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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없음 Sep 06. 2019

[여행] 백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2019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한 달 살기




1년 정도 하던 일을 마무리 지었다. 

먹고사니즘의 걱정은 미래의 나에게 맡긴 채

(이..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다시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에는 

여기저기 도시들을 헤집고 다니는 것 말고 

진득하게 눌러앉아 한 달 동안 살아봐야지, 생각했다. 


마음먹고 구글 세계지도를 요리조리 돌려보다가 선택한 곳은 

러시아 모스크바 위쪽에 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양으로 표시한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출처 : 구글 지도)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2016년 여행 중 러시아의 기억이 몹시 좋았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매년 5월에서 7월이면 백야가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백야 현상이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북부 러시아와 북유럽 일부에서

'해가 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새벽 2시가 되어야 약간 어두워지다가 새벽 3시 무렵에는 다시 금방 해가 떠오르는. 

말 그대로 하얀 밤의 시간.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이런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다. 


해가 없는 낮이 지나 달이 없는 밤이 지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하루가 지나  
흔적 없이 낮이 지나 꿈이 없는 밤이 지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하루가 지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고민과 한숨이 나를  잠의 세계로 보내주지 않고  길고 긴 어둠에 갇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 낮도 밤도 아닌 그 어느 곳에서 얕은 잠이 잠시 스치네

잠 - 수상한 커튼 


먹고사니즘에 지친 나를 위로하던 이 노랫말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니. 

그야말로 운명의 데스티니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로 했다.



멀리, 멀리 돌아가기 위해 '에미레이트 항공'을 택했다. 백야를 볼 수 있는 7-8월은 성수기에 속해 티켓 값이 비쌌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선물 받은 책인데 장거리 비행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줬다



숙소는 일부러 (저렴한) 호텔로 정했다. 

일주일 이상 한 도시에 머무는 여행자들은 모두 '거주지 등록'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호텔에서는 간편하게 절차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거주등록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안내
                                    
                                                                                                            주러시아연방대한민국대사관                                                                                         

Q: 거주등록은 무엇입니까?
A: 외국인이 러시아에 입국하는 경우, 입국일로부터 7일(근무일 기준)이내에 내무부 이민국에 러시아내 체류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거주등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러시아 국내법 위반에 해당하는 바, 모스크바 지역의 경우 최대 7천루블의 벌금을 납부하는 등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 거주등록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A: 일반적으로 호텔, 호스텔 등 정규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체크인과 동시에 거주등록이 이루어지므로 별도의 신고는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일부 거주등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숙박시설이 거주등록이 가능한 곳인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텔 등이 아닌 Air B&B, 게스트하우스, 렌트 하우스 등의 경우, 집주인에게 거주등록을 사전에 요청하셔야 합니다.

Q: 도시를 이동하게 되면 거주등록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미 거주등록을 한 사람도 거주지를 이동할 경우(출장, 여행 등) 7일 이내 이동한 도시에서 새로 거주등록을 해야 합니다. 월드컵 개최 도시의 경우 3일 이내에 거주등록을 해야 합니다. 불이행 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슬쩍 보기만 해도 번잡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 절차는

내 소중한 여행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나는 네이버 파파고 번역기를 이용하여 

"Я прошу вас зарегистрироваться на жительство. (거주지 등록 부탁드립니다)"를

프린트해놓고 호텔 체크인을 하면서 보여줬다. 

직원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안다는 듯 능숙하게 내 거주지 등록을 신청해줬다. 

덕분에 빠르면 당일, 늦으면 다음날

나는 거주지 등록증을 아무 번거로움 없이 숙소에서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중간에 숙소를 한 번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강 잘라서 준) 거주지 등록증. 이 안에 여권 정보가 그대로 기입되어 있다. 버리면 안 된다


'여권'과 러시아 입국 시 받은 '입국 신고서', 

'거주지 등록증'까지 갖추고 나니 세상 든든했다. 


슬슬 훑어보기로 했다. 

이 도시는 어떤 곳인가.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 

백야의 풍경은 과연 어떠한가.



(이후에 계속)



평범한 시설과 어벤저스 직원들이 있는 <Tsarskaya Stolitsa Hotel>
호텔에서 말해주지 않았던 주변 풍경.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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