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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 정 Oct 31. 2019

중국 땅, 달릴 수 있을까?

중국 여행 가기 전 2

한국에는 얼마나 클래식 카 마니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홍콩에는 꽤 많은 다양한 클래식 카 마니아들이 있다. 매년 홍콩 클래식 카 클럽에서 중국 드라이브 여행을 간다. 우리가 처음 클럽에 가입할 때가 페라리를 처음 들였을 때인데, 그 녀석이 클래식 카도 아닐 뿐 아니라 페라리를 타고 중국을 달리기엔 중간에 고장이라도 나면 부속품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기에 먼 이야기로 흘려 들었었다. 그런데 코벳으로 중국 여행을 갈 용기가 났던 것은 옛날 기술로 만들어져 차의 내장이 심플해서 가벼운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다는 것.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가다가 고장 나면 여럿이 달려들어 고치고 다시 달리는 모험에 가까운 여행을 꿈꾸며 손꼽아 여행 날짜를 기다리다 정비되어 나온 차가 한 번 두 번 말썽을 일으키니 슬슬 걱정이 되어갔다.

그러다가 옌롱으로 검사를 받으러 간 남편이 메시지로 보낸 사진 한 장.

옛날 친구 아버님이 하시는 정비 공장에서 몇 달간 알바 한 경험이 있는 관계로 자동차 부속품은 대충 알고 있는 나이기에 이것이 뭔지는 알아차렸다.

'제네레다?' 하고 물으니 그렇단다. 압 레이 차우 정비소에서 새로 갈았는데 문제가 생겨서 같이 간 클럽 회원 두 명이 새 제네레다를 주문해 갈아 주고 있다고 걱정 말란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주차장에서 도와주고 있는 두 명이 누군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저러나 이 고장 고치면 저 고장 나는 차도 걱정이지만 검사장 코 앞에서 고치고 있던 차를 검사관들이 합격시켜 줄라는지 그것도 문제다. '걱정 말란다고 걱정이 안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몇 시간 후, 다 고쳐서 검사받는 다고 하더니 합격이 되었단다. 휴~~ 하고 일단은 안심.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화가 안 풀려있었다. 압 레이 차우 정비소에서 새로 갈아 넣은 제네 레터가 정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차도 검사에 불합격될 판이었는데 홍콩인 검사관이 웃으며 괜찮을 거라고 합격시켜 주었다고 한다. 중국 땅 달리기가 이리도 불안 불안해서야 완주를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도 검사에 합격했으니 중간에 견인시켜 올지라도 여행을 떠나자는 다짐을 둘이서 했다.

그리고 남편의 온라인 쇼핑이 다시 시작된다. 하이난 드라이브 여행에 싣고 갈 차 고칠 공구들..

하이난 여행에 앞서 호주의 시댁에 다녀와야 했다. 열흘간 호주에 다녀와 마지막 손질을 보기 위해 차를 정비소에 맡겼고 일주일 후에 다 고쳐졌다는 차를 끌고 시운전 삼아 매달 첫 일요일 아침에 모이는 클래식 카 클럽 모닝 드라이브에 나갔다. 우선적으로 차에 기름부터 가득 채우고 늘 스타트인 사이쿵의 한 주차장으로 덜덜 거리며 들어서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모여들기 시작한다. 내가 아니라 차 때문이지만 옛날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이때 기분 최고다.

주차 하자마자 모여든 사람들이 엔진 뚜껑부터 열기를 기다린다. 내장 들여다보고 차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눈다. 나이 지긋한 한 회원께서 우리 차가 오늘의 스타라고 추켜주신다. 이때쯤 솔솔 내 코에 들어오는 가솔린 냄새.

기름 주입구 아래 바닥에 기름이 똑똑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남편 왈,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달리면 열로 인해 팽창하고 달릴 때 흔들리면서 조금씩 기름이 넘치기 때문이라며 주입구 커버를 열어 보여주는데 기름 받침대까지 달아 놓고 얇은 튜브를 연결해 넘친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되어있었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조금 달리다 바로 세워두면 이지경을 볼 참이다. 조금 덜 채우면 되지 않겠냐고 하니 기름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계산이 나올 때까진 가득 채울 거란다.

이 후로 나의 강박증. '내 차 옆에서 담배 피우면 혼내 줄 거다.'

옆에 노란 차는  이후에 나온 코벳 스팅레이

아침 식사가 준비된 곳으로 모두들 차를 몰고 가게 돼있다. 우리 부부도 달리기 시작했다. 한데 이놈의 내비게이션이 말썽인 바람에 두 번이나 갔던 길 돌아와 다시 가는 성잘 테스트를 하다가 도착할 무렵 클럽 회장인 키스 아저씨가 전화를 거신다.

"아 유 오케이? 두 유 니드 헬프?"

그동안 속 썩인 차의 내막을 잘 아는 분이라 우리 차가 오지 않으니 어디서 고장 나 못 오고 있는 줄 아셨던 거다.

"It's OK. We almost there~~!"

그렇다 우리 코벳 Grandma, 중국 땅 달리기 'almost there~~!'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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