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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Jan 13. 2019

다정한 도시 바르셀로나의 석양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내가 스페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처음부터 그리 끌린 것은 아니었지만 벌써 4번째 이 도시를 거쳐가다 보니 정이랄 게 들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르셀로나는 갈 때마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번에도 밤늦게 공항에 내려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친절한 청년이 동행해주어

무사히 숙소까지 찾아갈 수 있었다. 그는 여자 친구가 한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한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가 하면, 즉석 스페인어 강좌도 해 주었다.


"조금 춥다는 말은 '뽀모 쁘리오'에요. '뽀모 쁘리오'."


뽀모 쁘리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 공원에 또 안 가볼 수 없었다.

늦은 오후에 간 터라 공원에서 내려갈 무렵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여름에 일찍이 왔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차마 발길을 떼기 어려웠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전진시키는데,

비글과 산책 나온 할아버지가 보였다.

내가 비글을 쳐다보니 할아버지는 목줄을 잡아끌어 내가 개를 쓰다듬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헐 네임 이즈 하치코!"


내가 쓰다듬는 걸 개는 싫어하는 눈치였다.

하치코가 암놈인지 수놈인지 물어보려는데 할아버지가 말했다.


"디스 이즈 옴브레."


무언가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했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휴대폰을 꺼내어 석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치코는 친구를 만나 격렬한 환영인사를 주고받았다.


여기 주민이라면 매일 보는 광경일 텐데 열심히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를 보며

어떤 깨달음이 왔다.


'정말 아름다운 건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구나!'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매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에 그토록 감탄하나 보다.

매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은 물론이고,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다음에 가면 또 어떤 익숙하고도 여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까?

다시 바르셀로나에 가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석양과 하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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