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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S Aug 20. 2020

시금치 오픈 토스트와 시나몬 커피

뉴 노멀은 답답하니까. 오픈 :)

COVID-19와 공생하게 된지도 어언 7개월이 넘어갑니다. 처음 이 바이러스의 전파가 시작되었을 땐 봄이 오면 끝날 거야, 봄이 지나가니 여름이 되면 잠잠해질 거야 했지만 어느덧 여름도 한창.


시원한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주문하고 어떤 커피를 곁들여 마실까 고민하던 일상은 사치가 되어갑니다. 저 또한 한동안 우울감을 떨치지 못해 이리저리 굴러다녔죠. ‘우울은 수용성이라 물에 녹는다’ 던 방구석 전문가의 말을 온라인에서 주워 읽고는 아! 하고 손뼉까지 쳤어요.


보통 밤에 샤워를 하고 자는데, 게으르게 그냥 잠들었던 어제. 김에 오늘 아침은 뜨끈한 물로 개운하게 샤워부터 하고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니 평소엔 보통 느끼지 못하던 이른 허기가 뱃가죽을 통통 두드리는 게... 뭔가 만들어 먹자, 하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살짝 좋아집니다. 친한 언니는 우울할 때 목공을 한대요. 뚝딱거리면서 몸을 혹사하고 땀을 뚝뚝 흘리면 가슴에 꽉 얹혀있던 무언가가 쑥 하고 사라진다면서요. 대단하죠? 전 그런 재주도 도구도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합니다.

호밀빵 두장을 준비합니다.

한 장의 가운데를 조심히 잘라내고 오려낸 부분은 잘게 스틱 모양으로 또 썰어주세요. 두장을 겹칠 거예요.

식물성 오일을 두른 팬에 간단히 토스트 해주세요. 저는 딱딱한 빵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충 밑면만 익혀줍니다. 따로 바삭하게 토스트 해서 겹친 후 계란을 안에 넣어 익혀도 돼요.


약불로 익히면서 뚜껑을 덮어 천천히 조리하셔도 되지만, 저는 참을성이 없거든요. 대충 빵의 엉덩이가 따뜻해졌다 싶으면 그릇에 옮겨 담고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돌려주세요!

오늘의 커피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인스턴트를 이용할 겁니다. 사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고장 난 이후 새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죠? 이번엔 프렌치 프레스나 간단히 드립을 내릴 수 있는 도구를 구매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유리잔에 커피를 한 티스푼만 담아주세요. 물을 끓여 쪼르륵해주고 우유든 두유든 원하는 비율로 커피 우유를 만들면 됩니다.

커피우유 위에는 계핏가루를 톡톡 뿌려주는데, 단언컨대 야매 아이스 카푸치노 맛이 납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보다 우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메뉴다 보니까 커피우유를 만들어서 계피만 더해줘도 비슷한 느낌으로 마실 수 있어요. 요새식으로 이름을 붙여보자면... 흙수저푸치노...? ;D

전 이가 시려서 얼음은 넣지 않았어요. 하필 또 날도 흐려서 말이죠.


시금치는 한 번에 많이 사면 꼭 상해서 버리는 일이 많아, 사자마자 데쳐서 소분해 얼려둡니다. 아이스큐브에 꾹꾹 눌러 담아 얼렸다가 나중에 락앤락에 와르르 쏟아 냉동 보관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이고 시금치가 상해 버릴 일도 없고 아주 좋아요.


얼려놨던 시금치 큐브를 몇 개 꺼내서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고 3-4분 돌려주세요. 나물을 할 거면 참기름이지만 오픈 토스트에 올릴 거니까 올리브유를 뿌려주는 게 좋아요. 삭삭 섞어주세요.

짠. 아침상이 그럴싸하죠?


토스트 스틱은 단짠으로 먹고 싶어서 오렌지 잼에 가염버터까지 올려주고 오픈 토스트의 계란 위엔 후추와 소금을 살살 뿌려줬어요.

시금치는 오일만 두르고 간을 안 해서 밑에 마요네즈를 깔아줬어요. 머리로만 생각하기엔 이상한 맛일 것 같지만 의외로 함께 먹으면 시금치 오믈렛 맛이 나요! :) 마요네즈도 계란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저는 어쩌다 보니 하얀 후추도 있어서 그걸 데코 삼아 시금치 위에 살살 뿌려줬더니 나름대론 그럴싸하고 예쁘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접시나 식기를 모두 갖춰야만 홈카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취지로 집에 있는 오래된 식기, 짝이 맞지 않는 접시들 그리고 간단한 재료들로 자주 아주아주 쉬운 요리를 해보려고 해요.


스치듯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 오늘 하루 너무 답답하지만은 않은 하루였길 바랍니다. 저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거든요. 우리 힘내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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