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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Mar 15. 2022

대하에세이 '탈곡' Chapter.4 -엽차란 무엇인가

<이미지 출처 : 당연히 구글 펌>


벌써 네 번째 #탈곡클럽 에세이를 탈고하고 있다.

탈곡클럽이 시작된 지, 무려 4주가 지났다는 이야기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을 건데 기억이 안 난다.

요즘은 늘 이렇다. 오늘은 화요일이지만 어제 뭘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 그런채로 오후 6시 20분을 맞이해 버렸다.

오랜만에 병원에 들렀다. 매년마다 성지순례처럼 찾게되는 곳인데 그 이름하여 '에이원 신경정신과의원'이다.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해있는 유서깊은 병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을 이용한지는 5년쯤 되었다.

퇴사 후에 연말에 공연을 하나 만들면서 불안증세가 심각해져 찾은 게 2017년 이었다.

그 때 이후로 잦으면 1년에 서너번은 들렀고 작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들러 한 달치 약을 타가곤 했다.

처음 찾았던 때의 증상이 가장 심각해서 약을 많이 받아가곤 했는데 최근 3년 정도는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각각 한 알씩만 받아간다.

매년 3~4월에 병원을 찾는 걸 보면 이 시기에 내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은 신사업을 시작할 터인데 나는 이때 가장 불안해지고 우유부단해지며 멍청해진다. 쉬운 결정, 쉬운 일 하나 처리 못해서 미루거나 하는 일이 1~3월 쯤에는 자주 발생한다.


매년 겪은 이런 일들에 대해, 딱히 궁극적인 치료제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누구는 명상을 추천해주고 또 누구는 운동이나 취미를 추천해주지만 누군들 안해봤으랴- 정신과를 찾은 건 2017년 이었지만 불안증세 + 우울증은 그 훨씬 이전부터 몸에 내제되어 있었다. 몇 년 전 페북에 올렸던 글만 봐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것 같더라. 그 때는 극복을 해본답시고 이런저런 노력을 나름대로 했었다. 그러다 결국 정신과를 찾았고 그 이후에는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도 나를 탓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어버버 어버버 하는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명상할 때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럽듯이 정서적으로 힘들 때 찾아오는 여러 생각들도 떨쳐버리려면 힘들기 마련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건 있어서- 뭘 한다고 해서 치유되리라는 법은 없다. 좀 더 나아지거나, 아니면 일시적 효과만 있겠지.


이렇게 살아가는 게 싫지는 않다. 불과 몇 년전에 생에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저승행 고속버스를 타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야- 불안하긴 해도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되어 있다. 그러니 연초에 이렇게 소소한 발작을 할 때도 나름 받아들이는 편이다. 다만 지금은 결정해야 할 일들이 좀 많다보니 머릿속은 복잡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서 응급처치를 좀 하자는 것일 뿐이지.


이번 주제인 '엽차란 무엇인가?'와 전혀 관련없는 글을 썼다. 엽차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미 업로드한 이미지가 다 설명을 해놔서 딱히 얘기할 게 없다. 엽차는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마셔본 기억도 없다.

지금은 단지 #탈곡 을 하기에 가장 좋은 상황인 것 같아서 쓴 것 뿐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이상 내뱉기에 가까우니까. 지금이 가장 내뱉기 좋은 때다. 이제 2주 뒤면 '엽'자 돌림의 주제가 끝난다. 엽 자를 크게 의식하며 쓴 적은 없으나 그래도 아주 약간은 부담이 되는지라, 얼른 이 시기가 끝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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