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교생 요섭
6. 고교생 요섭 (2)
고등학생이 된 요섭은 반항적인 눈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고등학생이 되고 요섭은 자신의 일상에 사생활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변과 구별하고 싶어했다. 그 나이의 대략적인 통계와 경험으로 인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그 대단한 사생활을 인정해 주었다. 나는 나와 요섭의 차이가 뭘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들은 비슷한 시기에 사춘기를 보냈지만 요섭은 티가 났고 나는 사춘기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그래서 은연중에 요섭이 나보다 정신적으로 어리다는 생각을 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려서 이제는 올려다보아야 하는 요섭에게서 정신적인 차이라는건 약간 어설픈 구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즈음, 면도를 하기 시작해서 가끔 수염이 거뭇거뭇 자라 있는 요섭을 보면 우리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싶을 때도 있다. 마리에게 나무, 식혜를 따라 말하게 해놓고 붙여 말하라고 시킨다. 마리가 나무식혜 라고 말하면 너 무식하다면서 낄낄 거리는 요섭을 볼 때 그렇다. 또 아직도 드래곤볼을 보면서 창문에 보름달이 보이면 자고 일어나서 원숭이가 되어있을 수도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본다는 말을 할 때도 그렇다.
이모는 남자들이 갖고 있는 성장의 불균형이라고 했다. 피터도 가끔 그런 현상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피터와 요섭은 묘한 관계를 보였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요섭을 지나치게 오해 하는 것도 피터였고 어이없이 깎아 내리는 것도 피터였다. 요섭도 피터에게 온전히 기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문제가 드러난 것도 아니면서 팽팽한 줄을 각자 허리에 두르고 느슨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가끔 한번 씩 퉁퉁 튕겨보았다.
요섭이 소파에서 자고 있으면 피터는 슬쩍 보고 짜식 꽤 컸네 라고 말하면서 몸만 크면 뭐해, 정신이 커야지 라고 한마디 보탰다.
요섭은 피터가 소파에서 자고 있을 때 슬쩍 보면서 아빠가 생각보다 작네 라고 약간 비웃듯이 말했다.
그럴 때 마리는 그 상황을 다 이해한다는 듯 킥킥 웃었다. 마리는 우리가 지나온 사춘기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