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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Jan 11. 2024

첫 취재의 추억

 여행 잡지에 글과 사진을 기고하다 보니 드디어 해외 취재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프리랜서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지요. 첫 취재 국가는 ‘바시키르토스탄’이었습니다. 편집장님으로부터 취재 의뢰 전화를 받았을 때 “네? 어느 나라라고요?”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나네요. ‘바시키르토스탄’ 혹은 ‘바시키르 공화국’으로 불리는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는 카자흐스탄 북쪽에 자리한 러시아 연방국가였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처럼 뒤에 ‘스탄’이 붙는 국가였지만, 아직 러시아로부터 독립은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다른 기자님들을 만나 모스크바를 경유해 바시키르토스탄의 수도인 ‘우파’로 날아갔습니다. 일명 ‘팸투어’라고 불리는 취재 방식이었습니다. 첫 취재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살짝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로 가는 여행이다 보니 긴장을 한 탓에 기내식을 먹다가 체하고 말았습니다. 우파에 도착해서 꼬박 하루를 굶어야 했지요. 다행스럽게도 다른 기자님께서 주신 약을 먹고 겨우 나을 수 있었지만 첫날 나왔던 음식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했습니다. 여행 취재에서는 현지 음식을 먹고, 사진과 글로 남기는 것 역시 취재의 일부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시키르 공화국’은 말을 타고, 수렵 생활을 하던 유목민의 후예가 살아온 나라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몽골과 비슷한 문화가 많이 남아 있었지요. 첫 취재인 데다가 다양한 장면을 찍고 싶은 열정은 넘쳐났지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지 사진 촬영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묵었던 호텔도, 이동 중에 차 안에서의 촬영도 허가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거리 풍경을 담고 싶었지만 이동 차량 창문에는 이미 검게 선팅이 된 상태였지요. 현지 투어 책임자가 안내해 주는 곳만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마음은 더 조급해졌고, 어딜 가든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사진 촬영에 더 시간을 쏟았습니다. 우파로 돌아오기 전에 묵었던 숙소에서는 직원의 동행 없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못하게 해서 살짝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없이 취재를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원고를 작성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바시키르 공화국’은 우리나라에 한 번 밖에 소개된 적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것도 약 10년 전에 말이지요. 인터넷에 정보도 거의 없었고, 촬영해 온 사진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을 해서,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사람들이 내가 쓴 원고를 좋아할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원고를 쓰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여행을 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면 되는 것이었지요. 지리적 특성, 역사, 문화, 종교, 음식, 특산물 등의 정보를 취재해 온 사진과 번갈아 보며 차근차근 정리했습니다. 다행히 한 번의 수정을 거치는 것만으로 무사히 마감 날짜를 지킬 수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했던 첫 취재는 그 이후 종종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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