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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 정 Oct 04. 2015

유행이 된 그녀들의 수다 시간

애프터눈 티 이야기

점심 식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가 돌아오기 전 출출한 오후 시간이 있다. 여자들이라면 몇몇이 옹기 종기 모여 차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유행으로 만든 음식 문화, 애프터눈 티 이야기로 나의 수다 시간을 가져 볼까? 물론 차 한잔   준비해야겠다.

빅토리아 크렉다로크 캐슬에서
Tea

차는 17세기 유럽 시장으로 퍼지기 시작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는데, 영국 보다 프랑스에 먼저  도착되어 프랑스 귀족들에게 빠르게 전해진다. 이에 마르키스 드 라 사브리에르라는 여자분이 차에 밀크를 넣어 마시는 밀크티의 유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올리버 크롬웰의 시민 전쟁으로 인해 영국은 뱃길로 차가 전해진 나라 중에 마지막 나라이다. 영국의 왕 찰스 2세가 올리버 크롬웰에게 패하고 망명 생활을 하게 되고 포르투갈의 왕녀 캐서린 브라간자와 결혼을 하면서 캐서린은 결혼 시 엄청난 금화와 함께 북 아프리카의 탕헤르와 모로코, 인도의 봄베이 그리고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의 모든 포르투갈 항구를 영국의 차 무역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지참금으로 가지고 온다. 1660년대 영국의 군주제가 다시 시작되면서 찰스 왕 부부가 영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 당시 상류층 사이에서 찰스  왕 부부의 모든 것이 인기 있는 패션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중 하나가 이 부부가 즐겼던 차 문화로 사람들의 계층을 불문하고 유행이 된다. 차가 급속히 퍼지게 된 이유에는 알코올 성분 없이 끓인 물을 사용하여 안전한 음료였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차가 몸에도 좋다는 걸 알았다면  대단했겠다.  이로서 영국 전통 음료라 할 수 있는 에일과 자리 바꿈을 하게 된다.


The Potato Eaters by Vincent van Gogh


High Tea

보통 애프터눈 티를 고품격화 된 이미지로 하이 티라고도 부르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하이 티는 절대 럭셔리가 아닌 우리의 보리 차 와 동급이었다.

산업 혁명 이후, 일을 마친 근로자들은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빵과 고기, 버터, 치즈, 피클과 함께 차를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한다. 그들의 식탁 위에는 예쁘게 만든 샌드위치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콘, 파이 등의 우리가 요즘 접하는 팬시 한 애프터눈 티 메뉴는 없었다. 허름하지만 든든한 음식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 시간에 높은 식탁에서  제공된 차라 하여 '하이 티'라고 부르게 된다. 애프터눈 티 문화가  미국으로 전해지면서 고급 호텔이나 티 룸 등에서 중국의 섬세하고 기름진 케이크나 파이류 등의 가벼운 음식을 곁들여 나름대로 하이 티라고 이름 붙여 상류층을 상대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빅토리아 크렉다로크 캐슬에서
Afternoon Tea

18세기 이전의 영국에서는  지금처럼 삼시 세 끼가 아닌 하루 두 번의 식사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보통 에일이라는 영국 맥주 음료와 빵과 고기류가 겸비된 아침 식사와 조금 이른 시간에 저녁 식사가 전부였는데  18 세기 이후 영국의 상류층, 중산층 가정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한 후 저녁 식사를 8시 이후 느지막한 시간으로 하여 좀 더 푸짐하고 격식을 갖추면서 장시간 동안 식사를 즐기게 된다. 물론 평범한 가정에서는 푸짐하게 차릴 여유가 없으니 여전히 이른 시간에 시작되어 짧게 끝났겠다. 이러한 그 시대의 식사 풍토에서  애프터눈 티는 탄생된다. 

18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 베드포드의 공작 부인 애나 레셀이란 아주머니께서는 점심 식사 이후 오후쯤 되면 슬슬 배가 고파왔다. 하인에게 빵 조각과 차를 부탁해 응접실에서 혼자 먹다가 차와 함께 약간의 디저트를 마련해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스타일의 다과 모임은 귀족 부인들 사이에 점점   유행이 되어 갔고, 이후 애프터눈 티를 제공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사교장 '티 룸'이 대유행을 하면서  여자들에게 보호자 없이도 드나들 수 있는 고급 미팅 장소가 된다.


Five O’Clock Tea by Julius LeBlanc Stewart

 '애프터눈 티'라 이름 지어진 이유는 늦은 오후 시간에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서인데 보통 네시나 다섯 시에 시작해서 일곱 시를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안락한 의자나 소파가 있는 응접실에서 낮은 커피 테이블 위에 놓고 먹었기 때문에 애프터눈 티를 로우 티(low tea)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유행이 되어간 팬시 한 서양의 티 문화는 지금도 현대 여인네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령으로 오랜 기간 지내온 구석구석 영국 문화가 깊숙이 스며있는 홍콩인 탓에 이곳에서도  쉽게 애프터눈 티를 접할 수 있다.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도 길거리 식당에서 조차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의 애프터눈 티를 만난다. 


