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향기를 기억하나요?
베트남에 가면
꼭 분차(Bun Cha)에 고수를 수북이 담아 먹게 된다
고수의 향긋한 향기가 코를 찌르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골목을 거닐다가 과일 주스를 파는 집을 만난다면 럭키다!
생과일을 그대로 즙을 내서 주는데 그 향기 또한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호찌민 서쪽을 한참이나 걸으며 사진을 찍을 때였다
너무 배고파서 길에서 파는 반미를 하나 사서 철푸덕 앉아 먹었다
고기와 야채 그리고 아침에 갓 구운듯한 빵 냄새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게
정말 향긋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난 미각보다 후각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정작 사람 향기는 왜 제대로 맡지 못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분명 나를 자극하는 달콤하고 비 온 뒤 청량한 공기처럼 맑은 향기에 끌렸다
맞다 내 판단은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향기에 둔해진뒤 이성이 눈을 뜨면 악취가 눈앞에 다가와 있곤 했다
그리고 오랜 후에야
진심일수록 향기가 연하게 풍긴다는 걸
스쳐 지나간 어떤 이의 알듯 모를듯한 향수를 맡고 알고 싶어 머리를 쥐던 것처럼
그 연한 향기를 바로 알지 못하고 지난 후에야 후회를 했다는 걸 알았다
코끝을 자극하고 눈앞에 보이는 분명한 향기만을 반겼다는 걸 말이다
진할수록 숨겨진 것이 많았다는 걸 몰랐다
이젠 다음 향기가 찾아올땐 눈을 감고 지나간 향기를 기억해내려고 한다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