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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un 11. 2024

합격후기를 올릴 거라 예상했는데

운전면허 또 불합격.. 너무 화가 난다

오늘은 당일 2번의 수업을 더 듣고 2시간을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시험을 보러 갔다.


3번이면 될 거 같은데 5번은 상술이라고 생각했던 예상대로 오늘 수업에서 새로 배운 건 크게 많지가 않았다.


배운 것 1

안 그러려고 해도 교차로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차 때문에 움찔하는 게 티가 났는지, 오른손법칙이 있는 도로를 알려줬다. 제한 속도 30km/h도로에서는 80%, 40km/h에서는 20%가 그 이상에서는 오른손 법칙이 적용되는 일이 없단다. 그러니까 제한속도 50km/h에서는 오른쪽을 거의 신경 쓸 필요다 없단다. 40km/h에도 80%가 메인도로이므로 오른손 법칙 적용되는 일부 도로 빼고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단다.


배운 것 2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수업받을 때도  비가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했고, 시험 볼 때도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내리다 거의 그쳐서 해가 날랑 말랑할 때였다. 수업에서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 맞춰서 가고 있던 내 왼쪽으로 나를 추월하려는 차가 엄청 과속을 하면서 지나갔다. 근데 물웅덩이가 엄청 큰 게 있었는지 내 차가 물을 엄청 뒤집어쓴 거다. 얼마나 물을 뒤집어썼는지 앞이 진짜 하나도 안 보이는데, 와이퍼가 3번을 왔다 갔는데도 똑같은 상태였다. 시속 90-100으로 달리고 있는데 앞이 하나도 안 보이니 정말 놀랐다. 나는 그냥 속도만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강사 말로는 내가 살짝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렸단다. 아무튼 결국은 별일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이제까지 운전하면서 겪은 위험한 걸로 top 2에 들만한 사건이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결국 강사가 근처에 차 세우고 좀 쉬었다가 가자고 하더라. 나중에 들어보니 강사는 운전하면서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단다. 아니 시내도 아니고 고속도로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도대체 스웨덴 고속도로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어떻게 웅덩이가 있는데 보수를 안 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으면 핸들 움직이지 말고 엑셀에서 발 떼고 살짝 브레이크를 밟으란다. 세게 받으면 뒤에서 받을 수 있으니 살짝만 밟고 기다릴 것. 결국은 와이퍼가 물을 닦아내주긴 하니 말이다.




그리고 오늘 수업의 총평은 고속도로 물벼락 사건은 좀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 30분은 너무 좋았다. 행운을 빈다였다. 그리고 다시 해가 나길래 시험 보는 2시간 뒤까지 바닥이 마르길 기대했다.


하. 지. 만 한 시간 뒤, 다시 장마 수준으로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우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면허장에 도착하니 신발과 바지가 다 젖은 상태였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밟을 때마다 물이 스며 나오는 신발을 휴지로 닦으며 기다렸다.  그 사이 비가 조금 잦아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


지난번에 안전체크는 했으니 오늘은 안 하겠단다. 그리고 각종 미러들과 의자의 위치를 맞춘 뒤 출발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지만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중간에 고속도로로 들어서는데 속도가 빨라져서인지 시야가 잘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아까 물벼락 정도는 아니라서 그나마 괜찮았다.


나머지에도 비가 많이 왔다 조금 왔다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곧잘 해냈는데, 거의 다 끝날 무렵 문제가 있었다. 쇠데르텔리에 역 뒤쪽에는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붙어 있는 길 같지 않은 길을 통하면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갈 수 있는 것. 유튜브 영상에서는 봤었는데, 실제로는 조수석 옆에서만 한번 가본 곳이었다. 거기가 잘못하면 차가 못 들어가는 길로 가게 되어서 돌아 나오게 되는데라 역 뒤쪽으로 갈라고 할 때부터 오른쪽으로 가냐 왼쪽으로 가냐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up to you(너 마음대로 해)"란다. 왼쪽 길로 가다가 돌아 나온 기억이 있어서 오른쪽으로 들어섰는데 들어서다 보니 바닥에 화살표가 보이는데 화살표가 나를 향하고 있네?! 일반 도로는 아니고 어차피 주차장이라서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다 그냥 주차장 초입 제일 가까운 공간에서 차를 돌려 나오려고 살짝 앞으로 더 갔더니.  감독관이 아예 주차장 빈자리에 주차했다 나오라고 해서 주차를 했다가 다시 나왔다. 사실 그냥 이 김이 주차하는 것도 보려고 하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거기가 헷갈리는 데긴 한지, 내가 나갈 때 또 한 차가 그쪽을 들어가려다가 나를 보고 후진해서 나가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감독관에게 저 차도 착각한 거 같다고 말했었다. 그 외에는 평소에 문제 있었던 고속도로 진입 시 가속, 나올 때 감속, 비보호 좌회전도 문제없이 해냈고 제한 속도도 거의 맞춰서 잘 갔었기에 당연히 합격일 줄 알았다.


