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못하는 저도 스노클링이 가능해요?
태국 끄라비에 도착했다. 끄라비는 태국 남부에 위치한 휴양 도시로 저렴한 물가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도인들과 서양인들이 많고, 근래에는 한국인 여행객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휴양지인만큼 여러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주로 섬 투어이고 어떤 섬을 방문하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가장 유명한 것은 피피섬 투어(영화 ‘더 비치’의 촬영지였다고 한다.)이고 그 외 홍섬 투어, 4 섬 투어, 7 섬 투어 등이 있다.
여러 투어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다 가성비 추구 여행객답게 ‘비슷한 가격이면 하나라도 더 보는 게 낫지’ 생각으로 7 섬 투어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밤바다에서 오묘한 파란빛으로 빛나는 ‘발광 플랑크톤’을 볼 수 있다는 여행사 직원 말에 설득됐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발광 플랑크톤 사진을 보고 언젠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투어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스노클링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노클링’ 단어를 듣고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는 ‘물 무서워’ 인간이고, 수영은 하나도 못하는데’였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우면서 중이염으로 심하게 고생을 한 탓에 물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영과는 멀어졌다. 그래서 평소에 바다에 가도 발만 담글 뿐 물놀이는 전혀 하지 않는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에 든 생각은 ‘그래도 한 번 해봐?’였다. 왜냐하면 ‘물 액티비티는 못 해요’가 전제였던 나에게 스노클링은 마음 한편에 항상 로망처럼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도전하기’ 아니었던가. 스노클링이야 말로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해 보였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니 수영을 전혀 못한다는 것을 여행사 직원분께 알렸고, 가이드가 도와줄 거니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직원 분의 강력한 응원(?) 덕분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숙소에 돌아가 장비 착용법과 호흡법을 유튜브로 조금 익히고 98% 설렘과 2%의 걱정을 가지고 잠에 들었다.
대망의 투어날. 여러 섬을 거쳐 첫 번째 스노클링 구역에 도착했다. 구명조끼를 하나 받고 자연스럽게 바다에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제일 마지막으로 보트의 계단을 타고 내려와 바다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그대로 꼬르륵 바닷물에 잠겼다.
구명조끼를 입었음에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경직된 탓에 물에 뜨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1차 시도는 실패한 채 보트 줄만 잡고 매달려 있다가 다시 보트로 올라왔다.
막상 바닷물에 던져지니 98% 설렘과 2%의 걱정은 99.8%의 걱정과 0.2%의 설렘으로 바뀌었다. 걱정은 다시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이어져 ‘물이 맑아서 위에서도 이렇게 물고기가 보이는데 꼭 들어가야 할까? 그냥 이대로 보면 되지 않을까?’의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는 중에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을 보니 스노클링이 로망이었던 나와 어제의 결심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결심했다. ‘그래, 최소한 1초라도 얼굴을 넣고 물고기 한 마리라도 보자’
혼자서는 어려울 듯하여 가이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가이드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난 한 손은 가이드의 손을, 다른 한 손은 내 코를 붙잡고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어제 유튜브로 배운 호흡법을 떠올리며 물속으로 얼굴을 넣고 드디어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물속에서 본 물고기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니, 주체할 수 없는 신남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단순히 스노클링을 했다 보다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규정해 왔던 것을 극복해 낸 순간이어서 더 감격스러웠다. 물론 누군가가 ‘그래서 물 공포증을 극복했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다만, 내가 물에서 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이번 경험을 계기로 ‘수영’이라는 것을 배워보고 싶어 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던 도전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어떤 도전을 할 때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였는데, 가이드 덕분에 누군가의 도움이 도전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가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 정보 및 꿀팁은 혼여젼 인스타그램(@honyeo_jjeeon)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