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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Oct 15. 2015

마션-최초 화성인의 지구정복기

책vs영화


화성인 영화 보고 왔습니다. 일단 간략하게 영화를 본 감상을 적자면...
리들리스콧이 소품을 만들었네요.

원작 역시 화성조난기긴 하지만 스케일이 마구 광대하고 액션이 현란한 건 아닌지라, 정도에 맞게 깔끔하게 무리하지 않고 잘 뽑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리들리 스콧 냄새가 많이 나진 않아요. 주요 등장인물이 1인칭이라, 잘하면 그래비티 분위기가 날까 싶었는데, 그러진 않았아요. 입체감이나 큰 화면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진 않네요. 소설을 읽고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이 이야기는 영화보다는 티비 시리즈에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원작의 매력인 화성인 맥가이버 스타일을 두시간짜리 영화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이하는 책과 영화의 비교감평입니다.

어떤 스토리든 매체를 달리해서 볼때 먼저 본 것의 이미지가 구현되어 있어 후발주자의 재미가 딸리는 건 불가피하지요. 마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제게 지금까지 예외는 전 팅테솔스 밖에 없었네요.

1.
책이 영화보다 15배쯤 재미있습니다. 원작의 가장 큰 매력은 디테일한 과학묘사여요. 수학적 계산, 화학반응, 위기상황에서 휙휙 돌아가는 주인공의 과학적 지식과 수학적 계산능력입니다. 계산대로 오류없이 잘 실행될 것인가, 계산이 틀리면 ㅈ되는데, 틀리지 않았어야 하는데, 모든 가능성과 조건을 놓치지 않고 잘 따졌나, 조마조마조마한 부분들이 화성에서 서바이벌하기 위한 매일매일에 크고 작게 벌어집니다. 사건의 크기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화성이란 배경이 극복해야할 사건의 크기에 상관없이 실수하면 치명적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디테일을 영화에서 다 보여주기 쉽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생략된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원작의 깨알 같은 잔재미가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마크 워트니의 공대생 수컷유머. 직설적이고 저렴하기까지 하지만 그 상황의 심각함과 대비되어 빛을 발하는데... 소설의 첫문자와 함께 첫 통신시 나오는 저렴한 유머들이 전부 필터링 되었더라고요 ㅠㅜ 우아한 대사를 사랑하시는 리들리스콧옹에게 별로 안맞았던 것일까요? ㅠㅜ
(원작의 첫문장 임팩트가 있어서, 영화는 어떻게 시작할까, 두근댔는데... 걍 시간 순으로 사건을 바꿔버려서 .... 이것 또한 아쉬웠어요. 하지만 괜찮아. 난 알라딘 머그를 겟차하고야 말았으니~ ㅋ)

2.
그래도 영화의 매력은, 시각화죠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화성에 혼자 남은 마크의 고독, 화성의 풍경, 우주선들, 기지 등등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서도 아쉬운 점이 좀 많아요. 화면에 화성의 특징이 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걍 주로 알려진 산화철 붉은 행성만 보여요. 화성 특유의 옅은 대기 (지구 대기압의 0.6%밖에 안되는) 로 인해 화성의 하늘은 지구처럼 파랗기가 어려운데, 지상기압이 6mb보다 작아서 지구 성층권상부에서 보이는 정도랄까요. 거기에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져있어서 한낮에도 어스름한 느낌일텐데,, 지구랑 큰 차이가 없이 나타나고요.

개인적으로 전 화성의 푸른 노을 장면과 마크가 패스파인더와 아레스4로 이동할 때 포브스를 기준으로 삼아서 이동할 때 화성의 밤하늘에 뜨고지는 포브스를 보고팠는데, 그런 화성만의 매력이 시각화되지 않았어요. 또한 중력이 1/3 정도기 때문에 스트롱맨 마크의 파워 같은 부분, 재미있게 묘사될 수 있었을텐데 전체 스토리를 담아내기 바빠서인지 그런 디테일이 잘 나타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또 하나 헤르메스의 지구 플라이바이 역시 화면으로 좀 보고 싶었는데 안나오더라고요 ㅠㅜ

3.
특히 패스파인더를 찾아와 나사와 통신이 연결되고난 후 아레스 4로 이동하기까지의 스토리가 거의 다 생략되어버렸습니다 ..... 이 부분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많은데, 아아, 스케일 큰 리들리 스콧에게 이런 과학덕후를 기쁘게 하는 깨알같은 잔재미들은 별거 아닌건가, 싶기도 했어요 ㅠㅜ 드릴 사건도, 모래폭풍 이벤트도, 미끄럼 위기도, 하나도 다루어지지 않았네요.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소설의 트렌드만 남기고 변동성은 몽땅 필터링했달까요 ㅠㅜ
그리고 마지막 화성 탈출 장면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네요.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많이 수정되었어요.
원작보다 더 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었네요~~
원작에 없는 지구 장면과 후일담도 넣었고요.
요 부분은 원작 읽으면서 조금 궁금했던 부분이라서 영화에서 추가된 게 나름 재미기도 했습니다.

4.
그래서 영화 보고 재미있긴 했지만 쬐끔 아쉽네, 저건 뭐지? 했던 분들은 꼭 원작을 읽어보세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기승전알라딘머그 자랑질 ㅋ 물론 난 영문 주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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