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fuel Sep 14. 2015

여기있어 행복한거야

울타리와 우리의 차이



사진을 시작한 후 자주 동물원을 찾았다

의도는 분명했다

형편없는 내 사진 실력에 선뜻 모델을 해줄 사람이 없었기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더할 나위 없는 피사체였기 때문이다

갇혀 있으니.. 난 자유롭게 녀석들을 쉽게 담을 수 있었다

난 자유로운 채..... 갇힌 그 친구들을 말이다

그런데 문득..

나 또한 갇혀 있음을 알았다

좀 더 큰 철창 우리일 뿐




철창 따위는 의미 없다

그 창을 넘어 들어온 손에 어떤 먹을 것이 들려 있는지가 중요할 뿐




춥다.. 그저 춥다

밖은 춥기 때문에 안에 머문다

그렇게 위안하며 궁금해하지도 미련을 만들지도 않는다

맞다.. 이게 맞는 거다




그러니 난 이 안에서 내 할 일을 하면 되고

건네주는 먹이를 맛있게 먹으면 되거든

그러니까

난..

행복하다




밖이 궁금하지 않으냐고 물어온다


이곳이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고 드라마에서도 그런다

그런데 뭐?

난 그냥 이대로 주저앉아 주는 먹이만 먹으면

행복하다니까




게다가 말이야

내 튼튼한 철로 된 이 우리는 날 지켜주기도 하거든

든든하지 않아?

난 그저 머물면 돼

편하지..

나갈 수 없다고 하지만.. 쉽게 들어오지도 못해

웃긴 건 뭔지 알아? 이곳을 못 들어와서 그렇게들 난리야

그러니까 이제 내가 갇혀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은 그만 얘기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산에서 바다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