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둘러앉아 배불리 먹는 것
온 가족 둘러앉아 배불리 먹는 것.
이 말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싶다. 근심 걱정 많은 세상,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음식을 나눈다. 부족하지 않게 넉넉히 준비해 천천히 먹으며 실없는 농담도 하는, 그런 밥상.
큰 아들이 군 복무 중인데 얼마 전 정기휴가를 보내고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작년 8월 입대 후 훈련소에서 잘 생활하던 아이는 폐렴으로 국군병원에 입원을 했고 중환자실까지 들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사히만 있다 오길 그토록 바랬건만, 그 많은 아이들 속에서 하필 우리 아들이 구급차에 실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야 했다. 불과 마지막 훈련 1주 차를 남긴 추석 연휴 전이었다.
아픈 아이도 힘들었지만 군대에 보낸 아들을 위해 매일 밤 기도하던 우리 가족은 너무 큰 충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나고 싶다고 쉽게 만나는 것도 아니고, 부대 책임자와 원활한 소통도 힘들었던 그 시간이 참 어렵고 힘겨웠다. 파주에서 성남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로 매일 면회를 갔다.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난 뒤에도 매일 갔다. 외롭게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한 달여 남짓 병원 생활을 하며 당연히 병은 호전되어 퇴원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수료식은 하지 못 했다. 지금은 일병 4호봉이 되어 감사히 군생활을 하고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싱거운 농담을 하며 웃던 군 입대 전 일상이 많이 생각난다. 얼마 전 휴가 때 짧은 만남 속에 가졌던 몇 번의 식사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배불리 먹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만큼 편하고 좋은 식사 자리가 있을까. 이제 아들이 다시 휴가를 나오려면 꽤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동안 나와 아내, 둘째 아들과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큰 아들이 무사히 전역하기를 고대해야겠다.
가끔 우리가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 생각한다. 타인과 만나 인연을 맺고 결혼해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려 음식을 나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 일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사랑하게 한다. 함께 둘러앉아 배불리 먹는 평범함 일이 은혜며 기적임을 곰곰이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