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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인 Oct 08. 2015

2011년 여름

첫 번째 목적지였던가? _ 광주

  2011년 여름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광주. 사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내가 내렸어야 할 역은 광주역이 아니었다.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듯한 그 계획대로라면…… 일단은 그렇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그러다 조금 더 내려오게 되었고, 부랴부랴 내린 곳이 광주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참 묘미 아니겠는가. 향후 (혹은 원래부터) 내가 여행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결국  첫날부터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는 소리다.


  한 여름, 그것도 덥디 더운 광주. 불현듯 생각나는 이가 있어 연락을 했다. 중학교 3년 내내 붙어 다니던 친구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럼에도 어찌어찌 광주에 내려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던 친구.


어, 나 광주다.


  오랜만에 연락했는데도 긴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 가끔 참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라는 건. 나든, 상대방이든.



  갑작스러운 연락과, 그보다 더 급작스러운 방문에도 친구는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몇 년이 흘렀어도 그대로인 친구의 모습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녀석, 분명 살 뺀다고 하지 않았던가. 왜 그대로였냐 너.


  광주에서의 사진은 이게 끝이다. 잠이 덜 깼고, 더웠고, 더웠다. 시원한 음료를 한 잔 얻어 마시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술을 마셨다. 많이 마셨다. 1차에서 2차로, 2차에서 3차로 공간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는 점점 어려져 중학생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에는 캔맥주를 사서 친구네 아파트 단지 공원으로 가 나름 어른인 척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떻게 살래?


  여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모기가 참으로 많았다. 근성으로 버텨내다 미련한 짓이란 걸 깨닫고 친구 방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해장국이 올라 있는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런 놈도 서울에서 온 손님이라고 어머님이 아침에 부랴부랴 준비해주신 모양이었다. 정작 어머님은 이미 나가신 터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지만.


  이 날 먹었던 아침은 내 평생 잊지 못할 맛이다. 염치도 없이 밥을 두 공기나 먹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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