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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Jan 15. 2023

문 밖으로

원래 구독해 놓지 않아서 잘 보지 않는 채널인데 우연찮게 성시경의 먹을텐데라는 채널에서 도쿄스시야에서 오마카세를 먹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스시 자체는 좋아하지만 음식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고 맛을 분석하는 타입도 아니라서 미슐렝 스타가 어떤 의미인지, 거기서 맛에 대해 평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이미 1년 예약은 다 끝났다고 하고 여러 다른 글들을 읽어봐도 매우 훌륭한 식당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한편 이 스시야쇼타 편을 재미있게 본 이유는 그 식당과 음식이라기보다는 나름 한 분야에서 크게 인정받는 문경환 셰프님이 일본에서 스시를 하게 된 계기와 과정 때문이었다.


이 분이 스시를 처음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계기는 미스터초밥왕이라는 만화를 본 것이라고 한다.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만화는 나도 재미있게 봤지만 그 계기란 게 뭐랄까 어이없다 싶다가도 생각해 보면 나도 건축 전공을 하게 된 계기도 러브하우스를 보고 나서였기에 한편 납득이 가기도 했다.


그러다 24살에 아무런 준비(기사를 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요리학교를 진학해서 이미 스시효에서 일한 경험은 있었다고 한다)나 앞날에 대한 계획 없이 스시를 배워야겠다고 10만 엔을 들고 일본으로 넘어갔는데 언어 문제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했고 가지고 간 돈을 거의 소진해서 3만 엔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그때 이분이 한 선택이 흥미로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3만 엔, 한국돈 약 30만 원으로 도쿄 긴자의 유명한 스시집에 가서 스시를 먹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저녁은 비싸서 못 먹고 점심으로 먹어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스시 가네사카’라나는 곳에서 술과 함께 스시를 먹다 보니 취기가 돌아 셰프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분이 문경환 셰프님을 좋게 봐 줬고 헤드셰프를 바로 소개해 주셨다고 한다.


듣기를 잘 못하던 시기라 헤드셰프가 이런저런 걸 물어봤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간바리마스(열심히 하겠습니다)’만 이야기했는데 이걸 또 좋게 봐서 결국 ‘스시 가네사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루게 되었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 분이 성공하게 된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전환이 필요할 때 자신을 그 환경으로 몰아넣는 자세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의 노력이나 힘듦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이 분의 성공과정을 띄엄띄엄 듣다 보면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만 가지고 일본으로 떠나는 것, 마지막 남은 3만 엔을 최고급 스시집에서 쓰기로 하는 것, 언어가 되지 않아도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이 분의 성공에 큰 전환점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유사한 경험이 있는데 직업적으로 불안했던 시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집에서 고민만 하는 것만으로는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되든 안되든 스터디며 행사며 참여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 만든 네트워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때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변화는 마음먹은 것 만으로는 시작되지도 완성되지도 않는다. 결국 문 밖으로 나가 한 걸음을 내딛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고 그제서야 완성도 가능해지게 되는 것 같다. 올해도 성공을 위해, 변화를 위해 한 걸음을 걸어야겠다고 새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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