리고 꼭꼭 일상으로 복귀하겠어. 당분간 셜록은 끊을 거야. 정말 끊을 거야! ㅆㅂㅂ 더이상 셜록에 중독되면 난 회복할 수 없는 폐인이 될거야 ㅠㅠ





+

셜록의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기 위해 알라딘으로 갔다가 매그레 경감 시리즈가 열린책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 OTL 아놔, 열린책들, 몇 년 전에는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시리즈를 내서 나를 흥분시키더니, 이번에 매그레 경감 시리즈를! 게다가 표지도 너무 훌륭해! 취향이야, 어쩌지. 그나마 존 르 카레 책은 몇 권 되지는 않아서 다 사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매그레 경감 시리즈는.... 현재까지 18권이 나왔군요... 그런데 이거 아마 시리즈가 70권인가 정도 될텐데... 아놔, 버텨봐? 아가사 크리스티도 전집의 유혹을 떨쳤거늘~~~ 그런데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요~~


이런 웨지우드 베라왕 의자 시리즈 같은 미니멀한 블랙/화이트 느낌의 표지라니... 후우~

그래, 한권씩, 한권씩, 느긋하게 사는 거야. 그래도 될까? 품절되지 않겠지? 하지만 매그레는 홈즈와 달라서 좀 매니악한데... 미적거리다 품절에서 절판으로 이어지면.... 안되는데 ㅠㅠ.

그러다가 대실해밋 전집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림................... 열린책들, 미스테리 마니아들을 파산시키려는 음모........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히 대실해밋 책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풍의 표지, 조금은 경직된 표지라 표지마저 낚지는 않는군효.

어쨌든 앨러리 퀸도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위시리스트는 늘어나고, 그러나 아름다운 표지에 경도되어, 일단은 매그레 시리즈부터 하나하나 장만하세... 2012년, 셜록 시즌3를 만나기 전까지 매그레 경감과 놀아야겠네욤~~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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