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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Nov 06. 2020

내가 개를 키울 줄이야

07 개 향기

현관을 여는 순간

그 집에 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민감한 코를 가졌다.

개 냄새가 나에게는 가장 큰 문제였다.

처음 며칠은 인내할 수 있었으나

5일이 넘어가니 큼큼하고 꿉꿉한 내음은 머리가 띵 할 정도다.

목욕은 한 달간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강아지에게 뿌려도 되는 허브향

반려견의 집을 위한 개 디퓨저

다양한 샴푸를 직구했다.

아이들은 개 냄새가 너무 좋단다.

그 큼큼한 내음을 한 호흡 크게 들이쉬며 맡고

다시 크게 내쉬며 음미한다.


급박한 상황에만 바다에게 가겠다고 했지만

전부 다 귀여운 생명체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법.


국화꽃 향기라는 책에서 남자 주인공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순간. 머리를 감지 않은 머리 냄새가 국화꽃 향기라고 느꼈던 그 찰나.

개 냄새가 바다향기로 변화하는 찰나가 이미 나에게 적용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사랑하면 냄새도 향기로 맡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바다를 통해 깨닫는다.


샴푸 향기 허브향기 꽃내음 싫어서

도망가는 너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산책을 더 자주 나가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

너의 눈높이에 맞추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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