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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Sep 03. 2015

연휴의 끝에도, 셜록

이제보니 정말 ... ;;;

1.

명절 연휴, 나흘이나 되니 시간 많겠구나 하고 노트북에 셜록과 세익스피어 리톨드를 담아서 서울로.
그러나 노트북 한번 열어보지도 못하고 고짐 고대로 다시 집으로 ㅠㅜ
지루한 영하 12도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새로 올라온 셜록 감상 읽고 하악대면서 복습은 못하고 옛기억 더듬으며 다시한번 깨알 같은 복선에 감탄놀이 중.

부메랑 - 아차 하는 순간, 눈길 잘못돌렸다 제가 던진 부메랑에 당한 여행객.
아이린 애들러도, 셜록도, 마이크로프트도, 심지어 모리아티도,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놈들은 모두 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갔드랬어.

죽은자의 비행, 코벤트리 - fake. 보고 싶은대로, 믿고 싶은대로, 상대의 우위를 차지하고 그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벌이는 fake game.
TF와 이미지가 혼재된 죽은자의 비행, 아이린과 셜록의 케미 돋는 대결은 에피2에서 음모론과 식당주인이 만들어낸 사실과 같은 허구로 변주되고 3화에서 모리아티의 개뻥과 미디어의 댄스로 승화 ㅋ

Sherlocked - 시즌2 엔딩을 암시하는 듯한 패스워드. Fake 자살이나마 셜록의 존재는 한동안 꽁꽁 locked.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희망의 복선은, 친애하는 마이크로프트 횽님의 비아냥,
진부한 이야기 - 사랑의 약속, 상실의 고통, 구원의 기쁨. 니미럴, 시즌1 사랑의 약속, 시즌2 상실의 고통, 그렇다면 시즌3 구원의 기쁨! 할렐루야!
(이어진 대사 '그리고 수수께끼를 하나 던져주고 춤추는 걸 지켜보는 거지'...... 가 왤케 다가오는 건가요... 모팻, 게티스 시즌2 그리 끝내놓은 이유가 정녕 이건가요......?!)



헥헥, 스맙폰으로 쓰려니 힘들어서 일단 요기까지 ㅋ  

지난 한 주 셜록 덕질의 역사;;;

그래도 한 주 정도 burn하고 나니, 그럭저럭 수습은 되는 듯 ㅋㅋ


2.

아참, 미국 cbs에서 셜록홈즈의 현대판 제작한다고 하더군요.

그것 때문에 bbc 제작진들과 은근한 신경전 중인 듯(모팻과 게티스도 신경쓰는 듯).

사실 그동안 미국에서 영국에서 히트 친 드라마 가지고 와서 뉴버전을 꽤나 많이 탄생시켰지요?

오피스도 그렇고, 퀴어 애즈 포크도 그렇고, 쉐임리스도 그렇고(또 뭐가 있을까나요?)

영국 버전이 리얼하고 압축된 형태를 가진다면, 미국 버전은 언제나 선남선녀를 통한 판타지 구축, 그리고 cpu가 다소 떨어지는 시청자도 끌어안는 친절한 전개 방식을 선보였지요. 그래서 영국 버전은 드라마와 시청자 사이의 열린 구조를 가진 반면, 미국 버전은 드라마 판타지 자체의 월드(닫힌 구조)를 지향한달까요. 물음표와 마침표의 차이. 덕분에 망상력이 높은 시청자는 시나브로 영국 드라마에 더 빠질 수 밖에 없긴 한데... cbs의 셜록, 궁금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의) bbc 셜록을 훼손하지마! 하는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여튼 21세기의 대세는, 셜록인가 보네요.

영화, bbc에 이어 cbs까지!(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도!! ㅋ)


3.

'Oh, I may be on the side of the angels, but don't think, for one second, that I am one of them.'

이 대사를 곱씹다 보면, 조금은 싸늘한 진실을 목도한다.

'I don't think, for one second, that I am one of evils, oh, I may be on the side of them.'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함', 수십만명의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낸 아이히만의 변명이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역사 속에서 행해진 많은 악행들은, 모리아티처럼 악한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의식적인' 범죄보다 '무사유의 책임'을 방기한 죄가 더 많다. 청문회에서, 뉴스에서, 각종 기사에서 아주 쉽게, 그리고 자주 읽게 되는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 전혀 생각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변명들이 면죄부(혹은 면벌부)가 되는 세상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직업적 소명도 없고 개인의 도덕도 무너진 세상에, '무사유의 책임'을 물어, '생각하지 않음' '생각없음'이 어떤 악행만큼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게 할 수는 없을까.




201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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