그. 런. 데.

불합격이란다.

아까 거기에서 역주행하면 안 됐다며, 그게 큰 게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교통 규칙은 어기면 안 된단다. 그러면서 아까 다른 차는 잘못 들어와서 후진해서 나가지 않았냐고 하더라. 나도 아마 그렇게 했어야 했나 보다.


이 것 때문에 지난주부터 돈을 얼마를 써서 수업을 받았는지, 이제 우선권 없어져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날짜밖에 시험을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때쯤이면 다시 또 감 떨어져서 또 떨어질지 모른다는 사실, 그러면 필기를 다시 봐야 하는 사실이 한꺼번에 생각나면서 진짜 너무 화가 나더라.


또 감독관이 더 물어볼 거 없냐고 묻길래, 이미 작은 문제 밖에 없고 안전하게 운전했다고 했지만 그래도 뭐 다른 게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예전 시험에 체크된 내용을 고속도로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물어보더라. 고속도로에서 충분히 가속을 못 해서 지적을 받았다고 얘기를 해줬더니, 오늘은 너무 속도가 높았단다. 내가 시험 때 비가 많이 오니까 조금 천천히 갈게라고 말했었는데, 고속도로 들어갈 때는 너무 속도가 높았단다. 물론 규정속도보다는 낮았다.  물론 이 차가 새 타이어여서(제동거리에 큰 문제가 없을 테니) 너에게 얘기하거나 결과지에 체크하지는 않겠지만, 너도 비 많이 온다고 말하지 않았냐면서 아무리 고속도로라도 상황에 맞춰서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단다. 하지만 그건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사항.


결국 주차장 반대로 들어간 것 때문에 불합격한 거다. 시험 볼 때는 방향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구글 지도로 보니 표지판이 하나 보이네.


 

그리고 마지막에 감독관이 한두 번 만에 못 붙어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운전자가 될 수 있고 막 이러길래, 나도 모르게 어이없어서 '허, 허' 하며 숨을 내쉬었다. "나 이미 내 나라에서는 운전 많이 했다"니까 자기 삼촌도 자기네 고향에서 30년 운전했는데 여기서 많이 떨어졌다며. 사람들이 커미션 때문에 합격 잘 안 시키는 거냐고 의심도 하지만 자기네는 시험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단다... (하지만 이 정도 되니까 나도 교통국이 그냥 합격을 안 시키고 싶은 듯한 느낌이 든다.)


글 쓰면서 오늘 하루를 복기하는데.. 괜히 더 아쉽다. 아까 강습 끝나고 시험 시간까지 시간 있을 때 그냥 유튜브로 그 지역 돌아다니는 영상이나 볼 걸 싶기도 하고. 그냥 딱 수업 마친 그 상태로 보면 될 거 같아서 더 헷갈릴까 봐 관련된 건 일부러 안 보도 시내 돌아다니다가 시험장 가서 차량 관련 책자만 봤었는데.


아무튼 이제 제일 빠른 시험 날짜는 9월 4일.

이제 잠시 운전면허 따기는 휴식기에 접어들어야만 하겠네.


생각할수록 화나네.


글을 올리고 나서도 주차장에서의 일이 계속 나서 혼자 괴로워했다. 잘못되었다는 거 알았을 때 후진을 할 걸 그랬나, 그랬다면 들어간 건 아니라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다 하다가 보니 센트룸 방향으로 가라고 하다가 이제 병원으로 가라고 했는데 내가 그걸 잊어버리고 센트룸 차선에 섰던 게 생각났다. 그때 다시 병원을 가라고 했던 거냐고 물었는데 괜찮다며 그냥 센트룸으로 가라고 했었다. 사실 그때 뒤에 차가 한 대도 없고 병원가는 좌회전 차선도 자리가 있고 신호도 빨간 불이라서 깜박이 켜고 차선 변경하면 되는 상황이긴 했다. 지금이라도 할까를 물어볼까 하다 말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 병원 쪽으로 갔으면 그 주차장으로 안 갔고 안 떨어졌을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목, 일, 월 수업 내내 시내 오면 계속 병원 쪽으로 갔어서 그쪽 길은 익숙했었는데.


마음 안에 속상함과 아쉬움과 분노가 자꾸 안 좋은 기억들을 불러온다. 3월 말부터 10주 동안 들은 스웨덴어 sva1(고1 과정에 준함)은 4개 영역 중에 독해 과락 맞고 재시험 봤는데도 통과 못해서 이수를 못 한 거랑, 운전면허 실기 두 번 불합격으로 다음시험에 3달 후로 미뤄진 거랑, 올초 회사 계약 종료 통보까지 다 연결되면서 올해 운세가 바쁘게 움직여도 성과를 보질 못 할 운세였던가 싶기도 하고. 거기에 작년에 논문 점수 잘 못 받은 거까지 연결되면서 이 나라가 나랑 안 맞나 싶기도 하고.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숨 자고 나면 또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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