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반햇소농장 한우 정육 전문점
무주에 여행 온 지인들이 여행전문가인 필자에게 ‘무주의 맛집’을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주에 살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정보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일게다. 그럴 때마다 몇 군데를 찍어 알려준다. 물론 주관적인 기준에서다. 그러나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필자가 알고 있는 무주 맛집은 주로 소문나지 않은 평범한 집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갈한 음식을 내는 집들이 주를 이룬다.
무주 적상삼거리에 위치한 한우전문점 ‘반햇소’의 전병술(46)·양정아(45) 부부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음식점은 역시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언제 어디를 가든 간단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며 여행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음식은 ‘입소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첨단시대에 걸맞게 홍보나 운영방침도 변해야 한다는 것도 공감하지만 SNS를 통한 홍보는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무주 IC 앞 만남의 광장에서부터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지금까지, 6년 동안 지역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무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한결같이 사랑받는 비결을 물어봤다.
“처음 식당 문을 연 계기가 자부심을 갖고 소를 키웠는데, 너무 저평가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죠. 그리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꾸준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덕분에 지금의 반햇소가 있는 것 같아요.”
적상면 길왕마을이 고향인 전병술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전으로 나가 유통 관련 일을 했다. 하지만 흙과 멀어지면 몸이 아픈,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체질 때문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부인 양정아 씨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려서부터 꿈이 목장경영이었거든요. 부친이 이미 소를 키우고 계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꿈을 가진 것 같아요. 일이라면 겁내지 않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처음 무주 내려와서는 죽어라 일만 했어요. 밀모에서 배추·고추·감자 농사를 짓고, 논농사까지 합해 3천 평 정도 지었으니까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저는 친구들과 놀 여유가 없었어요. 절골에서 돼지를 사육했는데, 한겨울이면 얼어붙은 계곡물을 길러다 줘야 했고, 표고에 인삼농사까지 지었으니까요. 흙과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을 보면, 무주에 살아야 할 팔자인 거죠.(웃음)”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금산이 고향인 부인 양정아 씨도 마찬가지다. 어려서 꿈이 시골에 사는 것이었단다. 남들은 다 도시로 나가던 시절에 시골에 사는 꿈을 꾸었다니...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대전에서 무주로 터전을 옮겨올 때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주말이면 길왕마을 시댁에 내려와 농사일을 거들었고, 아이들도 방학이면 자연스럽게 무주에서 보냈기 때문에 잠자리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덕분에 아이들 또한 별 탈 없이 잘 적응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자연 속에서 자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다.
부부의 하루 일과는 번갈아가며 식당을 지키고 소사육과 식당에 쓰일 채소를 재배하는 것이다. 또 틈나는 대로 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부부의 일상을 듣다 보면 잠시도 비는 시간도 안 보이는데, 도대체 언제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시간이 나는지 궁금할 정도다.
“직원들이 현재 10명인데, 주방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조카와 그 친구들입니다. 우송대 호텔경영학교 출신들로 미래의 사장님들이죠.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에요. 저는 숯불 피우는 담당이고, 아내는 지금도 주방에서 일하니까요. 직원들을 같은 식구로 생각하니까 좀 힘들고 험한 일은 우리 부부가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교육은 우리 부부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예요. 무주 농업기술센터뿐만이 아니라 대전으로도 갑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교육을 통한 공부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죠.”
부부는 무주농업대학을 6년 다니고 올 해 또 등록할 예정이다. 그동안 관광과 조경, 약초, 식품가공, 마케팅을 배웠는데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일주일에 한번 4시간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항상 상을 받았다. 관심분야가 많아 계속 공부를 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한국식품정보연구원에서는 식품공학에 관련된 공부를 2년 동안 했다. 실무자들이 하는 교육이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전국의 경영인들과의 모임도 네 군데나 참여하고 있다. 농·산·어촌발전 모임과 탑리더 교육, 농업인 모임인 큰 바위 얼굴 등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국적인 교육이지만 무주에서는 부부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으로 교육받으러 다니는 우리 부부를 보고 사람들은 ‘그거 안 해도 먹고사는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라고들 합니다. 물론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낸다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미래를 대비해야죠.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몸은 고달파도 더 밝은 미래가 있을까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아 온 부부에게 올 해는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다. 틈틈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현재는 떡갈비와 한우 만두, 육포, 한우 피자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좀 더 발전시켜 농공단지에 육가공식품 공장을 세울 예정에 있다.
“‘무주’란 브랜드 가치가 엄청납니다.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관광객이 1년에 수십 만이에요.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통해 수익창출을 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육가공식품 공장을 세워 무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무조건 들렀다 가는 필수 코스로 만들 생각입니다. 상품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까요.”
야심 찬 부부의 꿈이 이루어질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필자 역시 여행전문가 입장에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던 부분이 바로, 알아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그냥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적절한 여행코스를 개발해서, 관광객들이 무주에 머물면서 소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부부는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자평한다. 소사육은 95%의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식당은 부부의 계획대로라면 아직 멀었다. 마지막 남은 꿈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3년 내 한우 뷔페를 여는 게 우리 부부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주방실장을 한정식 전문가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 한우 풀코스 요리를 내는,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음식점을 만들 겁니다.”
이 부부가 달려가는 종착점은 어디일까. 남들은 다 성공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꿈이 과해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무궁무진한 무주의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6년 동안 부부가 보여준 ‘반햇소’의 맛이 앞으로도 쭉 변함없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반햇소농장 블로그 http://blog.naver.com/bhshan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