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오늘은 Lava Point 로 간다.
우리가 캠핑한 'South Campground' 는 자이언 캐년 캠핑장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화장실/물/쓰레기장 말고는 아무런 시설이 없으며, 보통 이런 캠핑장들은 예약을 미리 받지 않고, 그날 그날 선착순으로 입장을 시킨다. (솔직히, 맘 내키면 출발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이게 더 좋다. 별로 몇 달 전부터 스케줄 확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계절마다 다름) 체크인을 시작하고 선착순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전날 저녁에 가장 가까운 마을인 Hurricane 에 있는 Walmart 에서 노숙을 하고 새벽에 캠핑장으로 들어온 것.
일단, 자리를 배정받으면 최장 14일까지 연속으로 캠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일정을 14일로 잡은 것!) 아예 살림을 꾸리고 눌러앉지 못하도록, 연속 14일 이상은 캠핑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이건 대부분의 캠핑장이 비슷하게 운영된다. (이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캠핑장들은 대부분 국립공원에서 직접 운영한다.)
또한, 이 곳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연간패스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격은 $80.
캠핑장은 그냥 산속에 텐트를 치는 유유자적한 분위기다. 이런걸 보다가 한국 캠핑장을 보면 돗대기 시장 같다.
각 캠핑 구역에는 딱 2개의 시설만 있다. 불을 피우는 Fire Place와 피크닉 테이블. 뭐 이거면 충분하다.
이런 깊은 산속에 위치한 캠핑장에는 보통 샤워실이 없다. 따라서, 직접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규칙은 샤워한 물을 바닥에 그냥 버리면 안된다는 것, 그래서 보통은 샤워실이 내장된 캠핑카를 끌고오는게 일반적이지만, 난 간이 샤워시설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먼저, Solar Shower 라고 부르는 간이 샤워기를 구매했다. 팩에 물을 채워넣고 낮에 햇빛이 잘드는 곳에 두면, 하루종일 물이 데워지고, 그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유지를 한다. 이번에 처음 써 봤는데 생각보다 아주 쓸만하다. 해가 떨어진 뒤에 샤워를 했는데, 그때까지도 상당히 따뜻했다. (참고로 이 지역은 사막지역이라, 해가 떨어지면 바로 시원 내지는 쌀쌀해진다.)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중력에 의해서, 전기나 가스 없이도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다. 100% 무공해, 무 에너지 샤워 시스템이 되겠다. (10불도 안한다. 대박!) 캠핑장에 따라서, 나무에 이런 Solar Shower 를 매달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캠핑장에 문의를 하고 설치해야 한다.
샤워한 물을 모으기 위해서, 애완동물용 풀장 패키지를 구입하고, ($35) 여기에 물이 차면, 따로 구입한 하수탱크에 물을 모은다. ($100)
이 탱크는 용량이 꽤 커서 (15갤런, 약 60리터) 1~2사람이 2주간 샤워한 물을 다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집에 돌아갈 때 한번만 물을 비워주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게 샤워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오늘은 우리 캠핑장 반대편 쪽에 위치한 Lava Point 를 가본다. 우리가 위치하고 있는 South Campground 를 내설악이라고 한다면, Lava Point 는 백담사를 통해서 올라간 대청봉쯤으로 보면 된다. 그 깊은 산속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가 뚫려있다. 차를 타고도 1시간을 넘게 가야하는 어마한 거리.
어제 갔었던 Angels Landing 에서 등산으로 Lava Point 에 갈 수도 있다. 8시간을 계속해서 오르막을 가야하는 험한 코스이다. (아래 지도에 6시간으로 나온건 오르막을 계산하지 않은 것.)
올라가는 길인 Kolob Terrace Rd 의 경치가 예술이다. 그냥 그림이다.
산위로 한참 올라갔는데 갑자기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고,
그림같은 집이 나타난다. 저 집엔 누가 살까?
Lava Point 바로 옆엔 Kolob Reservoir 라는 저수지가 있고,
Lava Point 에도 캠핑장이 있다. 근데 여긴 달랑 캠핑자리 6칸만 있고, 물도 쓰레기통도 없고, 푸세식 화장실 2칸만 달랑 있다. 근데, 오~ 이게 진정한 캠핑장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캠핑장에 사슴이 그냥 풀을 뜯고 있구나!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캠핑장도 깊은 산속 옹달샘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긴 정말 태초의 자연인 것 처럼 글자 그대로 첩첩 산중에 위치하고 있다. 대청봉 꼭대기에 캠핑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아니 백두산 꼭데기라고 해야 더 옳겠다.
다음번엔 물탱크를 제대로 준비해서 이 캠핑장에 꼭 와봐야 겠다. 문제는 달랑 6칸 뿐이고 선착순이라, 한시간을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여러번 반복해야 할 듯.. 오늘도 혹시나 하고 자리현황을 봤더니, 당연히 6칸 모두 차 있다.
바람을 넣어서 사용하는 휴대용 쿠션을 펴서 누워본다. 그래.. 이러려고 온거지..
두시간 저러고 멍때리다가 도시락 까먹고 내려왔다. 끝.
자이언 캐년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