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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e Han Apr 05. 2017

소유, 공존?

어렸을 적 처음 키웠던 병아리부터 지금의 조제까지


 초등학교 시절 봄이 되면, 하교길에는 양반다리를 한 채 박스 안에 삐약거리는 병아리들을 놓고는 200원에 파는 늙은 할머니가 있었다.

 아이들은 그게 뭐라고 두 세 마리를 사서 얘가 얼마 못가고 죽었다느니, 우리집에 병아리들은 벌써 닭에 가까워져 징그럽다는 둥, 자기 엄마가 그 병아리들을 시골에다 맡겼다는 둥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그 중 무리에는 나도 있었는데, 그때는 그 냄새나고 꺅꺅대는 병아리 새끼들이 왜이리 귀엽고 소장하고 싶었는지, 엄마한테 혼날 걸 알면서도 두마리 사왔더랬다. 아마 그것이 나의 첫번째 애완동물이었을거다.


 그 전에도 한창 유행하던 햄스터를 키우고 싶어 징징거리다가 어느날 시골 외할머니댁에 놀러갔다는데 아빠가 “그렇게 키우고 싶으면 여기서 쥐라도 잡아와 키우든지.”라고 하는 말에 남동생이랑 나는 정말 뒤산에서 들쥐를 잡아왔다. 그걸 보고 우리 아빠는 기겁을 하며 가위로 한방에 그 들쥐를 죽여버렸지만.

 

 어쨌든 그 병아리들은 우리집에서 잘만 컸다. 그때 병아리들이 준 닭으로 될 때는 정말이지 충격과 공포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 귀엽던 병아리 새끼들이 날개가 점점 돋아나면서 그 귀여운 뺙뺙 소리들이 꺽꺽 소리로 변하고, 더이상 방에 들여놓을 수 없는 흉물(?)이 되어버렸으니.. 그리고 그네들은 시골로 옮겨 잘 크다가 맛있는 백숙이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라오면서 지금까지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지도 모른다. 어떤 것을 소유하면 나의 삶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 기대심리. 

 8년 가까이 나는 '조제'와 함께 많은 시간을 나누었고 공유했고 그녀를 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진정 그녀는 나에게 소유되는 것이 진정 그녀가 바란 일이었을까, 너무 내 틀 안에서만 산다는 것이 갑갑하진 않을까-라고 자문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져갔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슬그머니 다가가 그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고, 함께 산책을 가면 나무에도 올라타보기도 하고, 새로운 바깥 공기와 낯설은 외부 광경들 - 나무들, 처음 만나는 길 고양기들, 음악 소리, 직접 내리쬐는 햇빛.. -을 보고는 신기한 눈빛으로 그것들을 느끼곤 했다.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녀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배우며, 나누어야할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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