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난 감자를 버리기가 미안해서 페트병을 잘라서 안에 넣고 물을 주며 키웠다.
그런데 세상에 조그맣던 싹은 어느새 쑥쑥 자라 천장 높은 줄 모르고 하늘로 뻗어가고 있다.
줄기도 아주 굵은 줄기가 두 개, 서로 경쟁하듯 자라는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감자가 너무도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재크와 콩나무의 콩나무를 꿈꾸는 걸까?
감자는 자라서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감자에게 궁금한 것이 참 많다.
감자를 제때 먹었더라면 원래는 찐 감자가 될 운명이었는데.
다른 곳에선 튀긴 감자가 되거나 휴게소의 알감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
감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자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 감자는 감자가 아니다.
무엇이 될지 모르는 푸르른 식물이다.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일단 자라고 볼 거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칩이 되겠다는 꿈 따위
미디어에서 주입한 가짜 꿈에 지나지 않아.'
우리의 내부에도 감자라 규정하고 성장을 한계 지어버린 씨앗이 얼마나 많을까?
가능성을 믿어줬다면 무엇으로 자랄지 모를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감자를
우리는 너무 이른 나이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틀이라는 도구로
죽여버리는 건 아닐까?
감자가 성장하는 것도 이렇게 흥미로울진대
인간이 성장하는 건 얼마나 더 흥미로운 일인가?
나는 1년 후, 5년 후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되는 예측불가의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만이 실패하더라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니까.
아직 늦지 않았다.
2024년에는 우리 안의 감자를 발견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