빅토리아 크렉다로크 캐슬에서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 어떠하리, 집에서 스콘 한 바치 구워 친구들과 다과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서양식이 아니면 어떠한가. 우리네 여인들도 오후 출출한 시간에 간단히 허기를 채워 줄 새참이란 것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찐고구마나 시루떡 한 조각에 보리차도 좋겠다. 조금 멋스럽고 싶다면 아끼던 예쁜 그릇과 찻잔에 담아보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큰 의미 아니련가.

조만간 오랜만에 이웃들과 동네 어귀 커피점에 모여 조각 케이크와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 좀 떨어야겠다. 반응 없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지껄이며 차 마시려니 그 옛날 빅토리아 시대의 공작 부인이 혼자 슬쩍 마시던 차 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알아두면 좋을 애프터눈 티 에티켓
홍콩 페닌슐라 호텔 애프터눈티
Menu

대부분 애프터눈  티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가면 삼단 접시에 스콘으로 한 접시, 샌드위치나 짭조름한  파이 등으로 한 접시, 달달한 쿠키나 케이크 등으로 한 접시 장식해 나온다. 가끔 격식을 차리기 위해 삼단 접시의 위 접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둥 아래  접시부터 먹는 것이라는 둥의 주장을 접하는데 어느 음식이 몇 층에 올려져 있든지 모든 음식이 한 접시에 나오든 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처음엔 따뜻하게 먹어야 좋은 따끈한 스콘을 식기 전에 쨈과 크림을 발라 먹고 다음으로 짭짤한 파이나 샌드위치를 마지막으로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것이 제격이다. 
  애프터눈 티는  다과의 종류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세 종류로 나뉜다.
 *크림 티(Cream Tea) - 차, 스콘, 쨈과 크림
 *라이트 티(Light Tea) - 차, 스콘, 달달한 것
 *풀 티(Full Tea) - 차, 스콘, 사보리, 달달한 것과 디저트류

이에 들어가는 메뉴는 오래전에는 차, 빵, 버터와 케이크로 이루어졌던 것들이 근대 들어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특정 음식들로 나누어 제공되고 있다.
 * 스콘(Scones) - 스콘, 쨈과 데본셔 크림 혹은 크롯띠드 크림
 *사보리(짭조름한 것, Savories) - 조그만 샌드위치나 전채 요리
 *패스트리(Pastries) - 케이크, 쿠키, 숏 브레드와 달달한 디저트류
  


Afternoon Tea Etiquette

* 찻잔 들기
     - 본래 모든 도자기 찻잔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시작된 것으로서 손잡이가 없었다. 이러한 손잡이가 없는 찻잔은 컵의 6시 방향으로 엄지를 검지와 중지를 컵의 12시 방향으로 놓고 들며 새끼 손가락을 살짝 위로 들어 균형을 맞추어주는데, 새끼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게 조금 가식적인 느낌은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제일 우아한 방법이라고 한다. 손잡이가 있는 찻잔은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잡고 새끼 손가락을 마찬가지로 살짝 위로 올리며 균형을 맞추어준다.
     - 찻잔은 사용하지 않을 경우 찻잔 접시에 올려 놓고 공중에 들어 올려 흔들어 젖거나 들고 있지 말고 절대 손잡이 사이로 손가락을  통과시켜 잡거나 한쪽 손바닥 위에 찻잔을 올려두는 일은 하지 않는다.
     - 테이블이 없는 파티 모임의 경우 왼손으로 무릎 위에 차 접시를 잡고 오른 손으로 찻잔을 잡고 있되 마시지 않고 있을 때는 찻잔을 차 접시에 올려 놓고 잡고 있는다.  차 접시를 들고 있게 되는 유일한 경우는 서서 있을 때...
 *티 스푼
     - 앞쪽에서 뒤쪽으로 차를 접어주듯이 티스푼을  두세 번 움직여 주고, 티 스푼으로 찻잔에 원을 그리며 젖지 않는다. 사용한 티 스푼은 따로 마련된 접시에 올려 놓거나 테이블에서 치우는 방향으로 하고 절대 찻잔에 꼽아두지 않는다.
 * 차 서빙시에는 
    - 크림은 차의 맛을 없애고 무겁게 만들기 때문에 차에는 크림이 아닌 우유가 곁들여진다. 우유를 타는 경우는 찻잔에 우유를 먼저 붓고 차를 따르는  것보다는 차를 따르고 우유를 타는 것이 정확한 비율을 얻기에 좋다고 한다.
    - 사용하신 티백은 사이드 접시나 슬롭 볼에 담아두고 티백을 돌리거나 짜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 차와 함께 레몬을  제공할 때에는 웨지가 아닌 슬라이스로 서빙하고 레몬을 위한 포크를 준비한다. 레몬을 곁들일 경우 레몬의 산이 우유를 응고시키므로  절대 우유와 함께 차를 만들면 안된다.
    - 차를 마실 때는 후루룩 소리를 내거나 차에 음식을 씻어 먹거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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