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가 부쩍 매서워지는 늦은 가을이었다. 털뭉치 같던 너희를 켄넬에 담아 집으로 데려오던 차 안. 무릎 위에 켄넬을 올려놓고 혹여라도 멀미가 나진 않을까, 감기에 들진 않을까 걱정되어 담요로 둘둘 감아놓고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귀여운 너희의 이름을 뭘로 할까, 쿠키와 크림? 커피와 라떼? 짝꿍이 될만한 이름을 짓느라 행복한 고민을 하던 중 어디선가 쪼르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깊게 고민할 새도 없이 켄넬이 우당탕탕 흔들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문을 열자 폴라의 이마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작은 강아지의 얼굴이 그리 격노할 수 있는 건지 처음 알았다. 황당하다는 듯 눈을 세모로 치켜뜬 폴라 앞에 테디는 자기가 뭘 잘못했냐는 듯 당당한 표정이었다.
아직 너무 어린 폴라를 집에 오자마자 목욕시킬 수는 없어서 물수건으로 대강 훔치는 동안 테디는 한 시도 쉬지 않고 집안을 미친 듯이 헤집고 다녔다. 하필 집 마루 색이 짙은 밤색인 탓에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한창 집을 탐색하고 품으로 돌아온 테디 몸에는 회색 먼지가 잔뜩 엉겨있었다. 전날 열심히 청소기를 돌렸지만 구석까지는 닿지 않은 모양이다.
아유 어디서 이렇게 먼지를 묻혀왔어, 하고 잡아떼어주는 순간 테디는 동그란 눈을 나와 마주치고
앙!
먼지를 꿀떡 집어삼켰다.
왠지 앞으로의 날들이 막막해서 눈물이 쪼르르 났다. 둘을 합쳐도 일 키로도 되지 않는 너희를 어쩌질 못해서 추운 날씨에도 땀이 뻘뻘 나는데, 덩치가 더 커지면 어떡한담.
켄넬 속 쉬야 사태는 어쩌다 조준을 잘못해서 실수한 거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테디는 그 이후로도 산책을 하다 신이 나면 뒷다리를 한껏 치켜들고 폴라의 이마에 쉬야를 갈기는 대책 없는 할배로 행복하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