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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건축가 Oct 27. 2020

대기업 퇴사자가 바보일까? 덕업일치 준비의 시간

TOPCLASS 연재 글입니다.


나는 좌뇌, 우뇌를 총동원해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정말 불편한 성격이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에게 혼나는 이유를 캐묻다가 매를 더 벌기 십상이었고, 한 대학교수가 동기에게 집적거리는 손을 참지 못해 손목을 꺾어버려 학점에 펑크도 났다. 좁은 시장 골목에서 몸이 불편해 움직임이 느린 행인에게 쉬지 않고 빵빵대는 외제차의 보닛을 발로 차버리거나, 의사가 중국어 동영상 공부로 바빠 손가락 하나로 대충 처방해주는 처방전을 종이비행기로 만들어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렸다. 참아야 한다. 모른 척하자. 백 번 다짐해도 먼저 반응해버리는 몸 때문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불편한 성격을 발견하고 말았다. 까라면 까야 한다는 상명하복식 명령을 몸서리치도록 못 견딘다는 것을 말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회사를 다녀야지’ 하고 입사한 신입 회사러에게 이건 정말 큰일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그나마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만큼 상대방의 설득력이 강하거나, 누적된 관계의 시간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때는 기꺼이 명령을 따를 수 있었기에 어떤 상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회사생활의 희비가 갈렸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원래 그런 거야, 나이도 많고 경력이 높으니까 말 잘 들어야지’ 하다가도 눈에 가시가 콕 하고 접수되면 나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말았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매일 밤마다 세 개의 선택지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1. 시골에는 빈집이 많다고 하니 그곳에서 자연인으로 살거나,

2. 공정하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참지 않아도 되는, 유토피아를 만들거나,

3. 자존을 팔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거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데, 
난 적응에 실패했다.
아니, 거부했다. 

감히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내고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내 주인은 나니까.


초원을 어슬렁거리며 걷다, 나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두 부류의 사람(상대방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백수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곧잘 승낙했다. 하지만 똑같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어떤 사람과 하느냐에 따라 만족도의 편차가 컸다. 결국 또 가장 좋은 조건의 일을 버렸다. “내가 만든 거니까, 너는 무조건 따라와”라고 말하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들을 참을 수 없어 떠날 때,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주는 대로 받으면, 잠시 간, 쓸개 내려놓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그런 성격으로는 결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라고.


나만의 유토피아 건설 중


하지만 생각해본다. 어떻게 인간이 수십만 년에 걸쳐 살아남았을까. 날카로운 송곳니도 몸을 보호할 털옷도 없는데 말이다.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 아닐까? 나는 험한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류의 DNA를 믿어보기로 했다.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내가 걷기 좋은 길을 찾는 오랜 기간 동안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더 예민해졌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편함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더 예민하게, 더 예민하게! 나와 같은 프로 예민러 부족들이 이곳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유토피아를 오늘도 건설 중이다. 뚝딱! 뚝딱!


나에게 환경을 맞춰 살아남느냐, 나를 환경에 맞춰 살아남느냐. 어쨌거나 두 경우 모두 살아남는다. 그런데 누구의 삶이 더 나을까?



+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가 가진 장점으로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다면

실행력 연구소, 액션랩

www.actionla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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