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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Oct 22. 2015

다시 혼자

(2)

보통 바람이 나면 집에 더 잘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들었는데 엄마는 반대였다.

누가 봐도 집에 마음이 떠났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행동했다.


맡아서 하던 집안일을 안 하는 건 물론이고, 가족끼리 하는 행사에는 다 빠졌다.

가볍게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도 친구들 만나러 간다며 사라지기 일수였다.


몸이 아프다고 가게에 나가지도 않고 앓아눕다가도 연락을 받곤 벌떡 일어나

씻고 화장을 한 뒤 외출해버렸다.


그러다가 아빠가 또 한번 엄마가 그 남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아빠에게 한번 들킨 뒤로는 휴대폰을 잠가놨었는데 하루는 엄마가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잠들어서

아빠가 내용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내용도 아빠가 사진으로 찍었다.

다시 추궁했지만 전과 상황은 똑같았다.


엄마는 더 뻔뻔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말했고

오히려 아빠에게 함부로 남의 폰을 뒤진다고 화까지 냈다.


이 때 내 마음은 복잡했던 것 같다.

배신감도 느껴졌고, 화도 났다. 그런 사람 이러니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고맙기도 했다.


나를 싫어하는 엄마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서.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패륜'이라는 말이 좀 더 나에게서 멀어진 것 같아서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화가 났다.

나와 엄마에게 화만 낼뿐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사이에서 죽어나는 건 갓 퇴원을 해 집에 있을  수밖에 없던 나였다.


당연히 매일 싸우는 소리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같이 싸웠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 이후로 1년 뒤에 아빠가 엄마 차에 gps를 달았다. 

더 이상은 두고 못 보겠다고 생각했다며 갑자기 증거를 잡아야겠다고 했다.


내 눈에는 엄마가 더 이상 요리도 집안일도, 가게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걸로만 보였다.

아빠에겐 엄마는 그런 존재로만 여겨졌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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