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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Sep 28. 2020

테넷 TENET - 전지적 놀란시점

Deus ex Nolan

미리니름 스포일러 많으니 원치 않으시면 패스하시기를요. 
영화보고 떠드는 거 즇아하는데 이제 이글루스는 패스워드 기억도 안나고 해서 걍 길게 쓸수 있는 브런치에 백만년만에 포스팅 올려요 ㅋㅋ 일상사가 바쁘다보니 차분히 앉아서 포스팅하는 시간도 없어지고~ 우야둥둥 오랜만에 리뷰 스타트 



놀란의 퍼즐맞추기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테넷도 지금 이 시국에 한참 고민하다가 중무장하고 보러 다녀왔는데 ..... 기대가 커서인가 아쫌 이건 쫌 아닌데 싶은 크리티컬한 설정오류가 걸려버려서 ㅠㅜ 

그냥 단순 인버전으로 설정 잡아서 시간을 공간처럼 역순으로 오갈 수 있다고 했으면 뭐 그러려니 하고 봤을텐데 엄청 물리학적으로 개연성있게 만들고 싶었는지 되도 않는 걸 끌고 와서 건드리는 바람에 차마 어찌 손대기 힘들게 오류 투성이가 되었다 ㅠㅜ 시간을 물리학적으로 다루는 건, 기존 질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이를 어쩌란 말이냐. 

1. 가장 큰 헛발은 빛에 대한 언급이 1도 없는 것. 시간을 다루면서, 빛 이야기를 안하면 어쩌자는 건가 ;ㅁ; 그래서 다른 건 영화 속 설정이라고 대충 뇌피셜로 넘어갈 수 있는데 빛에 대한 고려가 없는 건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그냥 총알 묘기도 아니고 엔트로피 운운하며 인버전 된 개체의 산소호흡 역전까지 생각해놓고 빛을 무시하면 어쩌라는 거냐. 우리가 사물을 볼 때는 태양에서 빛이 오고 그 빛을 사물이 반사하고 그 반사된 빛이 망막에 상을 형상하고, 뇌에서 디코딩해서 그 사물을 인식하게 해주는 과정이 있는데 ... 인버전 된 인간은 그 사물을 어떻게 볼 수 있냐고~~ 호흡기만 달아주는 게 아니라 사실 체온 유지 과정이나 연소과정 이런 게 몽땅 인버전 되는 건데~~~. 시간 개념을 다루면서 물리학 법칙 가져온다면서 제일 중요한 빛을 무시하면 어쩔꺼냐고~~~. 


1-1 그러니까 이게 반의 반쪽도 안되는 논리인게, 아예 빛을 고려할 수가 없어. 빛을 고려하면 영화가 아예 시작도 못하거든. 세상에 만물이 존재할 수가 없어. 시간도 존재하지 못해. 끄응. 최대한 양보해서 빛은 생각하지 말고 시간만 생각하자고 하자고. 그럼 현재는 무엇인데? 현재를 무엇으로 정의하 건데. 현재가 정의 안되는데 과거랑 미래를 어떻게 정의해 ㅠㅜ 아 진짜 울고 싶다. 정의가 안되는데 현재와 과거와 공존하려면 어떤 장에서 가능한지 어떻게 논의하노. 매트릭스의 시뮬라크&시뮬라시옹은 철학적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말이된다구. 인식과 개념의 차원으로 넘어가버리면, 시공간의 물리적 법칙이 통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놀란이 진짜 너무 말도 안되는 욕심을 냈어. 물리적으로 설명가능한 시간여행(?)을 기획하다니. 그래서 나름 신선한 발상인 시간의 뒷걸음질이라는 걸 생각해내긴 했는데 ....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질서도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판인데, 이 세상을 역전시켜보겠다고라~~~ 그 패기 만큼은 응원해주고 싶은데.... 아 근데 이야기가 다 말이 안되잖아 ;ㅁ; 그러니까 엄청 복잡해진거지. 왜냐구? 감독도 사실 지 얘기를 이해를 못하거든. 이해가 안되니까 주절주절 궤변적 설명을 닐을 통해 내뱉는 거지. 그리고 플롯도 엄청 복잡하다고 다들 퍼즐 맞추기처럼 열심히 하든데, 다 무의미함. 이건 4차원 퍼즐이야! 하고 호기있게 내뱉어놓고 실제로 보여주는 건 1차원 퍼즐이거든. 그리고 그걸 2차원으로 요롷게 저렇게 복잡한 척 나열해놨을뿐. 말 그대로 프레스티지에 나온 트릭을 관객에게 쓴 것 뿐이야. 엄청난 마술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개뻥이잖아. 딱 그거. 


