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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Apr 03. 2023

아들이 느끼는 행복에 관하여,

아버지께


연락이 뜸했지요. 죄송해요. 한 달 전쯤 길게 통화하고는 짧은 통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 아들의 부족한 감정 상태를 그날 소심하게 털어놓았으니 아버지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하와이에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에요. 이곳에 앉아 있자니 많은 기억들이 스쳐가요. 학비에 보태야 할 장학금으로 떠난 여행도, 일 년에 두 번 있는 큰 명절 중 한 번은 꼭 해외로 나갔던 총각 시절도, 부모님과는 한 번 도 타지 못했으면서 일 년에 수어번 친구들과 떠난 비행기도요. 그리고 지금은 직원들을 데리고 일 년에 한 번씩 별을 보러 해외에 나오네요.

 

'아들은 아버지의 평생을 존경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아버지로서 짊어져온 시간과 결정, 희생과 고독함들은 시간이 지나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요. 그것들을 버티게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식들의 행복일 것이고, 점점 커가고 있는 아들은 종종 의문을 가집니다. '나는 내 행복을 포기하면서 내 자식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가?'. 저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고, 때문에 제 2세를 계획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 또한 아버지가 이해해주세요.

 하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는 진심으로 행복해요. 좋은 환경에서 자랐고, 부족함 없는 사랑들이 쌓여 제 안에 단단한 자아들이 다져졌어요. 덕분에 행복을 쉽게 느끼는 사람이 되었어요. 작지만 소중한 회사를 이끌고 있고, 그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궁리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요.

 특히 이번 여행이 그랬어요. 코로나 때문에 여러 번 밀리고 치이며 직원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거든요. 대장으로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이번 연수+여행에서 느낀 감정들은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에 하나가 됐어요. 하늘에 가득찬 별을 보면서 진심으로 벅찼고, 아버지가 자식들을 보면서 느꼈을 감정의 조각들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일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제 삶을 만들어준 아버지에게도 정말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저는 보고 자란 대로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할 거예요. 그리고 끊이지 않도록 나와 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반복할 거예요. 그런 순간들이 쌓여 더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 거예요.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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