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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없음 Oct 13. 2018

[여행] 프랑스 (1) - 파리

161005 ~ 161006 :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 기록은 이미 과거의 것.

그럼에도 끄적이는 이유는 사라지는 기억이 아쉽기 때문일 거다.


빛바란 기억 속에서도

또렷하게 남아있는 감정들이 있다.


프랑스는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커피 한 잔 하는 것.

내가 동경했던 어느 작가들처럼

나도 이 자리에 머물렀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꿈을 이뤘던 순간의 기억.

그 기억을 공유하고 싶다.


프랑스에 도착한 건 해가 지고 난 뒤였다.



나는 촌스럽게도 비행기 창가 좌석을 좋아한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순간,

새로운 도시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매 순간순간을 구경하는 게 그렇게 재미지다.


우아하게 창문을 내리고 독서를 하거나

수면 안대를 끼고 잠을 청해 보지만

불쑥불쑥 창 밖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공항에 발 디디기 바로 전,

그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를 처음으로 마주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찌릿하다.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갈아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파리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 층.

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일주일 조금 넘게 살아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자기 앞의 생>의 로자 아줌마 역시 뚱뚱한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었으니까.


다음날 아침,

천천히 둘러본 숙소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깨끗했다.

완벽한 일주일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게으름이다.

해야 할 일은 없고, 쓸 돈은 있다는 것.

로또가 당첨되길 바라는 이유가 아니던가.


나는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누구보다 잘 먹고, 게으를 자신이 있었다.


줄줄이 소세지처럼 딸려오는 트램(노면전차). 나는 저것을 타볼 것이다!


나는 마치 지역 주민인 양,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왔던 양.

어슬렁거리며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지하철 역 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었다.


빵과 함박스테이크와 토마토 주스


동네 낡은 식당에서

함박스테이크와 토마토 주스를 시켰다.

나는 원래 다진 고기로 만든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지만

메뉴에 별 표시가 되어 있어 시켜봤다.

'얼마나 자신 있기에...' 싶었던 것 같다.


자신 있을 만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함박 스테이크가 있을 수 있나.

육즙이 와우... 한 번 더 먹고 왔어야 하는데. 지금도 후회된다.


밥을 먹고 나서는 또다시 어슬렁어슬렁.

트램을 타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나 여기 왔다, 도장을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조차 강박인 것을.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기 싫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은 '에펠탑(바로 아래)' 이었다.

어디서든 에펠탑이 보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잠실 롯데타워가 싫다.

너무 우뚝하니 높아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롯데타워가 싫으면 롯데타워로 가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에펠탑을 등지고 걸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도착한 샹젤리제 거리.

하나 둘, 명품 매장이 나타났다.





사실은 방향을 잡고 걸었다.

마음속에서 '유명한 곳'을 찾아 헤맸던 거다.

여행을 하면서도,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도달하는 게 뭐가 어떻다고.


반복되는 일상과 온갖 구속, 제약에 숨 막혀 도망쳐 왔으면서도

나는 불안했던 것 같다.


'남들 다 가 본 곳, 꼭 봐야 하는 곳, 먹어야 하는 것을

나 혼자 못하면 어떻게 하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

한껏 누려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샹젤리제 거리 끝에 자리 잡은 개선문이 보였다.

'개선문도 보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교통체증이 시작되는 걸 보며

'누군가는 한국에서의 나처럼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안에 탄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독립문에 올라가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저 사람들을 구경했다.





오늘 하루, 나만큼이나 행복하거나 불행했을 사람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나는 조금 외로웠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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