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답게 살고 싶은 걸
나는 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싫어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 콩과 두부이다. 이유야 나도 잘 모르겠지만 두부를 몇 입 먹다 보면 갑자기 구역질이 올라온다고 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콩은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두부는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꽤 괜찮은 식물성 단백질원이고 건강에도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말을 무지하게 듣고 자랐다. 뭐 그런 것도 있고 나는 뭔가 못한다? 싫으니까 싫다. 반대를 위한 반대 등등 이런 것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습관적 관성 같은 것들이 싫기 때문에 때때로 두부를 먹어본다. 이쯤 되면 먹을 수 있게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직까지 시도해본 결과 여전히 나는 두부가 싫다.
뭐 두부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근래 느낀 거라면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걸 다 가졌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충 나의 취준 생활은 5년 정도인데, 물론 여전히 백 퍼센트 여기가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원하던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 안에 불었던 폭풍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으나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들이닥치는, 때때로 폭풍처럼 밀려오는 내가 나로 사는 것이 괜찮은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없었던 거 같다.
취직을 하게 되니 주변 환경이 변했다. 한편으론 안도도 되었다. 내가 나로 있어도 된다는 증명을 받은 거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나는 사회적 동물이고 이러한 나의 성격에 세상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무한의 적응 기간을 지나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나는 꽤 잘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고 싶었다. 뭐 다 떠나서 암튼. 살다 보니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다. 내가 나인 데로 살아도 되는가.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나는 나 다움을 고집하면 침몰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안 하던 짓을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물론 그 생각을 한지는 꽤 됐지만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을 빠르게 실천하고 살았다면 내가 아니지. 나는 원래 시동 걸리는데 삼만 년 정도 걸리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음식을 먹어도 먹어보지 않는 걸 먹고 가격이 좀 비싸더라고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역시나 사람은 익숙한 순간들을 사랑하기에 실천이 얼마나 잘 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하나둘 새로운 것을 해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가지 않을 자리. 예전 같으면 만나지 않을 거 같은 사람. 절대 곁을 내주고 싶지 않은 마음. 선 넘는 게 싫은 사람들, 그래도 내가 봐주자 싶은 사람들? 싫다는 걸 세 번 이상 말하게 하지 않을 사람들만 만나 왔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편견 없이 사람 만나기 등..+ 절대 내 돈으론 사지 않을 것 같은 것 사기.
그렇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결국 나는 내가 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었고 숫자와 상관없이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유익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뭐 유익하니까 좀 득실을 따지는 거 같지만 나의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사람들 말이다. 결국은 나는 그저 나답게 살고 있었다. 새롭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냥 나 답게 살고 싶다.
세 번 이상 싫다는 말을 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 나는 그냥 편한 사람들이 좋다. 그게 옳고 그른지 맞고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면 그저 좋은 거니까. 나는 그냥 누워서 통화하고 같이 뒹굴거리며 깔깔 웃게 만드는 사람들이 좋다. 자주 많이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봐서 좋은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 뭐 그동안 배운 게 있다면 새로운 시도가 나쁘지는 않다는 것. 하면 한다는 것 정도. 그리고 의외로 생각보다 괜찮은 (역시나 별로인--이건 원래 알고 있던 것)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양고기가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계속 나답게 살련다. 적당히 세상과 맞추고 어울리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는 얼굴로! 그게 세상에 어울리지 않더라도 적당히 맞추며 그리고 적당히 나답게. 나는 이미 계속 내가 원하는 걸 가졌었고,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싫으니까 때때로 두부를 먹어보듯이 싫을 거 같은 사람 싫을 것 같은 순간도 회피하지 않고 양껏 한입 깨물어 볼 것이다. 결국은 구역질이 나더라도 해보지 않고 싫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지 계속 더 잘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