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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없음 Aug 15. 2017

[여행] 스웨덴 (2) - 말뫼

160929 : 스토르토리예트광장, 성베드로교회, 룬드성당, 박물관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이다.

새로운 공기 속에서 낯선 것들을 관찰하는 것.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나, 숨 쉬는 주체로서의 나를 경험하는 것.

사회적 역할과 '~를 해야 함'에서 벗어나는 것.


알아듣지 못하는 말소리는

물소리, 자동차 소리, 고양이 소리와 같으므로

나는 낯선 장소에 홀로 내팽개쳐지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내게 그들이 풍경이듯,

나 역시 그들에게 풍경이 되는 거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다음 날 마주한 동네 풍경. 적당히 날이 흐렸고 적당히 한가로웠다



분수대 뒤에 위치한 Lindex.

친구를 기다릴 겸, 옷도 구경할 겸 들어갔다.


Lindex는

1954년 만들어져 북유럽, 러시아, 중부 유럽, 중동지역 등에

400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스웨덴 최대 의류 브랜드란다.


매장 2층,

따로 빅사이즈 의류를 취급하는 코너가 아니었음에도

66 사이즈 이상으로 보이는 모델이 매력적인 포즈로 서있었다.

우리나라 의류 모델보다 건강해 보여서 좋았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미의 기준이 아니라며

포토샵을 거부하는 할리우드 여자 배우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 역시 무명 배우였을 때는

다이어트와 포토샵, 조명판으로 한 장의 인생 프로필 샷을 건지길 바랐을 것이다.

어떤 기준을 뛰어넘거나, 어떤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그것은 나 자신이 그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아도 좋을만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여유든, 마음의 여유든.


그래서 더 매력적 인지도 모른다.

스웨덴의 어느 의류매장에서 마르고 예쁘고 어린 여자 모델보다,

뚱뚱하고 크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 여자 모델을 쓰는 것은 마치

'우리 상품은 연예인의 체형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다' 말하는 것 같으니까.


이것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돈이 없거나, 가정사가 좋지 않거나, 못생겼거나, 몸이 아픈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은 듯 씩 웃을 때.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 말하는 것 같아 다시 보게 되는 거다.


하지만 나 역시 전전긍긍하게 되는 타인의 기준들.

칭찬받고 싶어 버둥거리는 일상을 반복하기에

벗어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환경미화원(젊은 여성) 둘이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우리는 중세 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스토르토리예트(Stprtprget) 광장으로 향했다.

도로가 옛날 그대로라,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그날로 구두 하나는 작살난단다.


하나같이 낮은 건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내가 살던 시간과 장소에서 모두 벗어난 것 같아 마음이 묘하게 울렁거렸다.

Malmö stad 는 '말뫼 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뫼 시청이다. 서울시청도 전통 한옥으로 되어있으면 어땠을까.



Form/Design Center (디자인센터).

사진을 더 많이 찍었어야 했다.

예쁜 물건이 많았는데.

나는 구경하느라 바빴고, 사지도 않을(못할) 게 뻔해서 나름 눈치가 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찾은 레스토랑.

도로에 그대로 펼쳐진 테이블과 수제 햄버거.

그리고 탄산음료는... 최고였다.


맛있는 만큼 비싼 햄버거


성 베드로 교회 (St. Peter)는 말뫼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14세기경에 지어졌다니, 700년이나 된 셈이다.


700년 된 건물의 위엄
온통 하얀색이다. 신이 머무는 집. 그야말로 신전이다.



친구 H의 역사 인문학 관광코스에 따라

우리는 스웨덴 룬드(Lund)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무려 천 년 전에 지어진 성당이 있기 때문이었다.

포털사이트의 도움을 받아보자.

                                    

룬드 성당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며 신기한 유물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다. 어떤 자료에 따르면 이 성당은 108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며, 1103년이라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든, 1103년에 이 교회는 북유럽 국가의 수석 대주교를 모시는 대주교 관구 소재지가 되었으며, 건물은 마침내 1145년 축성(祝聖)되었다. 룬드 성당은 원래 덴마크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으나, 1658년 로스킬레 조역과 더불어 룬드의 주교 교구는 스웨덴으로 넘겨졌고 지금도 그렇게 남아 있다.

오늘날 서 있는 성당은 아름다운 건축 작품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사암 건물로, 룬드 시의 하늘을 찌를 듯한 55m 높이의 탑 두 개와 건축가 요한 뒤프 베르만이 디자인한 육중한 청동 현관 두 개가 이 성당을 장식한다. 우아한 내부는 세 개의 통로와 수랑(십자형 교회당에서 중심축선과 수직으로 만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석구석에 섬세한 장식이 풍부하게 넘친다. 룬드 성당은 한때 남부 스웨덴이 누렸던 부유함과 권력을 증언해 주는 뛰어난 건축물이다.           

룬드 성당 [Lund Cathedral]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마로니에북스)


이것이 천 년 건물의 위엄이다. 뭔가 무섭기도 하고(...)
성 베드로 성당과는 다르다. 진짜 수도원의 느낌이랄까.


1424년, 변화하는 달의 모양과 태양이 지는 곳을 알려 주는 천문학적 시계인 '호롤로지움 미라빌레 룬덴세'가 설치되었다. 요한 1세가 주도한 대규모 개조 공사로 성당에는 매혹적인 부조가 조각되고 웅장한 대리석 석관이 들어왔다. 룬드는 중세 동안 이 지역의 권위 있는 문화의 도시이자 종교적인 도시였으나, 1536년의 종교 개혁 이후 이 교회의 영향은 점차 줄어들었다.


천문학적 시계 '호롤로지움 미라빌레 룬덴세'. '천문학적'이란건 뭘까. 아마도 천문학의 원리가 반영된, 뭐 그런 뜻이겠지.




바이칼 호수에서 천 년 전에 신을 그렸던 사람의 마음과

스웨덴 룬드에서 천 년 전에 하느님을 그렸던 사람의 마음이 같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늘 애달프다.



우리가 그다음 향한 곳은 룬드에 있는 박물관이었다.

Kulturen은 '문화'라는 뜻으로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남부 스웨덴의 문화 역사 협회 (Kulturhistoriska föreningen för södra Sverige)'.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원과 함께 또 다른 건물들이 나온다. 마을처럼.

구석구석 들어가 남부 스웨덴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거다.




처음 둘러본 곳은 옛 남부 스웨덴의 가정집.


이렇게 보고 있자니

교과서에 나오던 그림들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있는 그대로 그린 거구나, 저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본 그림처럼 빛이 저렇게 들어오는구나.'


건물 안쪽에 있는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저 나무도 몇 백 년을 살았겠지, 자연스레 생각한다.

도시에 100년, 200년 넘는 건물과 나무가 남아 있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겸손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골목이 하나하나 예쁘다. 화보처럼



그다음엔 박물관을 구경한다.

스웨덴 귀족의 전통 복장 같은 것들.


내가 좋았던 건 결혼의 변화를 보여준 액자 모음과

아이를 안은 엄마의 사진.



터벅터벅 지친 몸을 끌고

친구의 집에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리고 다음날, 꾸물거리던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아졌고

나는 돌아온 길을 따라 다시 덴마크로 향했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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