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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S Feb 01. 2018

손가락이 닿는 밤

그런 밤이다 뜨끈한 등과 다르게

서늘한 볼

잠에서 퍼뜩 깨는 그런 날이다.

생각이 공상이 되고 망상으로 번지는

삶의 모든 조각이 후회로 몰아치는

그런 밤이 왔다.


순간 내가 했던 그 수많은 선택들이

의미없이 지나온 숱한 시간들이

작은 가시 같은 것이 되어 명치를 쑥쑥 쑤시고

꼽아 셀 것도 없을

얕고 잦은 연애사도 한 몫

이 맨 몸으로 유리파편 위를 구르는 것 같은

쨍한 고통을 거들기 시작했다.

거의 공포에 가까운 되새김질이 끝나자

남은 것은 오로지 치통같은 자책.

괴로운 나의 손을 잠결의 네가 찾아와 잡아주었다.


그 무수히 흩어진 무의미한 시간들 후에

내가 너에게로 흘러와 고인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나에게는 종교가 있으나

내 심장을 구원한 것은 너라고

모든 순간 함께하기엔 분주한 신께서

이마를 맞댈 너를 나에게 주신 거라고

스스로 어둡게 중얼거리던 원망을 멈추고

너의 존재를 감사하는 기도를 속삭이는 밤.


고른 숨소리 박자에 맞춰 다시 찾아드는 평온

잠 못드는 새벽에는 역시 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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