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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일드랜드 Jul 14. 2017

#43. 바닷속으로의 캠핑 - 캐년랜드 (3)

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오지에 속하는 캐년랜드 국립공원 내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The Needles 로 간다.





승용차로도 어느 정도 투어가 가능한 Island in the Sky 에 비해, 이 곳은 사륜구동이 아니면 거의 투어가 불가능한데, (트랙킹은 가능하지만 상당히 힘들다.) 그 안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이런 절경들이 숨어있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Island in the Sky 지역에서 The Needles 지역까지는 차로 달려도 2시간 (170km), 같은 국립공원이라도 왔다갔다하는 스케줄은 곤란하다. 전혀 다른 여행지로 이동한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사실 이 두지역은 바로 앞에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깝지만 콜로라도 강이 가로막고 있고, 이를 건너는 다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돌아가야하는 것. 인공적인 시설을 극도로 최소화하는 캐년랜드 국립공원 관리 철학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

[이미지 출처 : map.google.com]




The Needles 입구에는 안내센터 와 Squaw Flat 캠핑장 을 제외하곤 거의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저 안쪽, 오프로드 안에 담겨져 있는데, 그 오프로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문인 Elephant Hill 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상당한 난이도의 오프로드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The Needles 입구에 위치한 Squaw Flat 캠핑장 도 상당히 좋은편. 바위사이로 드문드문 캠핑사이트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식수/수세식화장실/쓰레기통/피크닉테이블이 제공되고, 1박 가격도 $20로 저렴하다. 문제는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 결국 우리는 단 하루도 여기서 지내지 못했다.

[사진출처 : where-rv-now.com]




사전 예약한 허가증을 확인하러 안내센터 에 들렀는데, (Elephant Hill 안쪽 오프로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뜸 무슨 차를 가지고 왔냐고 묻는다. 당연히 4륜구동 SUV 지. 정확히 무슨 모델이냐고 묻는다. 쉐비 타호 대형 SUV 인데? 그랬더니 이 차로는 못 들어간다고 한다. 헐..

[사진출처 : www.chevrolet.com]




아니 4륜구동에 4LO 까지 갖춘 오프로드 전문 SUV 인데 이것도 못 들어가면 도대체 누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이 곳은 바닥의 굴곡과 경사가 심해서 High Clearance, 즉 차 바닥이 높은 차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걸 말한다.. (오프로드계의 포르쉐, 루비콘!)

[사진출처 : jeep 공식 홈페이지]
'4LO' 는 무엇인가? 간단한 구조의 4륜구동 시스템은 단지 '2륜구동' 또는 '4륜구동' 을 선택할 수 있지만, 보다 전문적인 4륜구동 시스템은, 4륜구동이 다시 '4HI' 와 '4LO' 로 나뉜다. '4LO' 는 미끄럼방지 시스템을 끄고, 오로지 엔진이 가진 모든 토크를 최대화하는데 집중된 시스템이다. 따라서 일반 주행시 사용할 경우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속도는 자동으로 20km/h 정도로 낮아지지만, 일반 주행시 보다 훨씬 큰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바위숲, 깍아지른 듯한 오르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이에 비해 '4HI' 는 눈길이나 진흙 등 미끄러지기 쉬운 곳에서 사용한다.




내 뒤에 줄서있던 다른 참가자(?)도 조언한다. 일반 SUV가 Elephant Hill 을 넘어간건 자기는 보지 못했다고.. 바위 틈에 바퀴가 끼게 되면 견인차를 불러야 하는데, 여긴 완전 오지라 400-500만원 각오를 해야한다는.. 헐..

[사진출처 : caradvice.com.au]




The Needles 의 안쪽 오프로드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 바로 이 Elephant Hill 뿐이다. 이 언덕을 포기한다는 것은, The Needles 전체를 포기하고 집에 가야한다는 뜻이다. 일단, Elephant Hill 입구까지는 쉽게 갈 수 있다고 하니, 그 앞에 가서 살펴보기로 한다. 헉, 저 앞에 있는 바위산을 차로 넘어가야 하는거다. ㅋㅋㅋ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아니 이건 아니자나 ㅋㅋ 충분히 험하다고 듣고 왔고, 유튜브도 한참을 찾아보고 왔지만, 역시 동영상으로는 현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정말 수직으로 깍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을 차로 넘어가야 한다. 그나마 아래 사진이 실제와 비스무레하게 나와서 퍼왔다.

[사진출처 : navtec.com]




험하기는 하나 그리 긴 코스는 아니라서 (입구 언덕을 넘는데는 약 1.5km) 걸어서 한번 올라가 본다. 올라가면서 바닥상태도 확인하고, 올라가는 다른 차들도 관찰해 본다. 여전히 깝깝하다. ㅋㅋ

[사진출처 : project-jk.com]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견인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그냥 돌아갈 순 없다. 바닥을 가만히 살펴보고, 다른 차들의 움직임 (물론 위 사진과 같은 어마무시한 오프로드 전용차량들) 을 본 결과, 경로를 잘 잡고, 필요한 곳은 바닥에 주춧돌을 설치하고 천천히 신중하게 시도한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질러보기로 한다.

