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5
새해 하고도 닷째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원고를 쓰려고 했으나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해결해야 할 서류와 일들이 순식간에 쌓여버렸다. 급하게 하나하나 처리하려다보니 맘은 들뜨고 바빴다. 괜히 부산스러워진 마음과 정신에 다행이도 일은 잘 마무리 됐으나 정작 해야할 원고는 시작도 못 했다.
도통 손에 잡히지 않는 원고.
시작만 하면 금새 쓸 것 같기도 한데, 머릿속으로는 쉬운 일 같으면서도 영 손으로 내려오질 않고 있다. 부산한 마음이 이제 조금 가라앉기 시작해으나 여전히 작은 부스러기들이 제 자리를 잡기 못하고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 이 미세한 먼지같은 것들까지 중력을 받아 딱 바닥에 정착해야만 시작할 것 같은데.
모든 작업이 그렇겠지만 글이란 작업은 할수록 어렵다. 생각이 달떠서도 안 되고 마음이 부산해서도 안 된다. 바람 한 점 없는 불지 않는 고요한 호수처럼 표면이 잔잔해져야만 비로소 작은 파장이 느껴진다. 아주 작고 미세한 진동을 느끼려면 작은 숨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의 심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글을 쓰는 작업이란 매우 지루하고 비효율적이며 생산성이 떨어진다. 하루에 한 장이나 쓸 수 있을지, 한 문장이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상 오늘은 시작조차 못 했다. 어제 끼적여 놓은 원고는 싹다 지워버렸다. 영 맘에 안 든다.
이럴 땐 그냥 모든 걸 덮어놓고 책을 한 권 집어 든다. 마음이 모두 가라앉을 때까지, 작은 먼지가 제 자리를 찾을 때 까지 마냥 시간을 죽이는 듯한 이 시간이 있어야 한다. 글 쓰는 이에게 바쁨이란 가장 큰 독이다. 고요하고 지루한 시간이 나에겐 더 필요하다.
2018.01.05