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 시절 살던 집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마루가 있던 한옥집이었다(어릴적 내 기준엔 말이다)
부모님은 맞벌이셨기때문에 항상 난 혼자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 난 산으로 골목으로 홀로 뛰어 놀다 해질무렵 집으로 돌아와 마루끝에 누워 어머니를 기다리곤 했다
그 마루에서 나는 비를 느끼고, 눈을 헤아렸고, 골목안의 소리들에 귀 기울이곤 했다
그렇게 누워 있자면 세상 어느 침대보다도 푸근했고 이불보다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가끔 길을 걷다 딱딱한 아스팔트위의 내 발을 내려다 본다
마루가 너무나 밟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면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여행지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삐걱 거리며 인사를 하던 마루를 만났고
여전히 나에게 느긋한 여유로움과 안락함을 주며 온전하게 그날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맨발로 마루를 밟았을때 그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들리는 삐걱거림은 세상 어느 진통제보다 효과가 빠르다
마루가 밟고 싶다
세월의 반질거림이 반짝거리는 마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