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와 우리의 차이
사진을 시작한 후 자주 동물원을 찾았다
의도는 분명했다
형편없는 내 사진 실력에 선뜻 모델을 해줄 사람이 없었기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더할 나위 없는 피사체였기 때문이다
갇혀 있으니.. 난 자유롭게 녀석들을 쉽게 담을 수 있었다
난 자유로운 채..... 갇힌 그 친구들을 말이다
그런데 문득..
나 또한 갇혀 있음을 알았다
좀 더 큰 철창 우리일 뿐
철창 따위는 의미 없다
그 창을 넘어 들어온 손에 어떤 먹을 것이 들려 있는지가 중요할 뿐
춥다.. 그저 춥다
밖은 춥기 때문에 안에 머문다
그렇게 위안하며 궁금해하지도 미련을 만들지도 않는다
맞다.. 이게 맞는 거다
그러니 난 이 안에서 내 할 일을 하면 되고
건네주는 먹이를 맛있게 먹으면 되거든
그러니까
난..
행복하다
밖이 궁금하지 않으냐고 물어온다
이곳이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고 드라마에서도 그런다
그런데 뭐?
난 그냥 이대로 주저앉아 주는 먹이만 먹으면
행복하다니까
게다가 말이야
내 튼튼한 철로 된 이 우리는 날 지켜주기도 하거든
든든하지 않아?
난 그저 머물면 돼
편하지..
나갈 수 없다고 하지만.. 쉽게 들어오지도 못해
웃긴 건 뭔지 알아? 이곳을 못 들어와서 그렇게들 난리야
그러니까 이제 내가 갇혀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은 그만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