1-2 예를 들어보자. 전투씬 마지막에 주인공과 닐의 운명적 만남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며 엄청나게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데... 여기서 닐이 다시 그 구멍으로 안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안돌아갈 수도 있잖아. 그런데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는 운명론적 결정론적 세계관으로 닐을 움직여버리면, 닐의 의지는 어디로? 닐을 움직이는 건 누구지? 닐의 결정은 오로지 닐의 손에 있어야 하잖아. 근데 인버전이라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어서 거기로 가야한다면, 그 당위성은 무엇으로 나오지? 이게 엄청난 모순인게 인버전의 기본 설정과 완전 위배되는 거다. 정말이지 이 이야기의 설정은 다 모순덩어리야. 영화 보는데 왤케 따져라고 물어보면, 시작은 놀란이 했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어. 본인이 인버전 설정에 그걸 집어넣었단 말이야. 물리법칙의 역전을. 그러니까 처참하게 까여도 놀란은 할 말이 없음.


2. 인버전 설정의 치명적 논리적인 헛점. 
A가 인버전 해서 시간의 역순으로 흘러간다고 항때 순행하는 A에는 의지가 있지만 인버전 된 A-1에게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이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 질문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걸 그냥 빛처럼 패스했어. 
맨 처음에 쓴 것처럼 단순하게 시간을 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정을 잡았다면, 시간은 등장인물의 중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순행이 된다. 과거로 역행해서 움직인다고 해도 그건 A의 관점에서는 순행이기 때문에 오류가 없어. 하지만 A를 인버전 한다는 것은 기본 가정에 A의 존재가 필수이고, 그 존재의 역함수가 되는 거지. 그러니 A-1에게 의지가 존재해서 과거로 역행한다는 건 모순 모순 대모순.
A-1은 A의 행위(현재)에 종속될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마치 비디오 리와인드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게 설정상 맞는 거야. 놀란이 말한 물리법칙 인버전으로도 그게 맞아. 그런데 영화에서는 A-1은 의지를 가지고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지. 이럼 안대~~~. 최대한 양보해서 A-1은 인터스텔라의 유령이나 그림자 같은 종속적 존재로서만 A와 함께 같은 시간대에 있을 수 있어야만 놀란 설정의 모순이 생기지 않지. 그런데 이렇게 해버림 어떻게 되지? 시간 협공은 개뿔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하지만 A-1이 종속적으로 과거를 거슬러 가서 거기서 다시 인버전 시켰을때 A’이 되어 과거의 A와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어. 없나? 평행우주의 시작이랄까. 두 세상이 겹쳐지는 거지. 일단 A가 과거로 돌아가서 또 다른 현재를 만드는 것이 되기 때문에 A와 A'이 잠시나마 공존하는 세상은 가능해. 어느 시점이 지나면 A는 과거로 가기 때문에 사라지고 다시 그 과거를 다른 루트로 밟아온 A'만이 존재하니까. 즉 물리적으로 A와 A'은 같지 않아. 그게 일종의 평행우주 관념이냐. 그런데 이렇게 설정 잡으면 기존의 타임슬립 영화랑 차이가 없어지는 거지. 보통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과거의 주인공을 설득시켜서 과거의 미래, 나의 현재를 바꾸잖아. 여기에 테넷이 가지는 존재론적 모순이 존재하게 돼. 다른 타임슬립과 차이를 두려고 너무 애쓴 나머지 본말이 전도되어버림. 그럼 논란 설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있긴 있어.

3-1. 이게 논리적으로 맞으려면 A를 인버전 시키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인버전 시키면 돼. 그래야 A의 의지가 그대로 이어지니까. A는 변하지 않아. 사실 영화 속 줄거리는 그렇게 흘러가. 기계는 A를 인버전 시키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보여지는 건 세상의 인버전. 잘 생각해봐. A를 인버전 시키면 A의 시간을 거슬러가는 거야.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게 뭐지? 놀란이 보여준건 리와인드라고. 그런데 뭐가 리와인드돼? 주인공은 그 리와인드된 세상에서 순행하잖아. 세상이 리와인드 된다고. 그런데 세상을 인버전 시킨다고 설정을 잡아버리면 인셉션하고 배경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지지. 인셉션에서 공간을 직조하고 설계하는 건 이미 했거든. 그래서 이번엔 시간을 갖고 놀아보자 답정해놓고 했는데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거야. 한번만 더 생각해봐. 이게 또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세상은 리와인드되는데 주인공은 그 리와인드 세상에서 의지를 가지고 현재를 만들어내. 그러면 속도는 거리는 다 어떻게 정의할껀데 ㅋㅋㅋㅋㅋ. 아아 설정을 너무 공들이다가 무리수를 두었다 싶다. 장고 끝에 악수 둔 설정. 


