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이켜보면 보기좋게 틀린 예측이었지만 2021년 하반기에 나는 2022년 크립토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고 롱 포지션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갔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전통 VC들의 크립토 시장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수 많은 VC들이 크립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상황이 반영되어 국내 크립토 스타트업이 일반적인 스타트업에 비해 말도안되는 벨류에이션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창업 후 1년도 안된 컨셉만 가진 회사가 2000억 밸류를 이야기하기도 했고, 어느정도 제품을 가진 곳은 1조 밸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하니 돌이켜보면 거품이 낀 시장은 맞았던 것 같다. 넥스트 테라를 찾기 위한 VC들의 무리수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작년 매크로 환경이 급격히 안좋아졌고, 엎친데 덥친격으로 테라, FTX 사태가 터지며 크립토 비즈니스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 시장에 대한 인식은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올해의 크립토 비즈니스에 대한 여러 전망들을 보면 아직 쉽지는 않아보인다. 기관 투자자들도 이 시장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있는 듯 보이며, 사업에 접목하려던 기업들도 잠시 눈치를 살피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크립토 비즈니스에 대한 참여는 잠시 시간이 늦춰졌을 뿐이라 보는 관점이 많고 나 역시도 이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업계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암호화 자산, 디지털 자산의 등장으로 인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자산시장과 자산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도 급변하고 있다.
암호화 자산의 등장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자산 및 금융 인프라가 만들어졌으나, 그간 많은 전통자산 플레이어들은 이를 애써 무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암호화 자산에 대해 열광했고 이 기술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기관들이 크립토 비즈니스에 참여해야만 하는 이미 온 미래는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고, 그동안 NFT, DeFi 등이 키워드가 되어 시장을 이끌어 간 것 처럼, 기관들을 위한 CBDC, STO 등이 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전통자산 플레이어가 이 시장에 쉽게 뛰어들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면 결국 기존 전통자산을 디지털화 하는 영역, 디지털 자산에 대한 1차 판매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자산의 수탁, 전통자산의 디지털 인프라에서의 1차 판매, 디지털화 된 자산의 Execution, Clearing, Settlement 과정, 그리고 이 자산들에 대한 관리의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열릴 것이고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전통 금융사들이다. DeFi로 전통 금융사들이 망할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가장 혜택을 볼 곳도 전통 금융사들이라고 생각한다.
FTX 사건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에 대한 니즈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금융사들은 머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크립토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자산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 기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올 해 단순히 탈중앙화 서비스만볼게 아니라 중앙화된 서비스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