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비 정 Oct 14. 2015

젊은이여 떠나라  

뉴욕의 마천루

설명이 필요 없는 도시다. 지구촌 모든 것의 중심이 된 도시라고 해야겠다. 영화에도 뉴스에도 제일 많이  등장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업상 세계를 많이 돌아본 나의 남편이 제일 매력 있어 하는 곳이기도 하며, 나 역시  여행해본 곳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몇 번을 가도 또 가자는 소리가 나온다. 누군가 나에게 '다녀와 본 곳 중에 어디를 제일 추천하고 싶으냐'하고 물으면 두 번 생각 안 하고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라는 덧붙임도 꼭 붙인다. 야망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불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커펠러 센터에서 바라본 센트럴 파크

2010년 11월에  올란도에서 시작된 웨스턴 크루즈를 마치고 미국 간 김에 뉴욕 까지 들리자는 계획하에 올란도에서 미국으로 향했다. 뉴욕 여행 일정은 3박이었지만 도착한 날은 어영 부영 호텔 주변의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이탈리아 구경으로 마치고, 다음 날은 맨해튼 주요 관광지와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 보는 투어를 하고 나니 맨해튼 전체를 하루 만에 다 둘러본 느낌이랄까. 그리고 삼일 째,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라커펠러 센터의 전망대 중 한 곳에만 가고 나머지 시간은 쇼핑을 하자는 의견 일치를 보고 어디로 오를까 남편과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결론은 라커펠러 센터였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오른다면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빠진 뉴욕 시를 보고 갈  수밖에 없고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빠진 뉴욕을  상상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2년 후에 우리는 뉴욕을 다시 찾았고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라커펠러 센터가 담긴 사진을 찍었다.

두 군데의 차이를 들자면 라커펠러 센터가 북쪽에  위치하는 관계로 번화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면 번화가 중심부에 위치한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는 전망대를 돌아가며 나눠 보게 되지만 조금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빨간 별표가 라커펠러 센터. 그 뒤로 센트럴 파크가 살짝 보인다.

뉴욕은 참 매력 있는 도시다. 길을 걷다가도 어느 곳 하나 눈길이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집약적인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박물관마다  돌아볼 수도 있고, 유명 미술 전시관도 많고, 역사적인 건물들도 곳곳에 있으며, 쇼핑 또한 즐겁고, 먹거리 역시 다양하고 풍부하다. 옛것과 새것이  얽히고설켜있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친근한 것은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접한 때문 일지 모르겠다. 전설의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를 너무 많이 보았나 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살아가는 그들도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겠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바라본 남쪽. 멀리 떨어진 빌딩 군집이 월스트리트 부근.

뉴욕의 거리를 캐리 브래드쇼가 된 듯 취해 걷다가도 문득 문득 '별것 아닌데 왜 뉴욕이어야 할까?'였다. 거리에서 만난 양복 입은 신사나 예쁘게 차려입은 워킹 걸들도 우리네와 다를 것 없지 않은가. 다른 도시들도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 오래된 건물과 지하철로 채워진 뉴욕은 세계의 최고 도시라는 명칭을 따냈는가였다.

그리고 전망대에 올랐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 지구별 최고 도시의 번화가를 발아래 내려다 보며  5분 정도 생각에 잠긴다. '별것 아닌데.... 열심히, 노력만 열심히 하고 살았다면 어느 면에서든 우뚝 설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먼저 된다. 아마도 내가 젊은  청년이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밀려왔을 것이다. 나이 든 것이 안타 깝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추슬러 본다. 조금 더 일찍 왔었다면......

라커펠러 센터에서 내려다본 남쪽
크라슬러 빌딩이 왼쪽으로 보이고 검은색 빌딩 두개와 붉은 빌딩 뒤로 강가에 있는 푸른 빌딩이 유엔 건물이다.  


어느 여행이든  보고 듣는 것으로 배워 오는 것이 많다. 돌아오는 가방에는 여행지 기념품과 쇼핑 거리가 담겨 있고 카메라에는 사진이 잔뜩 들어 있다. 그리고 머리와 가슴에는 또 다른 무언가를 꽉꽉 채워와야 여행의 가치가 남는 것이라 본다. 뉴욕은 나에게 남은 인생을 야심 찬 삶을 살아보자는 야망 한 가지를 더 안겨주는 도시였다. 그래서 다시 또 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하라면 똑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뉴욕부터 가보시오. 그리고 높은 빌딩 전망대에 올라가 최고의 도시를 내려다 보며 자신감과 야망을 가슴에 담아 오시오'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