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으로 붙잡힌 여름
8월 1일. 25년도의 반이 지났다. 곧 입추가 오고 말복이 온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렇게라도 무더위가 지나가길 바라본다.
2주 전, 며칠 간격으로 세 번이나 쓰러졌다. 병명은 이석증. 열심히 일 할 시기에 어지럼증이라니. 살 길을 찾아 한참 헤매다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지난 월요일 의사는 병원에 더 안 와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 치료를 받은 지 5일 됐는데 조금 무리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의사가 2주간 재발 위험이 있어 조심하라고 했는데 틀리길 바랐던 그 말은 여지없다. 방학 아닌 방학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아니 요양일까.
아내가 고생이다. 낮에 식당 알바를 하고 와서 집안일에 운전에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안타깝고 안쓰럽다. 어서 나아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이렇게 아플 때는 희망적인 일들도 절망적인 생각으로 바뀐다.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아무 일이 되고, 혹여 무리하다 다시 쓰러질까 두근거림이 늘 있다. 이 또한 감사일 수 있고 아니 감사일 텐데 나약한 마음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은 좀 나아졌을까, 내일은 완치가 될까. 기대하다가도 조그만 일에 속이 울렁거리다 보면 그 순간이라도 잘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바로 옆 신축공사 현장에서 들리는 망치질 소리, 그라인더 소리, 현장 사람들의 소리가 매미 소리와 앙상블을 이룬다. 여름 한 복판 거실에 앉아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