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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Jan 04. 2024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들

2월의 마다가스카르는 여행 비수기 시즌이다. 이 시기에는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편인데 그로 인한 피해가 여행에도 영향을 끼친다. 태풍 때문에 종종 하나뿐인 도로가 무너지거나 커다란 나무가 길 위로 쓰러지면 자동차로 이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객도 드물고, 현지인들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비수기 시즌에는 모론다바의 숙소와 식당들이 반이상 문을 닫는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 한낮에는 일부러 마을 전체에 전기를 끊기도 한다. 그날은 바오밥 나무를 보고 모론다바 시내로 돌아왔을 때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비수기라 문을 연 식당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바닷가 근처에 문을 연 식당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역시나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손을 씻으려고 일어났다. 서빙을 하는 직원이 손을 씻는 곳을 알려주었다. 식당 한쪽에는 수도꼭지 하나와 세면대가 있었다. 세면대 아래에는 배관 파이프 연결 없이 양동이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상태였다. 시설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여행 출발 전부터 감안했었다. 여긴 아프리카니까. 손을 씻기 위해 수도꼭지를 돌리려는 순간, 서빙을 하던 직원이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보다 먼저 수도꼭지를 돌려 세면대에 있던 머그컵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잠근 후, 머그컵에 받은 물을 조금씩 내 손 위에 따라 주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여기 아프리카였지.'


 '무한도전'에서 '나비 효과' 특집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 따른 탄소 배출 상황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회차였다. '지구 온난화'를 사람들에게 지루하지 않고 쉽게 전달한 특집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그저 재밌게 봤던 장면들이 아프리카에 와서 보니 어떤 느낌인지 현실로 와닿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낭비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하는 자원이라는 것. 그리고 삶은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자연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지만, 환경오염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등은 인간의 삶이 전보다 편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분리수거를 잘하고, 물이나 전기를 아껴 쓰는 정도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을 약간만 바꿔도 환경오염의 속도가 조금은 느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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