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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Mar 12. 2022

'탈곡' Chapter.3 - 옆사람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처음으로 탈곡클럽 모임 당일날에 글을 쓰고 있다.

정확히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오후 9시 22분이다. 마감까지 38분이 남았다.

마감에 쫓기는 글을 쓰는 건 오랜만이다. 몇 년전에 (현재의 문장력을 보면 믿을 수 없겠지만) PAPER라는 잡지에 글을 기고한 적이 두어번 있었다. 발행일이 정해져있는 잡지였기에 마감일도 정해져 있었는데, 마감에 쫓기고 쫓기다 겨우 뱉은 글이 스페인의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라는 축구클럽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 봐도 '포보스 선정 역대 최악 노잼 글 BEST.10' 에 들어갈만큼 재미와 영양가를 모두 못 잡은 그 글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고등학교 수련회의 장기자랑 시간 때 친구들과 같이 췄던 춤 만큼의 민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게다가 남여공학이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매체에 노잼 텍스트를 채워 나무에 미안한 짓을 숱하게 저질렀지만 그 때 만큼 재미없던 글은 없었다. 마감에 쫓긴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거다.

이미 여기까지 썼는데도 노잼의 기운이 확실히 몰려오고 있다. 아니 이미 몰려왔다.


어쨌든 오늘의 주제는 '옆사람이란 무엇인가?'이다.

옆사람은 무엇일까?뭐긴 뭐야, 옆에 있는 사람이지. 가장 최근에 옆에 있던 사람은 방금 전 미팅에 참여했던 사업파트너 모 씨다. 최근들어 가장 오랜 기간 옆에 머물러줬던 옆사람은 지금은 헤어진 前 여자친구분이였다. 그러고보니 작년 7월, 10년 만의 연애를 축하해 준 지인들과 각국의 정상들이 있었는데 미처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만간 보도자료를 낼 생각이었습니다.


((공포 소재가 있으므로 열람주의 요망))

아무튼 최근엔 옆사람이 없다. 사무실에서도 혼자 있을때가 많다. 서울 일 때문에 머물고 있는 누나 집에 있는 지금도 옆에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노트북 카메라에 누가 비춰질수도 있겠다. 그러고보니 슬슬 봄도 오는 듯 한데 여름도 빨리 오겠다. 납량특집과 귀신 이야기들로 가득할 계절 말이다.

귀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SBS에서 방영했던 '어느 날 갑자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드라마였는데 첫 에피소드가 스티커 사진기에 찍히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온 가족이 초 집중해서 본 드라마였는데 정말 무서웠다. 당시 공포물의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토요미스테리 극장과 이야기속으로와 견줄, 아니 그것을 넘어설만한 연출과 무엇보다 귀신의 생김새가 정말 무서웠다.

그 귀신을 맡은 배우가 이나영이었는데 그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한다. 현재는 너무 유명한 배우가 되었지만 그 때 당시는 너무 무서웠고 잠시 자료를 찾느라 검색해서 오랜만에 봤는데도 진짜 무섭다. 오늘 잠은 다 잔 것 같다.


생긴 것 답지않게 겁이 상당히 많다. 너무 밝아서 방에 불은 못 켜고 자지만 스탠드다 현관불은 켜고 잔다. 혼자 지냈던 서울의 집에선 꾸준히 베란다와 부엌 불을 켜고 잤다. 이것도 그나마 나아진 건데 10년 전쯤에는 아예 TV를 켜고 잤어야 했다. 그것도 링을 보고 나서는 불을 환하게 켜고 자는 것으로 바꿔야만 했다. 어쩌면 내 다크서클의 원천은 그렇게 선잠을 자서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다크서클의 기원이 초등학생 때부터라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


오늘도 두서없이 쓰다 보니 납량특집을 좀 더 앞당긴 글이 되버렸다. 더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거 다 쓰면 내가 오늘, 아니 최소 사흘은 잠을 못 잘 것 같다. 아니면 집의 모든 불을 다 켜고 자야 한다거나-

결국 옆사람이란 무엇인가?의 옆사람은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를 일컫는 것이 되버린 것 같다. 그리고 예상대로 영 재미가 없는 글이 또 하나 탄생해 버렸다.


나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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