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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여젼 Jul 10. 2024

04. 암환자로 세계여행을 다시 시작하다

제가 99% 확률로 암환자라고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비인후과와 비뇨의학과를 다니며 건강 회복에 전념했다. 하루빨리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우선은 그 마음은 꾹꾹 눌러 담고 건강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머릿속에는 ‘건강 회복’과 ‘완치 판정을 받는 순간 바로 비행기표를 끊어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도 꾸준히 하고 그간 안 좋았던 부분도 이번 기회에 체크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는 ‘갑상선’이었다. 이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은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라는 결과가 떠올라 동네 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진행했다. 꽤 오랜 시간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진행하는 동안 선생님께서 계속 ‘아..’, ‘흠..’과 같은 소리를 내셔서 예감이 썩 좋지 않았다. 쎄한 기분은 틀리지 않듯, 초음파 검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조심스레 이야기 꺼내셨다. 아직 크기가 작긴 하나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당혹감과 두려움이 컸지만 우선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기 전 밤낮없이 인터넷으로 ‘갑상선 암’에 대해 검색했다. 갑상선암의 특성상 위치와 크기에 따라 수술의 시급성이 결정되는데, 당시에는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한동안 해외여행은 어려울 텐데, 그럼 안되는데!’ 같은 생각만 했다. 그만큼 여행이 간절했다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좀 철없는 생각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긴장감으로 며칠을 보내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속상하게도 내 갑상선에 있는 작은 결절은 암일 가능성이 ‘99%’이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급하게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위험한 위치는 아니어서 당장 수술을 진행할지, 좀 더 나중에 수술을 진행할지는 환자 선택에 따르겠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하라고 하셔서, 짧은 고민 끝에 잠시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왜냐하면 수술을 당장 진행하면 언제 다시 여행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 감도 안 왔고, 이후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모든 것에 담담해지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난 다시 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행에 대한 마음이 좀 더 진해졌고 몇 가지의 여행 목표가 추가되었다. 추가된 여행 목표는 아래 세 가지였다.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곳 꼭 다녀오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도전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즐기기


 그렇게 나는 좀 더 강해진 체력과 멘탈을 장착하고 다시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마음을 위로해 준 태국행 비행에서 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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