3-2. 또 한가지 방법은 그나마 이게 제일 말이 되는데, 최대한 놀란 설정을 맞추고자 노력해본다면 인버전 했을때 A-1을 다른 변수로 치환하는 과정이 들어가는 거야. 즉 A를 스플릿하는 거지. 이런 ㅅ ㅑ ㅇ ㅋㅋㅋㅋ. 즉, 인버전 기계를 통해서 A-1과 (A-1)’ 둘이 나와야 한다는 것. A-1은 A의 기록으로 존재하고(원래 A의 시간 궤적을 역순으로 밟아가서 물리적으로 문제가 없게 해주고) (A-1)’=B 가 되어서 둘로 존재하면 일단은 말이 돼. 하지만 그렇게 되면 B에게 (A-1)의 역행하는 세상은 순행이 되기 때문에 산소호흡기니 빛의 역할이미 이런 걸 굳이 복잡하게 해놓을 필요도 없어. 그는 역행세상 물리법칙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패신저지.그러면 B는 독립개체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고 이 새로운 차원에서 거의 신적 존재가 되겠네 .... 왜냐면 세상의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되니까. 오 네오다 ㅋㅋㅋㅋㅋㅋ 테넷 감상 적다보니 매트릭스가 왜 걸작인지 새삼 또 감동하네 ㅋㅋㅋㅋ 우야둥둥 이게 그나마 제일 말이 되는데 B는 A-1 세상에 작은 떨림을 줄 수는 있지만 두 세상이 물리적으로 겹칠 수는 없어. 둘이 격투를 한다던가 하는 장면은 진짜 말이 안돼지. 소통도 되지 않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 하지만 과거를 배경으로 인버전한 두 놈이 싸우는 건 .... 말이 안되지만 영화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칠 수 있는데... 과거를 바꿀 수 없는데 왜 과거로 가는데? 존재론적 질문이 또 나옴 ㅋㅋㅋㅋ
또 다른 문제도 있어. B가 다시 인버전해서 순행 세상으로 넘어올 때 또 둘로 나뉘지. 아까처럼 (B-1)과 (B-1)'으로 나뉜다고 하자. 그리고 (B-1)'=C가 되는데.... B-1은 아까 B의 시간방향과 고대로 반대로 간다고 하고, C가 순행하는데, 그러면 한 시점에 A와 (B-1)과 C가 공존하는데... B-1은 역행이기 때문에 쉐도우라서 자유의지가 없다치자구. 그런데 A는 어떻게 될겨. A와 C는 같은 순행세상이야.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A는 자유의지가 있었어. C도 있지. 그럼 어떻게 되지? 원래 시간 여행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설정 잡아야 한다구.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A가 바뀔 수 있다면 ... A-1도 바뀌는 거고, 그거 때문에 B의 결정에 영향을 주게 될테고 .... 아주 복잡을 떨게 되지.


4. 결국 궁극적으로 테넷 설정의 문제는, 시간에 대한 개념 인식의 문제점에서 나와.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아. 시간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야.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고 말을 하지만 존재하는 것은 현재 뿐. 과거는 지나가고 나면 사라지고 없고 기억만이 남아있게 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기대고 예측일 뿐이지. 따라서 과거로 역행한다는 개념은 현재를 사는 개인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모두 달라질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등장인물이 100명인데 100명이 인버전하면 100명의 시간대는 전부 달라진다고. 이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야. 그런데 놀란은 이 시간을 유클리드 공간처럼 간주하고 1차원으로 나열해 절대화 단순화 시켰다. 설정은 그게 싫어서 차별화된 인버전 개념까지 만들어놓고 플롯은 그렇게 직선상으로 짜버렸지. 그래서 결국 그 모든 시간대를 시간대 밖에서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해버리게 만들어버렸달까. 
즉 전지적 놀란 시점으로 만들어서 시간 대 바깥에서 이 모든 걸 열심히 짰다는 거다. 그러니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인물들은 장기말 수준 밖에 되지 않고 떨칠 수 없는 데우스 엑스 놀란이 영화 주변에 유령처럼 맴도는 거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놀란이야. 인터스텔라의 고스트처럼 보르헤스의 도서관 너머에서 세상을 갖고 놀지. ㅋㅋㅋㅋ 이 궤변을 모순을 놀란 또한 몰랐을까?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그런 말이 반복되는 거야.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결국 우리가 성공했다는 뜻 아냐?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다. 그 일어날 일이라는 게 뭐야. 놀란갓님이 계획하신 세상 아니겠어?


5.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전지적 놀란시점만 보여. 놀란은 영화 감독이 아니라 신이 되고 싶은가?


+ 영화에서 건진건 로버트 패터슨. 와 이 남자 이렇게 멋있었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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