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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6. 2017

반디와의 10년

3. 새로운 경험들


3. 새로운 경험들 (8)


  반디는 날이 갈수록 사랑스러워지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갈색털이 귀엽게 몸을 덮었고 길고 곧은 다리는 가늘면서 힘이 있었으며 뛸 때는 뒷다리에 약간의 근육선이 보였다. 우리가족들의 일상 중 반디가 차지하는 몫은 조금이기도 하고 제일 많기도 했다. 

  이른 아침, 이모를 따라 일어나 주방에 나와 앉아 있는 반디에게 들어가서 더 자라고 말하면 들어갈까 말까 잠시 갈등한다. 그럴 때 안아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피터 옆에 눕혀 주면 팔다리를 한번 쭉 펴고 힘을 주었다가 풀어서 근육을 이완 시킨 후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길어야 20분 정도 후에는 다시 천천히 걸어 나와 식탁 의자로 올라가 잠을 잤다. 

  반디의 일상은 대개 이모와 함께 구성되었다. 이모는 점점 반디를 떼어놓고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외출할 때조차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약간의 어려움은 항상 감수했다. 어려움도 사실은 고정관념이거나 편견이라는게 이모의 생각이다. 우리는 반디를 키우면서 일반적인 규칙이 고정관념이라는 쪽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다. 그건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반디의 교육에 단호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허지만 그러기 까지 우리도 꽤 갈등을 했다.

  사료만 먹여야 반디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럴 배짱이 없었다. 우리들 중 누구도 반디의 애절한 눈을 외면하지 못했다. 에라, 길지도 않은 인생 먹고 싶은거 먹고 그 대신 운동 많이 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 돼 라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지만 피터는 자주 말하면서 반디에게 먹을 것을 자꾸 줬다. 그러나 도둑이 교회에 헌금하듯 그래도 한가지만은 지키려고 우리들은 소금기를 빼는 것에 꽤 신경을 썼다.

반디가 악수를 못해도, 산책길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도, 가끔 볼일을 화장실 아닌 곳에 보아도, 우리에게 반디는 예쁘고 귀했다.

  이모는 틈틈이 단편소설을 구상하고 썼으며 지속적으로 독서를 했다. 그런 작업들은 많이 할수록 마음과 머리를 풍요롭게 채워준다고 하면서도 풍요로움과 조급증을 동전의 양면처럼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모는 10년 전, 유명한 문예지에 상금을 받고 등단했다. 이모는 자신의 이력을 말 할 때 등단했을 때의 화려함은 그 후 단한권의 단행본과 부끄러워 액수도 말하기 싫은 초라한 인세를 받았을 뿐인 작가라고 이야기 한다.

이모의 이력고백와 피터의 설명은 항상 극과 극이다. 피터는 이모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럴 때 이모는 이모답지 않은 낮은 소리로 풍요로움은 자기만족이고 조급증은 불치병인가봐 그게 나의 빛과 그림자야 라고 말했다. 

고민하며 사는 이모는 내 눈에 근사해보였다. 게다가 이모는 고민할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피터의 사무실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것도 이모에게는 욕심이 없애고 살 수 있는 기회로 설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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