[사진출처 : baseutah.com]




다시, Elephant Hill 입구에 섰다. 내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 두렵고 설레고, 한시간 뒤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물음표 가득찬 순간이 또 있었나 싶다. 일단 가기로 결정했으니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거의 4-5미터 움직일때마다 차를 세우고, 현재 바퀴와 바위의 위치, 바로 앞의 도로 상황을 체크한다. 한 50미터 정도 가고 나니, 이제 요령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다. 딛고갈 바위를 잘 선택하고, 주변의 널려있는 바위조각들을 잘 활용해서 바퀴가 딛을 수 있도록 길을 보완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길은 또 너무 좁아서 차 한대도 겨우 지나가는 폭이다 보니, 앞뒤로 차가 오면 우린 많이 느리기 때문에 비켜줘야 한다. (아래 사진은 돌아올때 사진. 올라갈때는 사진찍을 경황도 없었다. ㅡㅡ;;)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오르막 약 300미터를 올라가는데 무려 2시간.. 결국 성공했다! 지나가는 차들의 측은한 눈빛 속에서, 차에 단 한개의 스크레치도 없이 통과~ 아..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성취감을 느꼈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Elephant Hill 꼭대기에서 한 컷.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이 모든 과정을 동영상, 사진으로 상세하고 남기고 싶었지만, 뭐 전혀 그럴 여유도 없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분의 동영상으로 대신한다. 이 영상에 나오는 차는 이런 도로에 최적화 된 랭글러이다. 따라서, 상당히 쉽게 쑥쑥 지나가지만, 우린 저 길을 사람보다 느린 시속 1킬로미터 정도로 갔다. ㅡㅡ;;

https://youtu.be/bGs6XE4H6hs

[동영상출처 : Leandro Leiva 채널]




Elephant Hill 안쪽은 정말 신천지였다. The Needles 의 노른자위인 Chesler Park. 이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풍경이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일단 Elephant Hill 을 넘어가면 그 안쪽엔 물 한방울 없다. 자신이 사용할 물을 모두 싸짊어지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27갤런 (약 100리터) 의 물을 싸들고 들어갔는데, 문제는 사용한 물을 다시 싸짊어지고 나와야 한다는 것. 맹물은 바닥에 방류해도 되지만, 비눗물/설겆이물은 절대 방류하면 안되고, 별도의 하수탱크에 담아서 나와야 한다. 다음 사진은 Elephant Canyon.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이 안쪽엔 단 한개의 쓰레기통도 없다. 따라서, 자신이 만든 모든 쓰레기도 전부 모아서 들고 나가야 한다. 다행(?)히 화장실은 있다. 푸세식이긴 하지만.. 다음 사진은 Squaw Canyon.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대신 캠핑장 사용료는 거의 무료에 가깝다. 최장 14일까지 $30이며, 최대 10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 1박이던, 10박이던 가격은 $30 동일하기 때문에, 혼자와도 거의 공짜지면 여러 팀이 같이오면 정말 공짜에 가까운 가격. (달랑 7칸 밖에 없는 캠핑장이지만, 워낙 오지라서 예약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지금은 많이 올랐습니다.) 다음 사진은 Lost Canyon.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물론 캠핑장에 시설은 아무 것도 없다. 이곳이 캠핑장임을 표시하는 조그만 팻말 한개와 화장실, 피크닉 테이블이 전부. 다음 사진은 Druid Arch 가는 길.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국에서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조금 불편한게 뭔 대수랴! 사진은 Druid Arch 앞에서 바라본 광경.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이 곳은 글자 그대로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 이다. 트레일 코스 분기점에 있는 작은 안내판 외에는 그 어떤 인공적인 시설도 없다. 심지어는 목적지에 도착해도, 이 곳이 그 곳임을 알리는 팻말이나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 따위는 없다. 사실 그런 것들이야 인터넷을 통해서 보면 된다. 다음 사진은 Druid Arch. 역시 아무런 설명도 이름표도 없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이 곳은 흔하지 않은 차를 보유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상위(?) 0.1% 의 선택받은 자들만의 공간이다. 우리같은 차는 단 한대도 없다보니, 지나가는 차들이 다 우릴 세워서 물어본다. 지금 그 차로 들어온거냐고 ㅋㅋ. 나름 그 안에서 유명인사 됨.. 아래 사진은 Elephant Hill 안쪽의 메인 오프로드인 Devils Lane.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캐년랜드 국립공원에서 발행한 The Needles 지도에 나와있는 모든 곳을 다 갔다옴. (아래 지도에서 흰색부분.) 굵은선이 포장도로, 두줄점선이 오프로드, 한줄점선은 트랙킹 코스다.

[이미지출처 : nps.gov]




트랙킹 중에 긿을 잃지 말라고 길을 인도하는 이정표 또한 인공적인 도구를 쓰지 않는다. 캐년랜드에서는 현지에 있는 돌을 쌓아서 이정표로 쓰고 있다. 한국의 등산로를 가보면, 등산회 회원들이 리본을 나뭇가지에 묶어서 다른 등산객들이 긿을 잃지 않도록 친절을 베풀고 있다.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미국은 이보다 한단계 위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참고로 아래 사진이 실린 조선일보 신문기사의 제목은 '과유불급'. 참 적절한 제목이다.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라는 말 자체가 그 말을 부정하고 있다.

[사진출처 : 조선일보]




캐년랜드에는 바위가 많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그나마 대략 보이는 흙길과 달리, 바위 길은 이정표가 없으면 안된다. 한국식으로 한다면 저 바위 길에 촘촘히 리본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반면 캐년랜드의 방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심플하고 깔끔하고 깨끗하고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The Needles 전 지역에 걸쳐서 핸드폰이 전혀 터지지 않는, 문명과 담 쌓은 광활한 사막 한 복판에서 경이로운 자연과 만나는 것!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꿈같은 경험이었다.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13박 14일간 든 비용

- 캠핑장 사용료 : $165

- 식사비 (마트비) : $200

- 기름값 : $300


2인 기준 총 $665(1인당 $333), 매우 삼삼한 여행이었다. 끝!

[사진출처 : 와일드랜드의 브런치]






캐년랜드 여행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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