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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Jerk Oct 19. 2018

쇼미슈퍼비

쇼미더머니777

쇼 미더 머니이이이

시즌 때가 되면 아내와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진표형이 편하게 가족적인 느낌으로 진행해주고, 종종 좋은 트랙이 나오기도 하고, 낯선 래퍼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각자 응원하는 래퍼가 생기기도 하고. 유행어 유행짤도 나오고.

무엇보다 개뿔 없어도 지가 세상 짱인 듯한 병맛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밀당에 실패한 케이스


마!


응그거아니야



수염 그라데이션 무엇?
더콰 눈동자가 얼마나 예쁜지 보여준 시즌5 킬링파트
쇼미의 재미

프듀101도 유사 경쟁 룰의 프로그램이지만, 비주류 그라운드에서 야수로 살아오던 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응원하는 거라 협의의 관점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좀 다르다. 이미 주목 받았던 이들보다 덜 알려진 뮤지션을 관심 갖고 보게 되는 것도 개인적인 편애라면 편애. 그런데 이번 시즌은 좀 달랐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만 힙합을 잘 알진 못한다. 몇몇 뮤지션들을 안다. 투팍, B.I.G, 나스, 스눕, 드레, 에미넴, 같은 걸 들었었고 위즈칼리파, 켄드릭.. 뭐 대체적으로 대중적인 이들의 대중적인 곡들을 안다. 고등학교 때 잠시 힙합 동호회 활동을 했었고 잠시 랩 가사 쓰면서 놀기도 했지만, 제대로 파지는 못하고 겉돌았다. 망할 외국어능력 때문에 그래도 귀는 달렸다고, 들어보니 좋은 것들은 계속 찾아 듣고 그랬다. 흔남흔녀들이 힙합을 소비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상 자기소개였고.


쇼미에게 '디스'는 참 좋은 건수다. '디스' 라는 힙합의 음악 경쟁 행위는 쇼미에서만 가능하다. 디스란 게 자칫하면 그냥 커리어 쫑날 수 있지만 잘 밟으면 주목 받고 비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투력이 좋으면 마냥 유리한 것 같아도 스윙스와 슈퍼비의 사례로 보건대, 결국 삶이 일치하지 않으면 힙찔이 이미지가 박혀버리기도 한다.(막 내가 다 죽여버릴 거고 평정할 거고 칼로 쑤실 거고 뿌신다 물어 뜯는다 이런 소리 듣고 있자면 어느새 내가 다 부끄럽... (관상은 북파공작원인데 현실은 복무부적합)


뜻밖의 자아성찰


나의 관전포인트

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시즌 초반의 수혜자, 최대변수이자 복병은 마미손이었다. 2라운드 탈락이 빅픽쳐였든, 노린 척 자연스럽게 만든 거든 결론적으론 신의 한 수였다. 곡도 좋다.

너란 새끼 뭔가가 있는 새끼...


뮤비 영상링크: https://youtu.be/D3ZFtSoWtRc

귓구멍이라도 뚫던가 가사 절지를 말던가
반도 힙합 싸그리 광역디스하는 패기 오지고.


내가 이번에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는

메킷레인,

루플라의 최종 성적과 (오왼 불쌍)

슈퍼비의 성장가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메킷레인에 대한 기대감은 차치하고, 슈퍼비에 대해서 좀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슈퍼비는 악동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디스 배틀에서 보여주는 전투력이나, 가사로 드러나는 인간됨됨이는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잘 건드린다는 건 존재 자체가 공해라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슈퍼비는 사람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영리하고 노련하다. 동시에 유아적이다(이 평가는 갈린다. 유치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대일밴드 붙인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


하지만 힙합씬에서는 쇼미777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슈퍼비의 등장이 엄청난 기대감을 몰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슈퍼비가 답해주고 있다.

나플라, 루피, ODEE, 키드밀리, EK 등과 더불어 누가 떨어져도 아까운 실력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 답지 않은 중재(a.k.a 디아크 진정제)와 화해(라고 쓰고 사실 깔 거 다 깐 뒤 자본주의적 투썸즈업&맞팔로 화해)까지 이루어 내면서 인간적인 호감까지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띤도는 어그로를 그만 끌기 바랍니다.


잉 힝 찡


래퍼  아니라 래퍼적인 사람

정말 음악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히든싱어나 복면가왕처럼 무대와 경연을 통해서 박수갈채 받으면 그만이다. 준비과정과 그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들을 다룰 필요가 없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릴 만큼 혹독한 방송 분량 뽑기는 결국 시청률 사냥 외에도 터프한 힙합 생활, 그리고 뮤지션 이전의 인간도 이야기하겠다는 거다.

어쩌면 슈퍼비는 그 희생자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무대만 비쳐지는 프로그램이었다면, 타블로 디스곡 발표했다고 힙찔 초딩으로 몰리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간 편집을 통해 보였던 깐족 캐릭터가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 몰리고 나면 보통 사람들은 궁지에 몰린 티가 난다. 씬을 떠나거나, 슬럼프로 공백기에 들어가거나, 자책으로 자아가 붕괴되거나, 악에 받힌 슈퍼 울트라 찌질이가 되거나. 그야말로 힙합감옥행이다. 그런데 슈퍼비는 다른 선택을 했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옳은 선택을 했다. 자신을 더 지지하고 집중하는 싸움을 했다. 부지런히 비트를 갈고, 랩을 닦았다. 그리고 또 쇼미에 도전했다. 또 또 또 한 번 자신을 보여주기로 한다.

경험을 토대로 더 노련한 방송인으로서 제작진과의 머리싸움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슈퍼비는 사실 쇼미 최다 출전자. 시즌6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으니 6번째 도전).


누구나 도전이란 걸 한다. 그리고 실패하면 반성이란 걸 한다. 헌데 그때 전제부터 흔들리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나갔나?' '나는 결국 이정도 그릇이었던 건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 질문을 피하기 쉽지 않은데, 그 고민을 하지 않을 만큼 유쾌했던 건지, 슈퍼비는 매번 더 건강한 얼굴로 나타났다.

‘이번만 봐주시면 더 안 나오겠다’는 그의 공약은 여러 의미가 있을 거지만, 결국은 더 이상 미련 없을 성취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그만큼 더 빈틈없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해를 오예로

슈퍼비는 원래 괜찮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방송에서 꽤 불리하게 다뤄졌을 수 있다. 반면, 진짜 쭈글이 힙찔이일지 모른다. 방송보다 더 야비하고 치사한 사람일지 모른다. 어느 쪽이었던 간에, 그냥 그렇게 남겨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개썅마이웨이 하면서 알아주는 때를 기다리는 건 좋은 답이 아닌 것 같다.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오해를 푸는 방법은 결국은 소통에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말한다고 다 해결 될 거라는 건 아니지만, 될 때까지 이야기하는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 (뉴챔프식 아니야)


슈퍼비(면도 미포함) 의 행보는 아직 다소 쭈글하지만 나는 멈추지 말고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그가 얼마나 유치하고 저열한지에 대한 논쟁과 이야기는 점차 시들해지고, 슈퍼비가 하는 음악에 대해, 가사로 빚은 재치와 의미에 대해, 그가 나누고 싶어하는 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집중하게 됐으면 한다. 그렇다면  그로서는 여섯 시즌을 투자한 것에 대한 꽤 괜찮은 익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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