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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uel Oct 11. 2015

그날, 택시를 타고

Bao lâu đẩ đếm nơi mục đích
-얼마나 걸릴까요?-




그날 밤 나는 호찌민 외곽에서 볼일을 마치고 시내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다행히 택시를 타고나니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선 강한 억양의 현란한 성조를 실은 베트남어가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창문 밖은 비가 퍼붓고 있었고 그 빗속으로 오토바이 무리가 마치 고기떼 마냥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자동차들 사이를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다 이내 시큰둥해져서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창문으로 흘러 내리는 빗물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도 택시를 타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새삼 신기해졌다


어릴 적 흥분했던 마법의 양탄자가 생각났다

어디든 자유롭게 가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날고 싶다는 건 어른이 된 지금도 숙원이기도 하다


난 빗속을 뚫고 마법의 택시를 탔던 거다

내 말의 10% 정도만 알아듣는 택시, 아니 양탄자라 해도 내가 가자는 데로 갈 수가 있다


어디로 갈까


그때 경쾌한 베트남 노래가 라디오 스피커를 흔들며 택시 안을 채웠다

순간 헛웃음이 나오며 창가에 기댔던 머리를 들고 양탄자 기사님을 봤다

그는 힐끗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빗속의 오토바이떼를 피하는데 집중했다


"양탄자야.........로 가줄래?"


"Xin nói một lần  nữa?" -다시 말해줄래요?-


난 크게 한번 웃으며 그 기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싱겁단 표정을 한번 지어 주고는 씩 웃으며 다시 빗속을 노려본다






나도 다시 창에 머리를 기대고 내일 아침에 어디로 사진을 찍으러 갈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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