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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Dec 03. 2022

메타버스와 시뮬라크르

우리는 나 혹은 타인의 있는 그대로의 단순한 일상에 관심이 없다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한차례 사회를 휩쓸며 스타트업부터 굴지의 대기업들까지 메타버스를 추구하며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크게 와닿는 서비스는 없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대중은 현실세계에서 벗어난 온라인 상의 어딘가에 나를 대변하는 프로필 사진 또는 아바타가 존재하며 거기서 내가 활동하는 방식을 어렴풋하게 메타버스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과정의 다양한 시도들, 설령 여러 사람으로부터 비웃음을 받았던 메타의 아바타라고 하더라도 혹은 NFT를 통한 PFP 등을 메타버스의 한 형태라 부른다 하더라도 나는 이를 우습게 여기거나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나는 그런 메타버스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우리는 나의 실존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실상 나와 똑같지 않은, 때로는 실제의 나보다 더 훌륭하게 보이고 싶은 그런 모습을 나의 실존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그것이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실존을 모사하지만 대상과 다른 새로운 창조물을 ‘시뮬라크르’라고 하는데, 온갖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경험하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시뮬라크르와 실존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는 현존하는 서비스 중에 가장 그럴듯한 메타버스가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은 메타버스 그 자체다. 그곳은 우리의 모든 희망과 욕망이 반영된 시뮬라크르들이 넘쳐나는 곳이며 우리는 그 시뮬라크르가 가장 나 다운 나라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시뮬라크르를 소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멋진 때를 스냅샷 해 보여주거나 실제로 지속하기 어려운 소비를 과시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나의 삶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곳의 나에게 가장 큰 평안을 느낀다.


이보다 더 완벽한 메타버스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행복은 그곳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고 사람들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추앙한다. 이런 곳이라면 언제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가, 또 타인을 끊임없이 탐색하며 거기에서 연결된 네트워크 혹은 그룹에 속함으로써 내가 설명되고 확장되는 과정은 극도의 몰입감도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그곳에는 우리 일상의 고단함과 불행, 고민들이 반영되지 않은 시뮬라크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뮬라크르의 욕망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순하게 자신을 표현하거나 보여주는 아바타의 형태, 현실과 상관없는 게임 혹은 온라인상의 또 다른 세계에서의 활동, 원격 업무를 위해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그런 방식은 메타버스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는 있겠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보여주고 싶은 나, 곧 과시의 시뮬라크르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가장 잘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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