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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Dec 10. 2022

결심을 지속할 결심

불과 한 달이 지나 다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았을 때 그 집의 전세가 5,000만 원이 올라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4년 전 결혼 후 두 번째 전셋집을 구하던 때였다.


매매가는 심지어 한 달 사이 1억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노동을 통해 이 집값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아파트는 내가 집을 구하던 그 시점 가격 대비 최고 2배까지 올랐었고, 지금은 1년 사이 최고점 대비 -40%를 찍었다.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에 굳이 이것을 공부하거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 좋은 급여를 주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벌이는 나쁘지 않았고 적당히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살 곳을 마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이 자산에 대한 무지가 나와 가족의 삶을 위태롭게 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은 이미 내 능력 밖의 일이기도 했거니와 지나치게 고평가 되었다는 생각에 이 실패를 만회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일과 후 2~3시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 다행히 짧은 시간 동안 상대적인 실패를 만회할 수 있었다. 자산이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평가 된 부동산을 매수하기는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조금 더 좋은 위치에서 세 번째 전세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점을 찍은 아파트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지난주에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둔촌주공의 청약이 있었기에 평소보다 더 유심히 시장을 살펴보았다. 여러 전문가들이 ‘부동산은 지금이 제일 싸다’, ‘내 집 마련은 언제라도 옳다’며 매수를 권장했던 때가 있었느냐는 듯이 지금은 모든 전문가, 유튜버들이 하락을 이야기한다. 그런 이유일까 둔촌주공의 청약 경쟁률도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걸 보니 내 집을 마련할 적기가 머지않아 올 것 같다는 생각에 온갖 부동산 관련 강의와 서적을 보고 있다. 그 책 중 하나의 제목이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인데, 문득 두 번째 전셋집을 구해야 해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돌아다니다 좌절했던, 그래서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을 가졌던 그때가 떠올랐다.


우리의 인생이 바뀌는 건 결국 어떤 결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부동산으로는 당장 만회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른 자산 투자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이 지금 부동산을 공부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직업도 그랬다. 첫 스타트업에서의 실패에 힘들어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에 블록체인 스터디에 나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을 알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지금까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결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이런 결심들을 함께 해 나가려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글을 써 나가고 있다. 


한 해가 끝나는 시점이다. 새로운 결심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반드시 해야 할 상황으로 나를 몰아넣고 어떻게든 하게 만드는 이 결심이 언젠가 또 다른, 한층 더 새로운 나를 만드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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