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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Jan 21. 2023

성공의 방정식을 포장하는 사람들

부동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 뒤 여러 부동산 카페(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중 유튜브에서도 매우 유명한 한 카페에도 가입하게 되었다. 평소 유튜브에서 매우 정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좋은 감정을 가졌던 듯하다.


여러 카페들이 그렇듯 몇 가지 규칙들이 있는데, 우선 가장 기본적인 가입인사부터 적었다. 가입을 위해 어느 정도 형식적인 내용들로 채웠는데 가입 후 상당한 답글이 왔다. 처음에는 이곳에 사람들이 많고 활발해서 피드백도 좋구나 했는데, 글을 쓰면 어느 순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무슨 템플릿이라도 있는 듯 틀에 박힌 답글이 달려서 계속 노티가 왔다. 격언이나 어록 또는 책의 한 구절을 쭉 쓰고 그 뒤에 - 누구누구 - 이런 식으로.


그래서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물어보니 억지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답글을 쓰게 만든다고 한다. 거기서 들었던 의문은 ‘그곳의 사람들은 부동산을 공부하고 거기서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일 텐데, 그래서 그곳의 소위 멘토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추앙하고 모방해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이라 시키는 대로 하는 걸 텐데 저걸 한다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가끔씩 성공의 방정식을 이상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투자의 성과는 많은 준비와 노력, 노하우가 영향을 주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운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유튜브나 카페에서 돈을 좀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어쨌든 위치선정이 중요한 거고 거기에 있었던 것도 실력의 하나이니까. 근데 왜 자신이 했던 방식들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그들의 노하우이고 학습 방식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냥 열심히 임장을 다녔고, 나름의 가격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분석해서 매수 매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멘토가 되어서는 독서, 꾸준히 댓글을 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들, 긍정적인 마인드 세팅을 강조하는 것일까. 결국 카페를 활발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플랫폼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람들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뒤늦게 다른 스터디 모임에서 그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멘토를 만나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고 중간 관리자들은 어떻게든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조원들에게 회비를 걷어 선물하고 감사편지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프라인으로 만나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니고 온라인으로 내가 돈을 내고 강의를 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또 일부 강사들에게는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며 심지어 경비도 자비로 부담하게 한다고 하니 뭔가 씌어도 단단히 씐 느낌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정말 이상한 모임이지만 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거기에 속하길 원하고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듯하다. 여기 멘토 중에 누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카페에 댓글 다는 습관 가져서 돈 벌었냐고 묻고 싶다.


퀀트 투자로 수십억의 자산가가 되었다고 알려진 한 유명인도 실제로 퀀트로 그 정도의 자산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암호화폐 차익거래 등 다른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고 다만 차이가 있다면 퀀트는 꾸준히 해 왔다 정도라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퀀트하면 무조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강의, 책 등으로 퀀트를 설파하고 있고 심지어 자신이 투자한 한 회사의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저렇게 해야 부자 되는 거구나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희망 혹은 욕심이라는 게 이렇게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 수 있구나 싶어 씁쓸한 한 주였다. 


누군가는 그런 약한 마음들을 흔들어서 부자가 되고 또 누구는 저렇게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며 또 희망 혹은 욕심을 품으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겠지. 그래도 최소한 내가 성공한 방정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는 건 - 심지어 돈까지 받아가며 - 도의적으로 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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