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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쌤 Oct 28. 2015

아직도 학교가 좋다

철부지 수학선생님의 좌충우돌 학교이야기 #5

"선생님, 담배 피우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1 일요일, 친구들과 신나는 생일 파티를 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라이터를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2 가방 앞주머니에는 늘 휴지를 넣어다니는데,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면 학생들이 휴지를 빌리러 내 교실에 오곤했다.

내가 직접 꺼내줄 수 없을 때는 "선생님 가방 저어기  있지? 앞주머니에서 꺼내가" 라고 했다.

오랜만에 졸업한 제자가 찾아왔다. 밥먹다가 나가길래 어디가나 했더니, "선생님 카라멜마끼아또 아직 좋아하세요?" 하면서 커피를 내민다.

이 두 사건이 만나 어마어마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소문은 늘 그렇듯 내가 제일 나중에 알게 된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물어볼 것이 있다고 조용히 찾아왔다. 평소에 내 열렬한fan을 자처해온 학생이었다.

대뜸 한다는 말이 "선생님 정말 담배 피우세요?"

황당한 질문에 뭐 진지할 필요 있나 싶어서 "왜 나는 피우면 안되?" 라고 답한후 웃었다.


그런데 얼굴이 심각하다. 장난하지 말고 진지하게 답해달라고 한다.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어보니, 1달간 나만 모르고 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3 어느 날 A가 화장실이 급했다. 그런데 휴지가 하나도 없어 내 교실에 휴지를 빌리러 왔다. 내가 그날 바빴는지 앞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가라고 했다고한다. 그런데 하필, 앞주머니에 라이터가 있는 걸 봤다. 화장실에가서 A는 생각했다.

라이터-담배-선생님(?)

그래서 친구들에게 "수학쌤이 담배를 피우는거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은 아닐거라고 했다. 냄새가 난적이 없다고. 그러고 수학 수업에 왔다.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겠지. 남중인지라 냄새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평소 냄새에 민감해서 비치형 방향제를 곳곳에 두었는데, 그날 따라 그게 눈에 들어왔나보다.

'선생님이 왜 냄새에 예민해할까. 뭔가를 숨기려는 거 아닐까?'


그러면 물어보자는 결론이 났다.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으니, 담배 피우는 여자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어느 날, 수업을 하려는데 한 학생이 물었던 기억이 난다. "담배 피우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날 따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질문 자체가 틀렸다. 담배가 남자용이냐. 여자도 당연히 흡연을 할 수있다. 열변을 토했다..


 아이들은 확신했다. '거봐, 선생님이 왜 저런말을 하겠어. 맞지맞지?'


그리하여 나는 담배피우는 여선생님이 되었다. 나를 찾아온 학생과 나의 fan들은 나의 이미지를 위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구령대에 올라가 해명할 수도 없고, 방송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냥, 좀 쎄보이지(?) 않냐고 난 그 소문이 좋다고 했다. 아직도 생각하면 웃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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