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먼저, 북쪽지역인 Island in the Sky 를 가본다.
Island in the Sky 지역의 포장도로 구간은 고도가 높다. 마치 산꼭데기 위의 분지같다. 과거엔 이곳만이 지상이고, 나머지 캐년랜드 전 지역은 바다 밑이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모든 지역은 과거에 바다밑이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지점만이 지상, 즉 섬이었던 것. 이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Island in the Sky 지역의 뷰포인트 Grand View Point Overlook 이다.
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고도 아름다운 이름인가. Island in the Sky - 하늘 위의 섬! 밑에 보이는 광경은 모두 과거의 바다 밑이다. 지각의 융기현상으로 이들이 통채로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White Rim' 코스는, 과거의 바다 밑에 있던 곳을 오프로드로 달리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White Rim' 에서 올려다 본 'Island in the Sky' 지역. 저 꼭데기만이 과거의 지상이었다. 저 부분은 진정 과거에 '섬' 이었던 것이다.
'White Rim' 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3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 Shafer Canyon Road 로 진입하는 것이다. (반드시 이 곳으로 들어가기를 추천함!) 수백미터의 거의 수직절벽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것인데, 처음 이 입구에 서서 저 길을 쳐다봤을때의 감동과 흥분을 잊을 수가 없다. (사진이 광각이라서 높이가 잘 표현이 안되고 있는데, 정말 깍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이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 옆으로는 천길만길 낭떠러지라, 맞은편에서 차가 오기라도 하면 정말 심장박동수가 두배는 빨라지는 것 같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승용차는 진입이 어려우며, 최소 SUV가 추천되며, 오토바이도 가능하다. (아래 동영상은 앞부분 건너뛰고 1분 정도 부터 보면 됩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알 수 없는 길. 어떠한 강심장이라도 초행길엔 가슴이 뛸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화성에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서, 정해진 길 이외의 곳을 가는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기저기 마구 밟아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White Rim 에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유료) 허가를 받아야 하며, 100마일이라곤 하지만 길이 험하기 때문에 하루에 완주하는건 어렵다. 따라서, 중간에 캠핑장에서 최소 1박을 해야하는데, 정해진 캠핑장을 제외하곤 숙박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사진은 우리가 1박한 Murphy 캠핑장.
그래 이러려고 여기까지 먼 길을 온거다. 캠핑장 차 안에서 본 바깥 풍경.
100마일에 이르는 White Rim 전 구간에 걸쳐서 캠핑장은 달랑 20칸 뿐이기 때문에 예약이 매우 어렵다. (역시 미국의 자연관리는 경외스럽다. 이 아름답고 긴 오프로드 구간에 달랑 20칸이라니..) 우리도 최소 2박 정도 하고 싶었지만 예약을 못해서 할 수 없이 1박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1박이라도 된게 다행.
White Rim 전 구간엔 식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쓸 물을 모두 준비해 가야하며, 쓰레기 통은 단 한개도 없기 때문에 모든 쓰레기는 본인들이 전부 수거해 와야 한다. 샤워물, 설겆이 물도 모두 수거해 와야하기 때문에, 정말 오지생활을 각오하고 들어가야 한다. 정말 신기한건, 그 넓은 지역에서 쓰레기를 단 한 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미국 국민들도 대단하고, 미국 국립공원 관리 시스템도 대단하다.
자이언 캐년에서도 사용했던, Gray Tank 를 사용해서 샤워물을 받고, 설겆이/요리하수는 발생을 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Island in the Sky 전 지역에 걸쳐서 Gray Water 를 방류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따라서, 총 4일간 사용한 물을, 가장 가까운 마을인 Moab 에서 방류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워놓고 자면 안되고, 아무 곳에나 물을 방류해도 안된다. 반드시 하수는 정해진 시설에서만 방류해야 하는데, Island in the Sky 전 지역에서 방류가 안된다는 것은 미리 알고 갔지만, 가장 가까운 동네인 Moab 어디에서 방류를 할 수 있는지는 인터넷으로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무료로 방류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Maverik 이라는 주유소 겸 스토어로, 오프로드 캠핑쪽으로 상당히 특화된 체인점이었다. 최저가는 아니었지만 아낌없이 기름도 넣어주었다.
White Rim 은 정말 바닷속 같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왔는지 신기할 뿐!
이 아름다운 곳을 보존하기 위해서, 나 역시 모든 규칙을 준수하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웠고 시간이 아쉬웠다. 한 일주일 정도는 이 곳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는 LTE 가 터지는 구간도 일부 있었다.)
절벽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다. 경험해 보지 않고선 절대 알 수 없을 이 맛!
1박 2일의 White Rim 바다밑 (?) 오프로드 투어를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와 포장도로에 위치한 Willow Flat 캠핑장에서도 1박을 한다. 오? 이 캠핑장도 너무 좋다.
이 캠핑장은 Island in the Sky 포장도로 지역의 유일한 캠핑장으로, 역시 화장실을 제외한 아무런 시설이 없다. 물도 길어와야 하고 (차로 약 20분 거리) 쓴 물도 모두 받아서 공원 밖에 버려야 한다. (차로 약 1시간 거리) 하지만 가격은 하룻밤에 $15!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 (화장실은 푸세식이지만, 상당히 깨끗하고 냄새도 거의 없다. 요즘 미국엔 자연부패식 화장실이 놀랄만한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예약은 받지 않고, 매일 아침 선착순으로 입장하면 된다. 관리인은 따로 없고, 셀프서비스로 체크인이 되는데, 참 신기하고도 바람직한 캠핑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새벽 일찍 들어온 덕에 한 칸 남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왼쪽의 봉투함에서 빈 봉투를 꺼내서, 인적사항을 적고 돈을 넣어서, 바로 위의 구멍을 통해서 통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봉투에서 잘라낸 영수증을 빈 캠핑장 입구에 걸어놓으면 체크인 완료.)
포장도로 구간에서도 꽤 볼만한 곳이 몇군데 있다. 먼저, 앞서 설명한 Grand View Point Overlook 이 있고,
두번째, Mesa Arch. 이건 사람들이 정말 개미같이 많아서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던 데다가, 새벽 해뜰때 굳이 사진을 찍으러 갔으나 구름이 끼는 바람에 촬영에 실패했다. 캐년랜드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데, 접근성도 좋지만 (차로 이동해서 10분만 걸어가면 됨.) 어떤 사진작가가 환상적인 일출사진을 찍어서 캐년랜드를 대표하는 사진이 되면서, 매일 아침 해뜰 무렵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저작권 문제로 화제의 그 사진을 올리진 못하고, 비스무레한 사진으로 대신함.
그리고, 최근 운석이 떨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Upheaval Dome.
네번째는 앞서 설명한, White Rim 의 입구를 내려다 보며, 부러워 할 수 있는 'Shafer Canyon Overlook'. 이 Overlook 까지는 승용차로도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Willow Flat 캠핑장 바로 옆에 위치한 'Green River Overlook' 정도면 다 본거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이보다 더 오지인, The Needles 로 향한다. 살아 돌아올 수 있겠지..?
The Needles 여행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